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대구는 늘 순종하지 않았다

  • 정재훈
  • |
  • 입력 2026-05-10 16:14  |  발행일 2026-05-11
보수의심장에 숨겨진 야성
순종하는 대구 결코없어
정치인들이 외면했던 열망
33번째 꼴찌의 경고장 속
6·3 대구 시민의 선택은
재훈

흔히 대구를 '보수의 심장'이라 부른다. 보수 정당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숱한 위기에도 보수 정당을 '지켰다'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대구라는 도시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격렬하게 정치 이슈에 반응해왔다. '일제시절 조선의 모스크바'까지 갈 것도 없다. 1985년 12대 총선 당시 중선거구제 시절 대구는 신한민주당과 한국국민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여당은 6개 선거구 가운데 겨우 2곳에 그쳤다. 즉 대구에도 야성이 있었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로 바뀐 1988년 이후 그 야성은 오랫동안 잠들었다.


잠든 야성이 다시 깨어난 건 1996년이었다. 15대 총선 1년 전,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사고로 대구 민심은 흉흉했다. 당시 여당이 PK(부산·경남) 중심으로, 대구를 홀대한다는 여론도 이에 한몫했다. 자민련은 '박정희 향수'를 일으키며 대구에 힘을 쏟았고 13개 선거구 가운데 무려 8석을 차지했다. 대구가 중앙 정치에 분노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장면이었다.


반면 인근의 경북도는 자민련의 바람이 거세지 않았다. 당시 경북에선 신한국당이 11석으로 1당을 차지했고 자민련은 2석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대구만의 특성이 확인된 것이다.


2008년엔 '친박연대'가 한나라당 공천에 반발해 대구·경북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016년 총선에선 유승민·주호영 의원이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당시 대구 수성구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도 마찬가지다. '옥새파동'으로 대표되는 공천 파동과 정부·여당에 실망한 대구시민들의 마음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2020년엔 홍준표 전 의원이 당의 공천에 반발,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이처럼 대구는 정당 간판보다 지역의 이익이나 가치 판단을 앞세울 줄 알았다. 순종적으로 특정 정당만 찍어주는 기계나 식민지가 아니었다.


물론 반란이 매번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점은 안타깝다. 자민련으로 당선된 대구 의원들은 신한국당의 '박근혜 영입' 이후 다시 당적을 옮겼다. 친박연대 당선자들도 총선이 끝나자 한나라당으로 복당했다. 무소속 반란자들도 "복당은 없다"는 당시 지도부의 말이 무색하게 당의 지붕으로 돌아왔다.


즉 반란은 있었지만 변화는 없었다. 이는 분명 대구 시민들의 잘못이 아니다. 대구시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에도 '정치인'이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않은 셈이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대구는 또 한 번 술렁이고 있다. 개인적으론 이번 대구시장 선거 중반의 핵심 단어가 대구의 1인당 GRDP(지역 내 총생산)라는데 주목한다. 대구는 33년째 전국 1인당 GRDP 꼴찌를 기록했다. 때문에 이에 대한 공방이 잇따르고 있다. 조금만 다르게 해석해보면 지역민의 변화에 대한 바람이, 정치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흡수'로 끝난 역사들이 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아니면 이번엔 다른가. 대구시민은 이미 회초리를 들었던 걸까, 아니면 아직 몽둥이가 남아있을까. SNS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시민들의 속내는 기사나 여론조사가 다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는 속된말로 정말 까봐야 안다. 전국은 물론 세계까지 주목하는 6월3일의 대구, 시민들의 선택이 사뭇 궁금하다.


정재훈 서울취재팀장



기자 이미지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