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팀 이승엽 기자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뽑았습니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충청·호남권 반도체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대구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구시민이 선택한 결과" "대구는 국물도 없다"는 식의 조롱이 쏟아졌다. 현 정부와 맞서는 야당 소속 시장을 뽑았기 때문에 국가전략산업 유치의 혜택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논리였다. 씁쓸했다. 그리고 마음 한켠이 아렸다.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대구의 미래가 암담하게 느껴져서다.
먼저 지방선거와 반도체 투자를 연결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전략산업이다. 기업의 투자 결정은 정치적 호불호가 아니라 시장성, 수익성, 산업 생태계, 인재,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 등 복합적인 요소를 종합 검토해 이뤄진다. 최소 수십조원 규모에 달하는 반도체 설비 투자를 선거 며칠 만에 결정할 수 있을 리 없다. 여당 시장은 되고, 야당 시장은 안 된다는 일차원적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특정 정당 소속 시장의 당락과 연결하거나, 주민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은 의도적·악의적 왜곡에 가깝다.
다만, 이번 논란이 씁쓸한 이유는 대구사회의 오랜 위기감과 불안을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1990년대 섬유산업 쇠퇴 이후 대구는 마땅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청년인구 유출과 산업공동화는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고, 지역경제도 악화일로다. 반도체는 이런 대구가 미래를 걸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략산업이었다. '결국 대구는 또 안 되는 것인가'라는 무력감·박탈감이 밀려오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번 투자설은 대구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이재명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전략으로 '5극 3특' 구상을 제시했을 때 대구는 어떤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중요할 때 하필 리더십 부재와 시정 공백을 겪고 있어서다. AI·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유치를 위해 충청·호남·동남권이 바쁘게 움직일 때 선장을 잃은 대구는 고작 현상 유지가 최선이었다.
그렇다고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유치가 물 건너간 것은 아니다. 대구는 제2국가산업단지·군위첨단산업단지를 비롯한 풍부한 산업용지와 전력·용수 공급 여건을 갖췄다. 연구인력과 제조업 기반은 비수도권 어디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부족한 것은 산업 인프라가 아니라 그것을 국가정책과 기업 투자 논리로 연결할 전략이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국가전략산업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대구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지 못한다면, 이번 투자설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더 큰 위기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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