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복지마저 위협받고 있는 까닭은

  • 김은경
  • |
  • 입력 2012-01-21 08:43  |  수정 2012-01-21 08:58  |  발행일 2012-01-21 제18면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1970년대 신자유주의 등장 이후
계층간 소득불균형 더욱 심해지고
노동에서 자본으로 권력이 이동하며
복지국가의 구조 자체가 흔들려
지난해 미국에서 일어나, 금세 전세계로 확산된 ‘월스트리트 시위’는 상위 1%에 대한 99%의 역습이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에서 일어나, 금세 전세계로 확산된 ‘월스트리트 시위’는 상위 1%에 대한 99%의 역습이었다. 연합뉴스

‘복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당면과제가 됐다. 복지에 대한 해결 없이는 선진국으로 안착할 수 없다는 절대명제 아래,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복지를 지상 최대의 과제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30년간 노르웨이의 노동운동에 몸바쳐온 저자 아스비에른 발은 복지에 대해 좀더 진지하고 사려깊은 통찰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복지의 길에 닿을 수 없으리라고 충고한다.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점령하라(occupy)’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타올랐다. 9월17일 시작된 시위는 분노한 시민과 학생, 주부까지 가세하면서 한 달 후에는 전세계로 확산되기도 했다. ‘We are the 99%’란 시위대의 구호는 짧지만, 많은 것을 함축하면서 시위대의 요구를 명쾌하게 대변했다. 금융위기 이후 확대된 경제불평등과 사회불안정에서 시민들이 행동으로 나선 월가시위는 상위 1%에 대한 99%의 역습이었던 것.

아스비에른 발 지음/ 남인복 옮김/ 부글/ 424쪽/ 1만7천원
아스비에른 발 지음/ 남인복 옮김/ 부글/ 424쪽/ 1만7천원

북유럽과 함께 복지국가의 양대 모델로 상징되는 미국의 상황이 이렇다면 북유럽의 복지는 어떠할까. 크게 달라질 바는 없다. 1970년대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이후 북유럽 국가들에서조차 빈곤의 증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마약남용과 정신질환의 증가, 폭력과 높은 자살률 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미국이든, 북유럽이든 모두가 시민들의 삶의 질은 갈수록 압박받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와 같이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복지가 위협을 받게 된 배경으로 신자유주의를 지목한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한 최근 20~30년 동안 계층간 소득불균형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노동에서 자본으로 권력이 이동하면서 복지국가의 구조 자체가 흔들리게 됐음을 이야기한다. 신자유주의가 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결과적으로 복지국가의 틀을 위협하게 만들었다는 것. 말하자면 정치가 어느 정도 경제를 통제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막강한 힘을 가진 자본이 정치를 통제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됐으며, 이런 속에서 시민들은 그동안 보편적으로 누리던 혜택마저 엄격한 심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세계 각국의 복지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이루게 된 것일까. 저자는 역사적으로 복지국가는 좌파 투쟁의 산물이었고, 이 때문에 자본과 노동이 균형을 이뤘을 때 가능한 국가모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주도하면서 자본과 노동의 균형은 깨지고, 근로자의 고용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면서 노동 강도는 더욱 커져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참된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 전반에서 투기경제를 버리고, 빈곤과 사회불평등을 퇴치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저자는 사회적 부의 분배가 불평등하고,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노동과 자본의 깨어진 균형이 다시 맞춰질 날 역시 가까워진다는 것을 역설한다.

끝으로, 저자는 복지국가를 위한 마지막 충고를 잃지 않는다. 저자는 “근본적인 변화는 정부나 의회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어느 시대나 사회의 꼭대기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언제나 변화는 아래로부터 위로 강제돼야 한다. 만일 오늘날 대중의 압박이 충분히 강하지 않으면, 이 시대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변화는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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