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8시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대실역. 대합실에서 2번 출구로 나오는 계단에서부터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채웠다. 길로 나와 50m쯤 걸어가자 대로변 전체에 냄새가 진동했다. 불쾌감을 느낄 만큼 진한 냄새였다.
강창 태성 그린시티아파트 한 주민은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집안에 고개 냄새가 가득해 헛구역질이 날 정도”라며 “봄철 미세먼지보다 더 심해 창문을 감히 열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건너편 강창훼밀리타운아파트 한 주민도 “한달 전 개업한 한 유명 가맹점 고깃집 냄새 때문에 빨래를 널 수 없는 등 생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웬만하면 참겠는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화구이 식당에서 나오는 냄새와 연기로 인해 식당과 주민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구시와 8개 구·군에 따르면 올해 고깃집 등 식당에서 풍기는 냄새로 접수된 민원은 100여건(단순 전화 포함) 이상으로 추산되고, 매년 소폭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음식점 악취가 위법 사항이 아닌 탓에 책임 소재를 묻기가 어렵다.
현행법상 고깃집 악취로 인한 음식점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환기 시설 설치 의무만 있을 뿐 밖으로 배출되는 냄새·연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준을 두지 않은 탓이다. 일선 지자체에서 관련 민원을 접수해도 업주에게 개선 권고 정도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공장의 경우엔 ‘희석배수’ 수치(냄새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공기를 투입해야 되는 정도)를 규정해 놓고 있지만, 이 또한 일반 식당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안이 될 수 있는 집진기 등 악취 방지 시설은 극소수 직화구이 식당 업주만 설치해 가동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의무 사항이 아닌 데다 설치·관리에 적잖은 돈이 들어 영세 자영업자들은 설치할 여력이 없다.
악취방지시설 확충에 적극적인 지자체도 있다. 2016년부터 매년 15곳의 음식점을 선정해 악취 방지 시설 설치비를 최대 70%까지 지원해주는 서울시는 내년부터 30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설치비뿐 아니라 방지시설이 설치된 사업장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유지관리를 위한 기술도 알려준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 관계자는 “시설비는 지원해주진 않지만, 저리로 빌려주는 정책은 있다. 음식업주와 주민간에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중재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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