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수메르인의 부채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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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31 09:46  |  발행일 2026-08-31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폴 비그나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다. 미국의 국채는 40조 달러이고 주, 기업, 소비자의 것을 넣으면 77조 달러로 올라간다. 미국 국내총생산은 32조 달러. 전 세계적으로 보면 빚 350조 달러는 총생산의 3배다. 배꼽이 몇 배 길게 빠져 있다. 이미 정상적인 빚 청산 능력 범위를 벗어났다. 정부가 빚을 못 갚으면 어떻게 될까? 또 빚을 내고 빚이 많으면 금리가 올라가고 짐바브웨처럼 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다 경제가 파탄난다.


고대 수메르사회에 '아마르기'라는 것이 있었다. 공공부채의 전면적인 탕감을 뜻한다. 그 사회에서는 돈을 발명하여 그것을 빌려주고 복리로 이자를 챙겼다. 빚이 하늘로 치솟았다. 시민들은 빚 때문에 노예로 팔려가고 농부들은 땅을 뺏겼다. 엔메테나 왕이 '모든 공공부채는 무효'라는 칙령을 내리자 노예가 풀려나고 농부가 농사를 지었다. 레위기의 '희년'은 바로 이때 이야기다. 아테네에서도 솔론이 빚 탕감을 선언하자 반대파가 거세게 일어났지만 10년간 국외에 도피하면서 법 개정을 막아 결국 그 개혁을 성공시켰다. 실패한 역사도 있다. 스파르타 왕이 광장에서 모든 빚 문서를 불태웠더니 반대세력이 잡아 교살했고 로마의 그라쿠스 형제도 비슷한 이유로 살해당했다. 그 후 이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은 해마다 1조 달러를 이자로 지급한다.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언젠가는 눈사태를 몰고 올 것이다. 그 돈으로 다리 놓고 병원 짓는다고 생각해 보라. 돈은 사람이 고안해 낸 것인 만큼 재고할 수 있다. 고대사회의 빚 탕감 문화를 참고하라. 자원 배분 기록장치일 뿐인 돈은 주기적으로 세팅이 필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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