독도 할머니의 ‘홀로 아리랑’…21개월 만에 독도 복귀 김신열씨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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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2 07:18  |  수정 2019-08-22 07:18  |  발행일 2019-08-22 제2면
‘영원한 독도지기’故김성도씨 부인
유일한 주민…이장직 승계도 유력
“남편 뜻 이어 죽을 때까지 지킬 것”
독도 할머니의 ‘홀로 아리랑’…21개월 만에 독도 복귀 김신열씨
독도 유일 주민인 김신열씨가 주민숙소에서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뒤편 벽엔 남편인 고(故) 김성도씨 사진이, 창밖으로는 동도를 품은 동해가 보인다. 왼쪽부터 큰딸 김경화씨, 친손녀 김수현양, 김신열 할머니, 외손자 조재훈군, 사위 조병국씨. <울릉군 제공>

홀로 아리랑. 2017년 남편과 함께 뭍으로 떠났던 할머니는 21개월 만에 그렇게 다시, 하지만 홀로 섬에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선착장을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진다. 숙소에 들어선 할머니의 첫 시선은 벽에 걸린 남편의 생전 사진에 꽂혔다.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나 보다. 가슴에 가둬뒀던 눈물샘을 다 쏟아부을 것처럼 눈시울은 붉다. 그리고 액자에 담긴 듯한 창밖 동해는 할머니의 마음인 양 더 깊고 더 푸르러 갔다.

지난 19일 오후 1시50분 김신열씨(81)가 여객선 편으로 독도에 도착했다. 지난해 10월 ‘영원한 독도지킴이’로 살았던 남편 고(故) 김성도씨를 먼저 보낸 할머니는 이제 독도에 거주하는 유일한 주민이다. 육지에 있는 동안 큰딸 경화씨(49)가 사는 울진 등에 머물렀지만 눈에 자꾸 독도가 밟혀 힘들었다고 한다. 남편도 없는 외로운 섬이지만 돌아가야 할 운명이라 생각한 것이다. 광복절인 지난 15일 이전에 들어가기로 맘 먹었지만 야속한 날씨가 할머니의 발을 놓아주지 않았다. 기상 악화로 배가 뜨지 않아 이날에서야 돌아갈 수 있었다.

할머니는 1991년 남편과 함께 독도로 주민등록을 옮겨 독도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제주 해녀 출신인 할머니는 2017년까지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땄다. 할머니의 독도행에는 큰딸 경화씨, 사위 조병국씨(57), 외손자, 친손녀가 동행했다. 할머니는 독도경비대원과 독도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따뜻한 환영 속에 독도 동도 선착장에 내렸다. 이어 대기하던 보트를 타고 주민 숙소가 있는 서도에 도착했다. 새롭게 단장된 숙소를 꼼꼼히 살펴보던 할머니는 “그렇게도 오고 싶은 내 집에 이제서야 오게 됐다. 하지만 함께 독도에서 살아온 남편이 없어 허전하기만 하다”며 남편 사진을 응시했다.

울릉군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정부예산을 포함해 15억원을 들여 독도 주민 숙소를 수리했다. 전기·통신설비를 바꾸고 내외부를 리모델링해 할머니가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현재 울릉군은 생전 김성도씨가 맡아온 독도 이장직을 할머니에게 승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주민이 대표를 뽑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독도에는 김신열씨가 유일한 주민이기 때문에 입도해서 살면 자동으로 이장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할머니는 홀로된 자신과 홀로인 독도가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편의 유지에 따라 죽을 때까지 독도를 더욱더 사랑하며 독도 주민으로 이 섬에 오래도록 머물겠습니다.”

울릉=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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