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에픽:숲속의 전설·페이퍼 보이:사형수의 편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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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3-08-09  |  발행일 2013-08-09 제면
[신작대결] 에픽:숲속의 전설·페이퍼 보이:사형수의 편지


★ 에픽:숲속의 전설

누구도 본 적 없는 ‘숲속의 거대전쟁’ 비주얼 환상적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이는 사실적이고 화려한 그래픽만으로 승부를 걸 수 없다는 얘기도 된다. 그렇다면 관건은 이야기다. 영화는 허구라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실사영화에 비해 서사의 힘과 생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에픽 : 숲속의 전설’(이하 에픽)은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에픽’은 연출을 맡은 크리스 웨지 감독이 1998년 한 미술 전시회에서 영감을 떠올린 후 개봉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그리고 첫 내부시사가 끝나자마자 작품에 참여한 애니메이터 전원이 눈물을 쏟아냈을 만큼 그들의 뜨거운 노력과 열정, 자부심이 농축된 결과로 완성된 작품이다.

소원해진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어린 시절 살던 집으로 돌아온 소녀 엠케이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정체불명 소용돌이와 함께 낯선 숲 속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그곳에서 타라 여왕으로부터 숲을 지킬 수 있는 후계자를 지목할 꽃봉오리를 전달받은 엠케이는 리프맨이라 불리는 숲의 전사들과 함께 숲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비밀스러운 모험을 시작한다.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경이롭고 신비한 숲 속 어느 세계를 무대로 말이다.

하지만 숲의 생명을 지킬 새로운 후계자를 지목하는 날, 타라 여왕과 리프맨들은 어둠의 세력인 맨드레이크 일행의 공격으로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맨드레이크는 초록 숲의 생명을 파괴하고자 이 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숲은 거대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에픽’은 픽사, 드림웍스와 함께 할리우드 3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성장한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와 ‘리오’ 등을 만들어낸 그 회사다. 전작들이 특유의 만화적인 캐릭터와 이미지를 담아냈다면 ‘에픽’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지우고 보다 현실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비주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전체적인 얼개 역시 기존 동화와 서사극의 고전적인 방식과 설정을 따랐다. 넓게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반지의 제왕’을 섞은 듯한 이야기 구조다.

크리스 웨지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 세계에서 관객들이 시각적, 정서적으로 푹 빠져들기를 바랐다. 이는 ‘에픽’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크린 가득 펼쳐진 숲의 정경은 눈부시도록 황홀하고 다채로운 매력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마치 숲을 지배하고 있는 정령으로부터 신선한 공기와 생명의 기운을 고스란히 제공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에픽’은 그만큼 친숙한 공간인 숲을 상상력 가득한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세계로 그려낸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카메라의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빛과 그림자의 적절한 삽입, 채도의 조율 등 명암과 텍스처, 디테일 하나까지 사실감을 부각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선악 갈등으로 야기된 스펙터클한 전투신도 매력적이다. 3D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빠른 속도의 공중 비행과 전투신은 그중 백미다. 특히 나무껍질이 벗겨지면서 수백 마리의 보간이 튀어 나오는 장면은 1천프레임을 컴퓨터로 일일이 작업한 결과물이다. 보통 한 프레임을 컴퓨터로 작업하는 데 100시간이 더 걸린다고 보면 슈퍼컴퓨터를 한달 내내 돌려야 하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작업량이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건 리프맨으로 불리는 전사 캐릭터의 디자인이 신라시대 화랑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에픽’의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 애니메이터가 한국인이었기에 가능했다.

‘에픽’은 그만큼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아우르는 초월적 세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그 세계를 채워가는 건 환상적인 비주얼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탁월한 비행 실력을 지녔지만 반항기 다분한 숲의 전사 노드를 비롯해 달팽이 특유의 움직임을 이용한 슬랩스틱 활약으로 웃음을 선사한 민달팽이 멉과 그럽, 괴짜 교수 봄바 그리고 등장만으로도 압도적 긴장감을 일으키는 맨드레이크 등 다채로운 개성의 캐릭터들이 극에 활력을 더했다. 크리스 웨지 감독의 말마따나 자연을 무대로 한 새로운 세상의 탄생이다.

