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서울의 역사가 묻은 식당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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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16   |  발행일 2013-08-16 제41면   |  수정 201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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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미식가 사이에 입소문 난 프렌치 레스토랑 ‘비앙에트로’의 메인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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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비앙에트로’의 전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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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비앙에트로’ 내부 모습

지역 음식에 정통한 음식칼럼니스트도 막상 서울에 가면 막막해진다. 기자는 가끔 서울의 식당가 사정이 궁금하면 몇몇 고수한테 전화를 건다. 한식 및 서울의 전반적 음식문화에 대한 동향은 네이버카페 ‘포크와 젓가락’ 운영자인 나그네식객 황광해씨만큼 안목을 가진 사람을 찾기 힘들다. 전국 맛집 3천 곳을 찾아 팔도를 10바퀴쯤 돌아다녔다.

‘다이어리알(DiaryR)’이란 ‘한국판 미슐랭가이드’ 같은 푸드가이드북을 발간하는 <주>다이어리알의 이윤화 대표도 고성능 안테나를 탑재한 미식가다. 그녀의 소개로 요즘 서울 CEO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비앙에트로’의 오너셰프 박민재씨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파워푸드블로거인 모모짱(전문양)은 비록 대구에 있지만 서울의 식당 트렌드를 잘 꿰고 있다. 그녀는 강남구 도곡동 453-12 프렌치 레스토랑 ‘Cuisson82(퀴숑82)’, 강남구 청담동 90-25 프렌치 비스트로 ‘레스쁘아’, 강남구 논현동 8-6 청림빌딩 1층 ‘스시타츠’, 강남구 신사동 650-6 ‘스시초희’를 강추했다.

만약 서울에서 제대로 된 푸드투어를 하고 싶다면. <주>다이어리알(02-533-8020)의 도움을 받아라. 5명 이상 단체에 한해 주문식 서울 맛집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문설렁탕·옥천옥·문화옥
설렁탕 명가

추어탕은
형제추어탕·용금옥·곰보추탕


강서면옥은
청와대도 인정한 평양냉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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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육개장보다 설렁탕과 곰탕이 더 인기. 곰탕은 1904년 창업된 이문설렁탕(종로구 견지동 88)이 단연 좌장이다. 서울의 역사가 담겨있다. 1941년 오픈한 옥천옥(동대문구 신설동 94의 57)도 설렁탕 잘하는 집으로 소문이 나있다. 52년 모습을 드러낸 문화옥(중구 주교동 118의 3)은 을지로4가역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설렁탕 명가. 신사동 네거리에 있는 영동설렁탕도 마니아를 많이 품고 있다.

곰탕의 경우 80년간 3대를 이어온 은호식당(중구 남창동 50의 43), 1933년 문을 연 잼배옥(중구 서소문동 64의 4), 최근 경제단체 양 거두가 점심 회동을 해 유명해진 하동관(중구 명동1가 10의 4) 등이 명가로 통한다. 하동관은 전라도 나주의 하얀집,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의 박소선할매곰탕과 함께 국내 3인방 곰탕집에 속한다. 1939년 문을 열어 한국 전통 탕반문화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후 4시30분만 되면 문을 닫는다. 중탕과 재탕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깍두기 국물도 일품이다.

남대문 시장통 갈치골목에 있는 진주집(50년·중구 남창동 34의 31)의 대표메뉴는 꼬리토막(꼬리곰탕)과 꼬리찜. 서울식 해장국의 명가는 단연 1937년 문을 연 청진옥(종로구 종로1가 24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23호)이 고수로, 2008년 도심재개발 때문에 청진동 골목을 떠났다.

서울식 추어탕의 명가는 세 곳이다.

1926년 문을 연 형제추어탕(종로구 평창동 281의 1)·1932년 오픈한 용금옥(중구 다동 165의 1)·곰보추탕(동대문구 용신동 767의 6)이다. 흥미롭게도 다른 음식은 경상도 음식이 서울보다 맵고 짜고 얼큰하지만, 추어탕만은 서울식이 육개장처럼 자극적이다.

서울은 냉면이 강한 도시다.

