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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인수 지음/ 창비/124쪽/8천원 |
때로는, 마음을 열면 더 잘 들리는 소리가 있다.
어머니 무덤 가, 시인은 소주 몇 잔과 함께 ‘고요한 적막’에 귀를 기울인다. 새소리, 매미소리, 하염 없는 물소리…, 복받치는 시인의 심정 때문일까. 적막의 소리는 점점 커지고, 급기야 배롱나무꽃 붉게 흐드러진 모습에서는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문인수 시인의 신작시집 ‘적막 소리’(창비)는 고요해서, 더욱 잔향과 울림이 깊은 시집이다. 삶과 죽음을 예민한 시각으로 통찰하고 빚어낸 시인의 언어가 살아서 꿈틀거리고, 선명하고 명징한 이미지들이 페이지마다 가득 펼쳐져 삶의 풍경을 변주한다.
시인에게 통산 8번째인 이번 시집에는 유난히 죽음이 많다. ‘이제,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 지금, 어머니를 심는 중……’(하관), ‘사람하고 헤어지는 일이 늙어갈수록 힘겨워진다. 자꾸, 못 헤어진다’(동행), ‘허공에, 입이 홀로다./ … / 일평생이 참/ 저, 심호흡 한번이다.’(삶) 등 곳곳에 죽음과 이별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이에 대해 시인은 “이 시집이 껴안고 있는 그것(죽음)들은 오히려 가장 생생한 ‘산 증거’로 읽히면 좋겠다. 방금 나무를 베어낸 자리처럼, 손바닥에 닿는 그루터기의 그 축축하고도 서늘한 촉감처럼…”이라고 희망한다.
늘 그렇듯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만의 독특하고, 사유깊은 언어가 빛을 발한다. ‘울음이 울음을 거뭇거뭇 삭이고, 어둠이 어둠을 그렇게 잠재우는’(개펄), ‘적막도 복받치는 것 넘치느라 소리를 내는 것이겠다.’(적막소리), ‘꽃이 피거나 말거나, 시들거나 말거나 또 하루가 갔다./ 한 삽 한 삽 퍼 던져 이제 막 무덤을 다 지은 흙처럼/ 새 길게 날아가 찍은 겨자씨만한 소실점, 서쪽을 찌르며 까무룩 묻혀버린 허공처럼/ 하루가 갔다.’(최첨단) 등 그만의 언어가 오롯이 담겨 있다.
평론가 권혁웅은 문인수 시어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한다. “단문 사이에 툭툭 던져넣는 무심한 잠언들, 구어적인 문장들의 정점에 출현하는 문어적인 요약문들, 뒤가 깨끗이 잘려나간 결구들, 인물의 일대기마저도 장면화하여 감치는 솜씨야말로 문인수의 시가 우리 시에 소개한 새로운 문체”라고. 그는 세속의 삶을 점묘하는 시인의 탁월한 문체를 ‘문인수류(文仁洙類)’라고 정의내린다.
신경림 시인은 “소재가 한결같이 한물갔거나 사라져 지상에 없는 것들이다. 이 시집의 시편들은 한 편 한 편 아름답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본디 그 바탕에 슬픔을 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추천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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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을 명민한 시각으로 통찰하고 빚어낸 시집 ‘적막 소리’를 펴낸 문인수 시인. |
성주 출신인 문인수 시인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한 이후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등을 두루 수상했다. 정현종 시인이 ‘황혼의 전성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최근 왕성한 창작열을 발산하고 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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