[신작대결] 에픽:숲속의 전설·페이퍼 보이:사형수의 편지


★ 페이퍼 보이:사형수의 편지

‘사형수와 격정적 사랑 빠지다’ 니콜 키드먼 충격변신

1969년 미국 남부 플로리다. 전직 대학 수영선수 잭(잭 에프론)은 지역 신문사 발행인의 아들로 대학에서 쫓겨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신문 배달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잭의 우상이자 신문기자인 형 워드(매튜 맥커너히)가 보안관 살인 혐의로 수감된 사형수 힐러리 반 웨터(존 쿠삭)를 취재하기 위해 흑인 동료기자 야들리(데이비드 오옐로워)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 취재에 힐러리의 열성팬 샬롯(니콜 키드먼)과 샬롯의 매력에 빠진 잭이 합류하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과 이들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페이퍼 보이:사형수의 편지’(이하 페이퍼 보이)는 실화를 다룬 피터 덱스터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왜곡된 욕망과 야심, 사회의 편견과 범죄 수사의 이면을 통해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 원작은 인간의 다각적인 심리 상태를 흡입력 있게 펼쳐 놓았다. 전작 ‘프레셔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리 다니엘스 감독 역시 이 점에 매료됐다. 특히 그는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 외에도 원작에 묘사된 인간의 욕망과 심리에 주목했다. 복잡하게 얽힌 사랑과 가족 간의 유대를 경험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은 특별하고 복잡한 인물의 감정변화에 흥미를 느꼈던 것.

스릴러 장르의 외양을 두르고 있지만 ‘페이퍼 보이’는 지능적인 두뇌게임을 요구하거나 기막힌 반전에 기대지 않는다. 기존의 장르적인 관습과 스타일 대신 복잡한 감정을 지닌 인물들을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할렘 지역에 사는 뚱뚱하고 글을 못 읽는 소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프레셔스’나 인종차별주의자인 외로운 사형 집행인을 만들어낸 ‘몬스터볼’에서 읽히듯 리 다니엘스 감독은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하고 처절한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에 유독 천착해왔다. ‘페이퍼 보이’ 역시 1969년 플로리다의 고립된 마을을 배경으로 숨겨진 진실들을 파헤치려는 기자와 미스터리한 사형수, 범죄자에 빠진 여자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청년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이야기의 발단은 힐러리의 무죄를 확신한 샬롯의 편지에서 비롯됐다. 죄수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 샬롯은 그 과정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형수 힐러리에게 흥미를 느끼게 되고, 그의 구명을 위해 각계각층에 무죄를 호소한다. 결국 그녀의 노력 덕에 인권운동가이자 마이애미 타임즈 기자인 워드는 흥미를 갖고 그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치명과 파국을 향한 하나의 도화선이 될 뿐이다.

하녀 아니타로 출연한 메이시 그레이의 말처럼 이 영화는 스릴러보다는 B급정서를 가득 품은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에 더 가깝다. 게다가 이 영화가 더욱 흥미로운 건 화려한 캐스팅이다. 힐러리를 연기한 존 쿠삭은 누가 봐도 역겹고 혐오스러운 극 중 캐릭터를 표정 하나까지 소름끼치도록 완벽하게 담아냈다. 존 쿠삭 역시 “힐러리는 매우 낯선 캐릭터다. 하지만 그는 내 안의 어두운 측면을 제대로 부각시킬 최고의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말했다. 또 ‘하이스쿨 뮤지컬’의 청춘 심벌 잭 에프론이 ‘페이퍼 보이’를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났다면, 매튜 맥커너히는 전라를 불사하는 열정과 연기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한번 드높였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방점은 니콜 키드먼의 충격에 가까운 파격 변신이다. 그녀는 ‘페이퍼 보이’에 출연하기 위해 리 다니엘스 감독에게 자신의 반라 셀카를 전송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그녀의 캐스팅에 부담을 느꼈던 감독은 결국 니콜 키드먼의 열정에 반해 샬롯 역에 캐스팅했고, 그녀는 도발적이고 섹시한 팜므파탈의 매력을 시종 발산하며 왜 니콜 키드먼을 세계적 배우로 부르는지를 여실히 입증했다.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감각적 영상으로 풀어내는 데 장기를 지닌 리 다니엘스 감독은 그런 배우들의 파격 변신 덕에 ‘페이퍼 보이’를 더욱 매력적인 영화로 완성시킬 수 있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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