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국가 경쟁력과 기술외교 시대

  •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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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4 발행일 2022-09-14 제26면
  • 수정 2022-09-14 06:46
국가경쟁력 평가 1위 덴마크
친환경 정책이 경쟁력 제고
기술 중요시하는 국민의식
글로벌기업 네트워크 구축
기술외교 도입이 중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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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덴마크가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덴마크는 2020년 2위, 작년 3위에 이어 올해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IMD는 1989년부터 63개 국가를 대상으로 평가해 왔는데 금년에는 덴마크, 스위스, 싱가포르, 스웨덴 등이 최상위권이었다.

덴마크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경제적 성과가 13위에 그쳤으나 정부 효율성 6위, 인프라 2위, 비즈니스 효율성 1위를 기록하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덴마크는 620만명의 인구와 영남지역보다 조금 큰 42만㎢의 면적을 가진 작은 나라인데 어떻게 1인당 국민소득이 6만4천달러에 이르며 세계 최고의 국가 경쟁력을 가진 나라가 되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덴마크의 높은 국가 경쟁력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경제에서 찾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이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했던 덴마크는 최근 코로나19 회복을 위한 정부 지출의 60%를 환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70%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덴마크는 첨단 농업국가답게 돼지고기의 위생처리 과정에서 인슐린을 발견한 제약 분야의 선도국가다. 오늘날에는 친환경 산업을 중시한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기술을 개발했다. 통계에 따르면 덴마크는 지난해 7월 기준 14개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운영 중이며,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 수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89억유로에 달해 전체 수출의 7%를 차지한다.

이처럼 친환경 산업은 덴마크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경제적 성과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기술을 중시하는 국민 정서와 친환경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경쟁력을 만들었다. 2050년까지 북해의 석유와 가스 생산을 중단한다는 2020년 12월 선언은 탄소중립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2017년 세계 최초로 기술 외교(techplomacy) 개념을 도입해 기술 대사 제도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덴마크 정부는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어지간한 국가만큼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해 11월 기술 담당 대사를 실리콘밸리에 파견했다. 또한 시장 개척을 위해 전문 외교관을 베이징에도 파견해 글로벌 대기업들과 교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9년 9월4일 기사에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졌는데, 기술 대사는 덴마크 정부와 시민의 입장을 기업에 전달하고, 자국과 기업의 상호 이익을 찾아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덕분에 덴마크는 글로벌 기술기업들과 국가 수준의 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신기술의 출현으로 글로벌 대기업의 영향력은 대단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덴마크 정부가 기업들에 국가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비판도 있었으나 지금은 기술 외교가 정착되었다는 평가다. 이번 IMD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종합 27위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4단계 하락했다. 덴마크의 국가 경쟁력은 기술을 중시하는 국민 의식과 이를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한 기술 외교가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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