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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나눔 장기기증 턱없이 부족…이식 기다리다 하루 5명꼴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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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호기자 이현덕기자
  •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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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구경북지부와 국제라이온스협회 대구지구·경북지구가 공동 주최로 9일 대구 중구 동성로 야외상설 무대에서 열린 ‘9월9일 장기기증의 날’ 기념 행사에서 각막을 기증 받아 밝은 세상을 다시 마주한 안효숙씨(오른쪽 첫째)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뇌사 장기기증자들의 초상화를 어루만지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장기기증.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이들이 남겨진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희망의 선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고 있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만 19세 이상 전국의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3명 중 2명꼴로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서명한 경우는 3%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탓에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인구 100만명당 9.9명 정도로, 스페인(46.9명), 미국(31.9명)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해마다 뇌사자 6천∼7천명 발생
장기기증 서약자 10%도 못미쳐
기증 의사 있지만 서명은 극소수
대구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열려
각막 이식 안효숙씨 감동의 사연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기기증을 받기 위해 새롭게 등록하는 대기자는 2016년 3천856명, 2017년 4천258명, 지난해 4천915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연간 뇌사 장기 기증자는 2010년 573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515명, 지난해 449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장기기증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이들은 이렇게 많아 현재 뇌사 장기기증자로는 다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거기다 마음만 있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상황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뇌사자 한 명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고, 해마다 6천~7천명이 넘는 뇌사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중 장기 기증자는 10%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하루 평균 5.2명이 이식을 기다리다 숨지고 있다”며 “의식 개선을 위해 정부는 물론 시민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기기증의 날인 9일 동성로 야외상설 무대에서 ‘9월9일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구지부(이하 본부)와 국제라이온스협회 356-A(대구)지구·356-E(경북)지구 공동 주관으로 마련됐다. 뇌사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救)한다는 의미로 1997년부터 9월 둘째 주를 장기주간으로 기념해왔고, 2008년부터 ‘9월9일 장기기증의 날’을 지정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국 8개 지역에서 동시에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을 진행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장기기증 운동을 위한 후원에 앞장서 온 부광금속사의 이용훈 대표이사, 생면부지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과 간을 기증한 이태조 목사와 각막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안효숙씨가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들은 국내 장기기증운동이 시작된 지 30년이 되는 2020년을 준비하며, 대구경북지역에서 생명나눔 운동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한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이날 기념식에서는 생명나눔의 주인공들이 감동적인 사연을 전해 듣는 이들의 눈가를 촉촉하게 했다.

안효숙씨(여·39)는 2016년 12월29일 본부를 통해 각막을 이식받아 삶의 빛을 되찾았다. 7세 무렵, 원인 모를 열병을 앓은 이후로 시력을 잃은 안씨는 30년간 확대경에 의지한 채 살아왔다. 그러던 중 2016년 7월, 설상가상으로 철심에 각막이 손상되는 사고를 당해 각막이식수술이 시급하다는 의료진의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도 각막기증자가 나타났고, 본부를 통해 각막이식 수술비까지 후원받게 되어 기적적으로 각막을 이식받았다.

각막이식 수술 후 밝은 세상을 다시 마주한 안씨는 “생명나눔을 응원하는 모든 이의 도움 덕분에 다시금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됐다”며 “앞으로 제가 받은 생명나눔의 기쁨을 많은 대구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홍보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태조 목사도 무대에 올라 신장과 간을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을 위해 기증하게 된 이야기를 전했다. 이 목사는 1993년에는 신장을, 2005년에는 간을 기증하며 생명나눔에 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목사는 “저의 작은 나눔을 통해 누군가가 새 생명을 얻고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로 다시 살아가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매우 기쁘다. 저와 같은 마음으로 생명나눔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대구에서는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부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대구경북지역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한 사람은 4천902명으로 2017년(2천224명)보다 약 2.2배 증가했다. 대대적으로 장기기증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대구지역은 특히 올해 대구기독교총연합회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상반기 동안 무려 17곳 교회에서 생명나눔예배를 진행하며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모집에 나섰다. 또 지난 6월에는 영남대의료원과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대구시 의료계와도 협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 대구경북지부 정의석 본부장은 “앞으로도 본부는 대구 지역의 생명나눔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 의료기관, 민·관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이번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장기기증 홍보대사로 위촉된 9명의 주인공들과 함께 다각적인 홍보활동을 펼쳐 대구가 생명나눔 제1의 고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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