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뇌하수체 종양…콧속 내시경 넣어 흉터없이 안전하게 치료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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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8 08:00  |  수정 2021-05-18 08:10  |  발행일 2021-05-18 제25면
99% 이상 양성 종양…환자 대부분 예후 양호
종양 커져 시신경 누르면 시야 감소 증상 보여
크기가 작고 호르몬 분비 않으면 지켜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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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하수체 종양'은 말 그대로 뇌하수체에 생긴 모든 종양을 말한다. 코 뒤쪽 뇌의 중앙에 있는 작은 기관인 뇌하수체는 우리 몸에 중요한 호르몬의 분비와 조절을 담당하고 있다. 뇌하수체 종양은 전체 원발성 뇌종양의 15~20%를 차지, 세 번째로 흔히 발견되고 있다. 또 최근 그 환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뇌종양의 하나이지만 뇌종양과 달리 뇌하수체 종양을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뇌하수체 종양이란

뇌종양은 두개강(뇌가 들어 있는 두개골 안쪽의 공간) 내 모든 종양을 의미하기 때문에 뇌의 일부인 뇌하수체에서 발생한 종양도 큰 틀에서는 뇌종양에 포함된다. 다만, 발병 기전과 중증도에서 큰 차이를 보여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뇌종양과 뇌하수체 종양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다.

WHO에서는 뇌하수체 선종을 중추신경계 종양에 포함하지 않고 신경내분비 종양으로 분류하고 있다. 뇌종양은 뇌에 직접적인 문제를 발생시키는 반면 뇌하수체 종양은 내분비계 이상 등 외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덕분에 뇌하수체 종양은 대부분 환자 예후가 비교적 양호한 양성 종양인 경우가 많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또 건강보험공단에서도 뇌종양은 중증질환으로 분류돼 암과 동일한 혜택(본인 부담률 5%)을 받지만, 뇌하수체 종양의 본인 부담률은 10%로 이보다 높은 이유도 이 중 하나다.

종양은 크게 악성 종양(암)과 양성 종양으로 나눠진다. 뇌하수체 종양은 99% 이상 선종을 포함한 양성 종양이다. 양성 종양은 수술로 얻는 이익이 이에 따른 위험을 넘어서는 경우에만 하게 된다. 크기가 작고 호르몬 분비를 하지 않는다면 치료하지 않고 그냥 지켜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술을 하는 경우는 △호르몬 교란으로 인해 말단 비대증, 쿠싱병 등의 질환이 생기거나 △종양이 너무 커 주변의 신경을 압박할 때 정도다. 종양이 커지면 주로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방치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

◆뇌하수체 종양의 증상은

뇌하수체 종양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기능성 종양과 비기능성 종양으로 구분된다.

호르몬 과다분비가 일어나는 기능성 뇌하수체 종양이 생기면 문제가 되는 호르몬에 따라 그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은 프로락틴 호르몬 분비 종양의 경우 여성 환자에게서는 생리불순, 유즙분비, 불임 등, 남성에게서는 성 기능 감소나 발기부전, 여성형 유방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기능성 뇌하수체 종양은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는 세포들이 종양이 돼 점점 커지면서 주변 신경을 압박, 두통과 구토 등이 생길 수 있다. 또 종양이 커져 시신경을 누르게 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시야 감소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정면은 잘 보이는데 양쪽 바깥쪽부터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뇌하수체 종양을 의심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증상이 생기는 경우 내분비내과나 산부인과에서 호르몬 검사를 받고 뇌하수체 종양을 발견하는 환자도 많다. 또 시력이나 시야 감소로 안과에서 정밀 검사 후 뇌하수체 종양에 의한 시신경 장애로 진단, 신경외과로 오는 경우도 많다. 신경외과 진료 후에는 호르몬 수치 검사와 뇌하수체 정밀 MRI를 통해 뇌하수체 종양을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치료는 어떻게

뇌하수체 종양은 대부분 양성이어서 뇌의 다른 부위에 전이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환자에 따라 적절히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종양의 크기가 너무 커지면 그만큼 수술도 어려워진다. 신경이 오래 압박되면 수술 후에 완전 회복되지 않을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뇌하수체 종양은 수술로 종양을 절제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다. 흔히 뇌종양이 있으면 머리뼈를 열고 수술하는 개두술을 먼저 생각하지만, 뇌하수체 종양은 콧속으로 접근해 흉터 없이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개골을 여는 수술보다 효율적이고 회복도 빠르다.

뇌하수체 종양은 예전부터 코를 통한 현미경 수술로 치료해 왔다. 그러나 종양이 커 뇌 안쪽이나 뇌혈관, 신경을 침범한 경우 현미경만으로는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워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각광 받고 있다. 내시경 수술법은 4㎜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종양 바로 앞까지 접근해 수술을 하기 때문에 주변의 신경이나 주요 혈관을 명확하게 확인하면서 수술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현미경 수술법보다 수술 시야가 매우 넓어 정상 구조물의 손상을 최소화 하면서 종양 제거율을 높여, 수술 시 안전성이 높고 재발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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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동산병원 권세민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권세민 교수(신경외과)는 "양쪽 콧구멍을 통해 내시경과 수술도구가 들어가기 때문에 코에 흉터를 내지 않고 치료하는 최소침습적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 "최근 내시경 수술법이 많이 발달해 예전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해면정맥동을 침범한 뇌하수체 종양도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되고 있고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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