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한울원자력본부 전경. 울진에서는 한울·신한울 원전 8기가 가동 중이며, 경주 5기를 합치면 국내 가동 원전 26기의 절반인 13기가 경북에 몰려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발전소가 5기나 조성된 경북 경주에서 산업용 전력인프라가 부족해 공장 증설을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의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해 기피시설인 원전까지 품었지만, 정작 전력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기업의 '탈(脫)경주'를 멍하니 바라봐야 하는 시민들은 '이러려고 원전을 유치했나'라며 자조 섞인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18일 경주시 등에 따르면 안강읍에 본사와 공장을 둔 반도체·산업용 케미컬 소부장기업 <주>퓨릿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돌연 충남 예산 제2일반산업단지에 350억원 규모의 신규 공장과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퓨릿이 새 공장 부지로 경주가 아닌 예산을 점찍은 데에는 전력수급 문제가 자리한다. 경주 안강권 경우 전력공급 안정성이 떨어져 공장 증설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
더욱이 경주지역 변전소 대부분은 154㎸급이라 공급 여력이 제한적이다. 대규모 전력을 쓰는 기업이 공장을 돌리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동하려면 345kV 이상의 초고압 변전소와 전력망이 필수적이다. 한국전력이 북경주권의 전력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154㎸ 왕신변전소와 관련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확장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발전량이 아무리 많아도 송·변전망이 기업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전력 생산지역이라는 장점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반면 수도권 전력망 인프라는 꾸준히 확충되고 있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추가 전력을 10GW 이상으로 보고 발전설비와 변전소, 장거리 송전망을 포함한 별도 공급대책을 추진 중이다.
이강희 경주시의원은 "회사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과 5년가량 협의해 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개선이 되지 않았다"며 "반도체 관련 공정은 '순간정전'만 발생해도 생산설비 전체를 점검해야 할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도 산단의 양적인 확대보다 전력·용수 등 질적인 기반을 갖추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재
동부지역본부 소속입니다. 경주의 현장을 기록하고 지역의 변화를 전합니다.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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