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길거리 고양이에 사랑을 전해요” 용돈 모아 먹이 챙겨

  • 글·사진=김호순 시민
  • |
  • 입력 2013-07-24   |  발행일 2013-07-24 제10면   |  수정 2013-07-24
#2. ‘캣맘’ 대구 도원중 정해영·배미진 양
“배고픈 길거리 고양이에 사랑을 전해요” 용돈 모아 먹이 챙겨
중학생 캣맘으로 불리는 정해영양(왼쪽)과 배미진양이 길고양이를 위한 밥을 옮기던 중 아파트 앞에서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사계절 아파트 314동 동편 앞 베란다 인근. 2개의 밥그릇이 놓여 있다. 매주 토요일이면 이 그릇 안은 사료와 물로 가득 찬다. 때론 사료 대신 멸치 간 것이 채워지기도 한다. 길고양이들을 위한 밥이다. 이 밥을 새끼 2마리를 포함해 모두 7마리의 길고양이가 즐긴다.

매주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는 이들은 캣맘(catmam)으로 불리는 정해영양(14·도원중)과 배미진양(14·도원중)이다. 중학생 캣맘들이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시작한 것은 작년 9월. 엄마 잃은 새끼 고양이 3마리와 수컷 2마리가 중학생 캣맘들의 돌봄 대상이었다. 그중 1마리는 쥐약을 먹고 죽어 버렸다. 2마리는 성장해 이곳을 떠났다. 남아서 성장한 새끼 고양이는 결혼도 했다. 가족을 거느리고 어엿한 가장이 되고, 어미도 됐다.

이들 중학생 캣맘은 한 달 용돈을 거의 고양이 먹이 사는 일에 썼다. 한 봉지에 만원 하는 먹이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사서 줬다. 덕분에 빼빼하던 길고양이들 털에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눈빛도 안정감을 찾았다.

이들은 왜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는 걸까.

“귀엽잖아요. 촉촉한 눈으로 갸르릉거릴 때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하는 마음이 길고양이들에게 전해졌을 뿐이에요. 가장 가슴 아팠을 땐 길고양이가 죽었을 때입니다. 뭘 잘못 먹었는지 골골대다가 죽어버린 녀석도 있고요. 돌봐주던 녀석이 식당 앞 천막 위에서 죽어 있었는데 손이 닿지 않아 치워주지도 못했어요.”

먹이를 처음 가져다 주었을 때 길고양이들은 도망을 쳤다고 한다. 겁이 많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서였다. 주인들에게 버려진 상처를 기억해서일까, 생존본능일까. 하지만 중학생 캣맘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토요일 밥통을 들고 길고양이들을 찾아갔다. 이젠 오히려 멀리서도 중학생 캣맘을 알아보고 달려온다. 이웃 길고양이들까지 합세해 어떨 땐 12마리까지 모여 들기도 했다. 정성에 감동한 길고양이들은 캣맘들에게 자신의 몸을 만지도록 허락했다. 밥 달라고 부비댈 때 캣맘들은 행복해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배불리 밥을 먹고 나면 캣맘과 실컷 장난도 쳤다. 중학생 캣맘에게 길고양이들은 이제 가족이자 친구다.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작고 약한 생명에게도 친구가 되고 싶은 예쁜 마음이다.

“아파트 안에서 길을 가다가 사료가 담긴 밥그릇을 본다면 부디 걷어차지 말아 주세요. 그저 모른 척 지나가 주세요. 길고양이들이 배가 부르다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요물, 음산한 검은 고양이, 야비한 도둑 고양이 같다는 편견은 버려 주세요.”

중학생 캣맘들은 이렇게 당부의 말을 남기고 다시 길고양이를 챙기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