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곤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율하연합가정의학과 원장
최근 대구시의사회 유튜브 제작회의에서 의대에 어떻게 입학했는지 얘기를 풀어보자는 주제가 논의되었다. 흥미로운 주제라 이런저런 의견들이 많이 나왔는데 의견을 내고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내 부모님의 교육관을 생각하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다루기엔 짧은 내용이라 내려놓았으나 이 기회에 지면을 빌려 이야기해본다.
교사이셨던 부모님은 엄하셔서 내가 잘못을 하면 크게 혼내셨고 어린 시절의 나는 활발하고 까불기도 했지만 소심하고 주눅들 때가 더러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의아할 정도로 잘못을 할 때와는 별개로 학업과 성적에는 굉장히 관대하셨다. 초등학교 때도 공부를 곧잘하던 나는 시험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의 어느 시험에서 미술문제 5개 중에 4개를 틀려 20점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고 부모님께 혼날까 겁이 났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셨고 그때의 안도감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일 때 청송군 수학경시대회에 나를 포함한 3명이 학교 대표로 나가게 되었다. 경시대회를 준비하고 지도하셨던 선생님은 매일 수학숙제를 내주셨고 일요일에도 학교에 모여 공부를 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한창 경시대회를 준비하던 어느 주말 영덕의 시골집에 외가 식구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토요일 저녁에 만나 도란도란 반갑게 안부를 묻고 일요일 아침 작은 개울가에서 사촌들과 즐겁게 놀던 중 이제 경시대회 준비를 하러 가야된다는 얘기에 아쉬움을 달래며 길을 나섰다. 당연히 가야한다고 생각했기에 출발할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차를 타고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재미있게 놀고 있을 사촌들이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서러움이 북받쳐서 엉엉 울음이 터졌다. 부모님은 더 놀고 싶다고 얘기했으면 오늘 하루는 쉬어도 괜찮았는데 말하지 그랬냐고 하셨고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를 위해주시는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져 이내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열심히 준비한 수학경시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고 이후 대학 입시까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나의 교육을 방치하신 것은 전혀 아니다. 어머니는 방과 후 곁에 붙어서 학교 숙제를 도와주셨고 평소 독서를 즐겨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은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는 습관을 길러주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도 공부든 예체능이든 배워둘 만한 것들을 권유해주셨기에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오늘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재촉과 압박이 아닌 믿음과 기다림을 보여주신 부모님의 모습이 든든한 뒷받침이었고 삶을 살아가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최근 정은경 복지부장관 교체설이 나오고 있으며 대통령과 장관의 업무처리 방식이 다른 것이 이유로 꼽힌다. 대통령은 취약계층에게 식료품을 무상제공하는 그냥드림 사업과 탈모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등 현장에서 즉시 체감되는 정책의 빠른 실행을 원하지만 복지부는 정책에 대해 수차례 토론하고 적용 가능성과 완성도를 꼼꼼히 점검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의료정책은 작은 결정으로도 의료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고갈되어가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책도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정부가 의료 전문가들을 믿고 기다리며 곁에서 조언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성공적인 의료정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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