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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인저러스 메소드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한 여인의 섹슈얼 심리게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심리학은 미신이 아니라 과학으로 정립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무의식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경험을 성(性)과 관련된 트라우마로 해석하려 했던 그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고 이를 정립시켜줄 젊은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프 융을 제자로 삼고 싶어했다.
융은 프로이트의 인간의 억압된 욕구를 ‘콤플렉스’라고 정의해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장본인. 하지만 무의식에 접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꿈’이라고 주장했던 융과 달리, 모든 현상을 성적 경험과 결부시키는 프로이트는 그 의견에 동조할 수 없어 결국 두 사람은 다른 노선을 걷게 된다.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는 그런 두 사람의 대립과정과 함께 그들과 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여인 사비나 슈필라인의 숨겨진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간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은 육체적인 학대로 성도착증세를 앓고 있는 슈필라인(키이라 나이틀리)은 정신과 치료를 위해 의사인 융을 찾아간다. 그녀는 이제껏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했던 은밀한 성적 학대에 관한 이야기를 융에게 모두 고백한다. 융은 차츰 그런 슈필라인의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하지만 은밀한 관계가 드러날 것이 두려웠던 융과 그의 사랑을 차지할 수 없었던 슈필라인은 감정적 대립으로 이어진다. 결국 프로이트(비고 모텐슨)를 찾아간 슈필라인은 융과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밝히게 되면서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이 영화의 묘미는 러닝타임 내내 유지되는 긴장감과 그로 인한 흡입력이다. 감정과 욕구에 대한 억압을 고찰하고 순수와 성욕, 절제와 욕망이라는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심오한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이야기의 중심은 융이다. 냉철함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슈필라인의 묘한 매력 앞에 자신의 이성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으로서의 융을 재조명한다. 여기에 주류 심리학계에 편입해 자신의 존재를 높이고 싶은 프로이트와 융을 향한 사랑을 세상으로 드러내고 싶은 슈필라인을 위치시킨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한번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세 사람의 팽팽한 심리 게임이자, 그들이 주장했던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도발적이고, 위험했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가 시종 노골적인 욕망과 본능으로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일 듯.
영화 속 융과 슈필라인, 그리고 프로이트는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시종 무언가를 갈구한다. 서로를 향한 욕망을 분출하면서 치욕과 탐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다. 특히 흥미로운 건 인간 프로이트와 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 존경과 우정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론적인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고, 오해와 질투로 인해 결별을 하게 된다. 정신분석학에서 가장 유명한 일화인 이 이야기는 프로이트가 융을 향해 자신의 권위를 인정해 주길 바라는 과정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융과 슈필라인의 로맨스는 그 과정에서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융이 프로이트가 고안해낸 정신분석 치료법인 ‘토킹 큐어’를 이용해 치료한 첫 번째 환자가 슈필라인이다. 슈필라인을 만나면서 융은 자신의 본능을 억눌러야만 하는 현실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결국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이상성격을 발견한다. 이성에게 고통을 주고, 폭력에 의해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성적인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된 것. 슈필라인 역시 그런 융의 손길에 성적인 만족을 느낀다. 바로 가학(사디즘)과 피학(마조히즘)이다. 융은 자신의 가학적인 행위를 통해 성적 만족을 얻는다는 것을 처음부터 드러내지 않았지만, 융의 욕망을 자극할 만한 피학증 성행위자인 슈필라인으로 인해 가학증에 대한 욕망을 확인했다. 둘의 만남이 상호작용을 이루었고, 그로 인해 가학적이며 피학적인 성행위가 구체화된 것이다.
연출은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스’ ‘크래쉬’의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맡았다. 그간 폭력과 기괴함, 성욕 등으로 대변되는 본능적인 소재들을 독특하게 풀어낸 것을 생각해 본다면 ‘데인저러스 메소드’가 관객들에게 보여줄 충격의 파장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비고 모텐슨을 포함, 키이라 나이틀리, 마이클 패스벤더의 신선하고 탄탄한 연기 앙상블도 돋보인다. 좋은 시나리오와 깊이있는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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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델리온 더스트 한 아이를 놓고 두 부모간의 ‘낳은 정-기른 정’ 갈등
입양은 출산과 다름없는 자녀를 갖는 하나의 방법이다.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부모와 순수한 사랑으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고자 하는 부모, 그리고 자신을 낳아 준 부모의 품을 떠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가족의 따스함과 행복을 찾아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입양 신청자 수는 1천947명에 달한다. 매일 다섯 명 이상이 입양을 신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을 둘러싼 낳은 정과 기른 정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이 시대의 화두다. 카렌 킹스베리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한 ‘단델리온 더스트’는 미국의 한 입양가족을 통해, 이타적 사랑과 가족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을 제대로 포착해낸다.
플로리다 해변의 대저택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잭(콜 하우저)과 몰리(케이트 리버링)는 불임부부로 부모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조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그리고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립(배리 페퍼)과 웬디(미라 소르비노). 립은 아내를 폭행한 죄로 7년간 복역후 출소했다. 하지만 그의 석방은 두 가정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신호가 된다. 립은 자신이 감옥에 있을 때 웬디가 아들을 낳았지만 자신의 동의없이 입양을 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를 되찾아 새로운 가정을 이루겠다고 결심한다.
‘단델리온 더스트’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두 부모가 한 아이를 두고 겪는 갈등 구조를 섬세한 감성과 묵직한 감동으로 풀어낸다. 끔찍한 순간의 실수로 아이를 입양시킨 후 그리움 속에 살아야만 했던 립과 웬디, 입양한 조이와 그 무엇도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던 잭과 몰리, 두 부부의 예기치 못한 재회를 통해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긴다. 특히 이 영화가 주목한 입양이라는 주제는 입양 가정 부모의 아픔과 상처를 조심스럽게 꺼내며 이타적인 사랑의 영역까지 확대해 나간다.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야 했고, 사랑하기 때문에 보낼 수 없었던 안타까운 그들의 마음을 말이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 중독과 가정 폭력 등 이 시대의 아픔을 두 가정의 예기치 못한 만남과 그로 인한 강렬한 충돌을 통해 들여다본다.
입양은 가슴으로 낳은 사랑이라고 한다. 그 안에서 부모에 대한 정의와 부모가 된다는 것의 또 다른 진정한 의미가 담기게 된다. ‘단델리온 더스트’는 미국사회의 입양가정과 관련해 대부분의 법원 판결이 삶의 유대감보다는 혈육의 유대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단, 한국과 미국의 입양에 관한 법률은 차이가 있다) 비록 영화에서 묘사하는 내용과 같은 상황이 오늘날 벌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많은 부모들이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하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역시 이런 설정을 던져 놓고 복잡한 구도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두 부부가 한 아이를 놓고 싸우지만 각각의 부모는 나름대로의 타당한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없고,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 존 건 감독은 “바로 원작의 그런 혼란스러움과 인간적인 면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시나리오 과정에서 각 부부의 삶 속에 있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공평하게 강조하는 것과, 아울러 두 가족이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정해 놓았다.
사실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조이의 입장이다. 이제껏 함께 살아왔던 부모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은 여섯살 조이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다. 기존의 삶과 단절된, 낯설기만 한 새로운 가정환경과 새엄마, 새아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이 영화의 결말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뜻하지 않은 만남과 갑작스러운 이별 속에서 소중한 존재를 둘러싼 그들의 선택은 과연 행복을 이뤄낼 수 있을까? ‘단델리온 더스트’는 그에 대한 좋은 해답을 제시할 듯하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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