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푸드를 찾아서 .9] 대구 서봉사 명연 스님의 사찰음식 & 건강식사론

  • 글·사진=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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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2-12-14  |  발행일 2012-12-14 제면
“늦은 밤에 뭘 먹는 건 귀신뿐…오후 6시 이후론 아무것도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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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단지 음식 먹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수행의 일부로 여기는 대구 서봉사 주지 명연 스님. 스님은 지난달 11일 서봉사에서 대구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40여 가지 사찰음식 시식행사를 가져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자는 지난달 11일 근사한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건들바위 근처에 있는 서봉사 주지 명연 스님이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50여명을 초청, ‘마음으로 먹는 사찰음식전’을 봉행한 것이다. 아스파라거스콩햄말이, 유부만두, 더덕콩즙, 백년초김치, 도토리묵말랭이, 묵말랭이잡채 등 낯선 메뉴가 주목을 받았다. 명연 스님은 서울 조계종 총무원에 있을 때 국내 사찰음식문화 전파자 중 한 명인 선재 스님 등과 한국 사찰음식문화 홍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총무원 불학연구소 사무국장 시절 종단 사찰음식 특성화 작업도 했다. 속가의 다양한 식재료를 사찰음식 버전으로 변주할 줄 아는 안목을 갖고 있다. 청도에서 도화꽃이 가장 화려하게 핀다고 하는 청도군 화양읍 신봉리 죽림사에서 사찰요리 강좌를 펼치다가 지난 3월 서봉사 주지로 옮겨왔다. 지난 월요일 오전 서봉사 차실에서 스님을 만났다.


“견과류와 콩요리 즐기면서
뿌리·줄기·잎 적절 섭취 땐
육식 않고도 6대영양소 충족

제발 영양학적인 분석 말라
즐거운 맘으로 먹으면 보약

복숭아·매실·감·머위 등
장아찌 만들 재료 무궁무진
장과 궁합 잘 맞춰야 제맛
식초·공장 간장 사용 말길

감자스테이크·가지피자 등
퓨전 사찰요리 개발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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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등을 이용해 만든 사찰음식 버전의 채소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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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말랭이 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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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콩햄말이.


◆ 적게 먹을수록 더 지혜로워진다

대웅보전 맞은편 차실.

월요일 오전의 햇살이 통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병아리처럼 놀고 있다. 눈을 인 댓잎에 이는 바람은 찼지만 차실은 봄날이었다. 차탁에 앙증맞게 앉은 선인장같은 스노제이드가 빵긋 웃는다. 스님이 홍차를 풀고 직접 썬 레몬을 띄워 내준다. 홍차와 레몬향의 앙상블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스님, 요즘 1일1식하는 분이 많아 지는데 과연 인간은 하루 몇끼를 먹어야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두 끼 정도에 만족해요. 갈수록 줄일 예정입니다. 우선 오전 6시에 흰죽을 먹습니다. 이때 파프리카, 마, 연근, 청국장, 나물 등을 곁들입니다. 해인사 700m고지에서 마 농사를 짓는 스님한테 부탁해서 6박스를 사왔어요. 점심때는 요리를 주로 해 먹습니다. 제를 많이 올리니 이런저런 음식물이 많이 생겨요. 채소와 무나물을 밑에 깔고 그 위에 부침개를 올려 찜처럼 해 먹습니다. 콩을 불려놓았다가 김치를 볶아 섞어서 김치콩탕도 해 먹죠. 겨울철엔 무국도 좋죠.”

- 밤에는 뭘 먹는가요.

“원래 늦은 밤에 뭘 먹는 건 귀신뿐이라잖아요. 오후 6시 이후 아무것도 안 먹어요. 가끔 녹차를 진하게 먹어요. 저녁 약속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가끔 신도들이 원해서 마지못해 시내 파스타점이나 한정식 전문점을 찾기도 하지만 그걸 먹고나면 몸이 무거워져요.”

◆ 명연스님의 장아찌 비법

- 사찰음식의 백미가 장아찌 같더군요.

“장아찌에 대해선 참 할 말이 많아요. 복숭아·매실·감·머위·곰취·명이·가죽·오이·무·고추 등 장아찌로 만들 수 있는 농산물은 무궁무진하죠. 장은 크게 간장·된장·고추장인데 장별로 알맞은 게 있어요. 궁합을 잘 맞춰야 제맛이 납니다. 고추장에는 가죽·매실·복숭아 등이, 된장에는 깻잎·감 등이 어울려요.”

- 요즘 속가의 장아찌는 너무 짜거나 피클처럼 너무 새콤달콤 자극적이라서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더라고요.

“불가의 장아찌 담는 법은 속가와 좀 다릅니다. 저는 장을 잘 끓이지 않아요. 보통 식초를 많이 넣는 것 같고 달게 하려고 설탕에 너무 의존하는데 그래선 안돼요. 저는 공장용 왜간장 말고 직접 담근 조선간장과 매실 진액만으로 담는데 짜지 않고 달지도 않고 잘 변하지도 않아요.”

- 소문에 복숭아와 감으로도 장아찌를 그렇게 잘 담근다면서요.

