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전체의 1/3 수준을 살짝 웃도는 규모. 1차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경북 혁신도시 가족동반 이주율이다. 이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부산(81.4%), 제주(73.0%), 전북(72.1%)과 비교하면 차이가 도드라진다.
길게는 13년(2013년·우정사업조달사무소), 짧게는 10년(2016년·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지났지만 이전 공공기관 직원 상당수는 여전히 수도권을 생활 거점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보면 불과 10여년 만에 가족과 함께 경북 혁신도시로 이주한 이들이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미혼자를 포함한 직원들의 경북 혁신도시 이주율은 51.6%까지 올라간다.
전체 혁신도시로 범위를 넓히면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지역에 이주한 인원은 3만4천214명에 이른다. 전체 대상자 4만8천128명 중 71.1%가 각 지역에 이주했음을 뜻한다. 나름 의미 있는 숫자다.
하지만 수도권에선 여전히 공공기관 이전 무용론이 나온다. 전국 혁신도시로 이사를 온 인구 대부분은 인접 지역 주민들로 지방 인구 증가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공공기관 이전 명분 중 하나였던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의 한계를 강조한다. 더욱이 부족한 인프라 탓에 금요일마다 '서울行 전쟁'을 벌이고 주말이면 텅 비는 혁신도시 상권도 무용론을 부추긴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이 금융안전망 붕괴를 주장하며 지방 이전에 반대하고 나선 것도 결국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에서도 생활 인프라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특히 경북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의 정주여건 만족도는 69.2점으로 전체 평균(69.4점)에도 못 미쳤다.
인프라 부족 문제는 달리 생각하면 2차 공공기관 이전의 필요성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이 성공하기 위해선 정주여건 개선이 절대적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반면교사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공공기관의 간판을 지방으로 옮겨 달고 청사를 새로 짓는 식의 '물리적 이전'만으론 지역 균형발전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단순히 '어느 기관을 어느 지역으로 보낼 것인가'에 그쳐선 안 된다. 이전 대상 발표와 함께 해당 지역의 정주 여건과 기반 인프라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종합적 지원책을 강력히 결합해야 한다.
성공적인 이전을 위한 핵심 열쇠는 '살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인프라 투자의 과감성에 있다. 공공기관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지역의 진정한 주민으로 뿌리내리게 하려면 교육·의료·교통·문화 등 정주 여건 전반에서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우수한 교육 환경과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맡길 수 있는 지역 거점 의료기관의 확충, 인근 광역 거점과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교통망 정비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지자체의 열악한 지방재정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 정부가 직접 예산과 정책 수단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지방의 삶의 질을 수도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2차 이전은 철저히 '지역 산업과의 시너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제조, 금융, R&D, 에너지 등 이전 기관의 기능적 특성과 지역의 기존 산업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강력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인세 인하, 전기요금 차등제 등 강력한 인센티브로 기업의 지역 이전까지 살펴야 한다.
결국 기관과 기업, 대학이 어우러진 생태계 구축을 통해 양질의 민간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이 배출한 청년 인재가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는 선순환이 비로소 작동한다.
박종진
작은 이야기가 가진 큰 울림을 전합니다. (feat 카피바라)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울릉도 최대 부속섬 죽도… 하늘에서 만난 푸른 비경](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8/news-m.v1.20260819.9d8fa288f98b4a408ebc92591994eca4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