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뮤지엄 체어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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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3   |  발행일 2019-12-13 제23면   |  수정 2019-12-13

대형 미술관을 가본 사람들은 아마 ‘미술관 피로(Museum Fatigue)’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는 미술관을 장시간 관람하는데서 오는 육체적 피로다. 그래서 미술관 관람시 낮은 굽의 신발을 신고 짐은 최대한 가볍게 하라고 조언한다. 피로를 줄여야 미술 감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애호가들의 불만 중 하나는 전시장에는 왜 의자가 없느냐는 것이다. 공연은 의자에 앉아 편하게 볼 수 있는데 전시는 계속 걸어다니면서 봐야 한다. 당연히 허리, 다리가 아프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실제 대형 미술관은 몇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봐야 해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보니 처음에는 찬찬히 작품을 관람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허둥지둥 보기 십상이다. 아마 서울시립미술관이 ‘뮤지엄 체어’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한 의자제조업체로부터 200개의 의자를 기증받았다. 이 의자는 낚시용 의자처럼 접이식이라 이동과 공간 활용에 용이하다. 무게도 2㎏으로 가벼워 들고 다니다 오래 보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펴고 앉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관람객은 누구나 자유롭게 대여할 수 있다.

좌식관람 문화가 익숙지 않은 국내 전시장의 경우 해외에 비해 감상 시간이 짧은 편이다. 장시간 관람이 주는 피로 때문이다. 한국은 특히 여성관람객이 많아 피로에 민감하다. 한 시립미술관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 관람객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런 측면에서 뮤지엄 체어는 관람시간을 늘리고 관람객의 육체 피로 감소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의자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다른 미술관들도 이 의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구를 대표하는 시립미술관인 대구미술관은 어떨까. 대구시가 민자투자사업(BTL)방식으로 미술관을 건립해 미술관 옆 부속건물이 9년째 예식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미술관 관람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예식장이 그나마 아트숍, 카페를 운영해왔으나 현재 아트숍은 문을 닫았고 카페만 운영되고 있다. 예식장 계약이 끝나면 대구시가 그 공간을 임차해 미술관련 시설 등으로 활용할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언제 실현될지 모른다. 제반 편의시설이 부족한 대구미술관에서 뮤지엄 체어는 과연 꿈이나 꿀 수 있을까.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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