“복숭아와 땡감장아찌는 2009년 청도 죽림사 시절에 개발했어요. 특히 복숭아 농가에선 큰 복숭아를 만들기 위해 발육 상태가 안 좋은 건 매실만 할 때 다 따내버리더라고요. 너무 안타까워 그걸 얻어와 설탕 넣고 장아찌를 만들죠. 보름 후면 복숭아가 쪼글해지는데, 꺼낸 복숭아만 갖고 고추장에 버무려서 냉장보관해서 1년 내내 먹어도 됩니다. 감장아찌는 속가의 모친이 잘 해먹던 건데 죽림사 때 응용해 봤어요. 초가을 5분의 1 정도 익은 감을 따서 꼭지를 떼지 말고 붙인 채 소금물에 1주일 정도 삭혀요. 그걸 건져서 물기를 말린뒤 된장을 묻혀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고 맨 위는 감이 안 보일 정도로 두둑하게 덮어두었다가 보름 만에 먹으면 딱 맛있어요. 장이 제대로 안 입혀지면 감이 쉬 물러져요.”

◆ 사찰음식 보급에도 적극적

-사찰음식과는 언제 인연을 맺었나요.

“1984년 서봉사에서 출가를 했어요. 속가 어머니는 손맛이 대단한 종부였어요. 그러니 제 몸속에도 대장금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봐야죠. 출가해선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시장 봐서 직접 요리를 해드렸어요. 92년 청도 운문사 강원을 졸업하고 대구불교교육원 문화국장 시절 사찰음식문화강좌를 했어요. 모르긴 해도 전국에선 처음 있는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몇몇 스님이 찾아와 사찰음식연구소 내자고 했지만 거절했어요. 그 무렵 사찰음식의 양념종류, 사찰음식에서 멀리해야 될 목록, 계절별 요리를 정리한 레시피 묶음집이 있었는데 누가 가져간 뒤 함흥차사네요. 94년 말 법정스님이 총무원장 시절, 총무원 4층 귀빈실에서 8개월 대장금 노릇을 했죠. 그때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대기업 총수 등을 위해 사찰음식을 선보였죠. ”

- 공양간이 갈수록 현대화되어 가는 것 같아요.

“언젠가 대만 불광사에서 충격을 받았어요. 거기에선 위치에 따른 3단계 음식(대중·스님발우·귀빈식)이 있더군요. 한 채식조리사가 땅콩두부를 만들었는데 치즈보다 더 맛있었어요. 그곳에선 콩을 갖고 온갖 고기를 다 만들고 있었어요. 그걸 먹으면 일반 고기를 먹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이제 국내에서도 사찰마다 공양주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됩니다. 도심 사찰에서도 가공식품만 사들이지 않는다면 전통사찰음식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봐요. 요즘 택배 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잖아요.”

- 퓨전사찰음식에도 관심이 많겠네요.

“기존 요리를 사찰음식으로 잘 응용해요. 햄버거나 스테이크 대신 두부·감자스테이크·가지피자도 만들었어요. 감자스테이크는 감자를 껍질째 삶아서 껍질 벗기고 으깰 때 피자·치즈·후추·소금 등을 넣어 굽고 고추장 소스를 얹으면 될 겁니다. 고추장·참나물·깻잎을 믹서에 갈아 스파게티도 만들었죠.”

◆ 오신채를 금지한 이유

- 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흥거)는 절대 사용해선 안 되는가요.

“초기 경전 시절에는 굴 안에서 생활을 하니 오신채를 먹으면 환기가 잘 안 돼 냄새가 나서 정진에 방해를 주니 못 먹게 한 거죠. 고기도 약으로는 먹으라고 했어요. 오신채를 원칙적으로는 사용해선 안 되지만 건강에 필요할 경우는 약으로 먹으면 괜찮다고 봐요. 스님들이 너무 채식에 목숨을 거는 것 같아요. 승가는 기름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요. 지방이 부족해서 잣·땅콩 등 견과류를 넣고, 단백질을 생각해선 항상 콩요리를 먹고, 뿌리· 줄기·잎 등을 적절히 먹으면 육식 안 하고도 6대영양소는 자동적으로 충족될 거라고 봐요.”

-어떤 음식이 가장 좋죠.

“즐거운 맘으로 먹으면 다 보약이죠.”

- 서봉사 된장이 참 맛있더군요.

“속가 된장은 너무 많이 끓이고 재료도 많아요. 두부·매운고추·호박 정도만 넣어도 돼요. 된장을 너무 오래 끓이면 된장에서 떫은 맛이 나죠. 육수를 충분히 끓이고 난 뒤 무를 넣고 무가 삶길 정도면 두부와 된장을 넣고 한소끔 끓이고 난 뒤 바로 내면 훨씬 맛있을 거예요.”

- 이 겨울 서봉사의 별미는 뭐죠.

“정월 보름에 해 먹는 메밀묵채는 이북음식인데 아마 다른 데서는 절대 볼 수 없을 겁니다. 메밀묵·미역·밤·잣·땅콩·미나리·두부·소금·초만 갖고 만드는데 찰밥과 함께 먹는 음식이죠. 겨울용 과일화채도 별미죠. 북한식 화채로 계피 우린 물에 단단한 과일 등을 채썰어 넣고, 거기에 밤·생잣 띄워 만든 겁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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