서울에서 평양냉면을 가장 잘하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우래옥(1946년·중구 주교동 118의 1)이다. 보통 고기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섞어 사용하지만, 여기는 순수하게 고기만 삶아서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원래 ‘서북관’으로 시작했으며, 창업주 고 장원일씨는 북한 출신으로 평양에서 ‘명월관’이란 식당을 하다가 광복 직후 서울로 왔다.

신당동에 떡볶이, 신림동에 순대가 있다면 오장동에는 ‘냉면거리’가 있다. 오장동 함흥냉면, 흥남집, 신창면옥 등이 이 거리의 터줏대감이다. 오장동 함흥냉면(1958년·중구 오장동 90의10)은 고 한혜선씨가 6·25 당시 함경남도 함흥을 떠나 서울에서 냉면집을 차렸다. 통상 함흥냉면은 홍어회무침을 꾸미로 얹는 매콤한 회냉면 스타일이지만 여기는 100%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쫄깃한 면 위에 간재미회무침을 올린다.

한일관(1939년·강남구 신사동 619-4)은 불고기 명가. ‘화선옥’으로 출발했으며, 창업주 신우경씨가 종로3가의 허름한 한옥집을 개조해 쇠고기국밥과 너비아니(불고기)를 팔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옥돌집(1948년·성북구 길음동 1065) 역시 불고기 명가다. 일본의 인기 여배우인 구로다 후쿠미가 한국을 소개하는 자신의 책에 게재하면서부터 일본관광객한테 엄청 인기를 얻는다. 부여집(1947년·영등포구 당산동 162의 13)은 도가니탕으로 이름을 알렸다.

강서면옥(1948년·중구 서소문동 120의 15)은 청와대도 인정한 평양냉면집이다. 한때 청와대 관계자들이 협박하듯 맛의 비법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창업주가 고사해서 유명해졌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 때 인정을 받아 청와대에 납품했다. 그래서 ‘청와대냉면’이란 별명을 갖게 된다.

연남서식당(53년·마포시 노고산동 109의 69)은 연탄불 드럼통 식탁에서 갈비를 먹는데 특이하게 앉지 못하고 서서 먹는 게 특징. 6·25전쟁 때 노동자 문화가 그대로 전승된 이야깃거리 푸짐한 공간이다.

마포진짜원조최대포(56년·마포구 공덕동 255의 5)는 연탄불에 구워 먹는 양념돼지갈비를 서울에서 처음 선보였다. 오랫동안 돼지갈비를 찜으로 해먹고 삶아서 먹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대구 동인동찜갈비처럼 매콤한 버전으로 바꿔 놓았다. 해묵은 빈대떡이 그리우면 열차집(56년·종로구 공평동 130의 1)으로 가면 된다.

고려삼계탕(60년·중구 서소문동 55의 3)은 국내 최초의 삼계탕 전문점. 부화된 지 49일 된 산란계 수탉인 ‘웅추’만 사용한다. 국물이 없는 바싹 구운 불고기는 역전회관(62년·마포구 용강동 67의 1)에서 처음 출시했다. 서울 최고의 콩국수 명가인 진주회관(62년·중구 서소문동 120의 35)은 경남 진주에서 출발, 서울에서 대박을 낸다. 콩맛을 위해 국수 외 그 어떤 고명도 올리지 않아 극도로 심플하다. 겨울에는 콩맛이 없다고 해서 콩국수를 팔지 않는다. 한 그릇 9천500원.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 CEO를 위한 서울 레스토랑 가이드


▶비앙에트로

박민재 셰프가 운영하는 프렌치파인다이닝. 메인보다 전채와 디저트가 더 공력이 보인다. 르누아르 그림처럼 화사하면서도 모던하다. 제대로 된 수플레도 맛볼 수 있다. 종로구 화동 106의 5. (02)543-3288


▶리스토란테에오

진정한 맛 탐험가라면 비용 상관없이 가보라. 서울에서 손꼽히는 이탤리언 파인 다이닝이다. 어윤권 셰프의 지휘 아래 수준급의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사전 예약은 필수. 강남구 청담동 99의 11 2층. (02)3445-1926


▶바루(발우공양)

조계종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찰 음식 전문점. 술과 함께하는 접대는 무리. 종로구 견지동 73. (02)733-2081



▶비채나

‘광주요’에서 오픈한 모던 한식당. 용산구 한남동 740의 1 2층. (02)749-6795


▶타이가든

1996년 국내 최초로 타이 음식을 선보여 온 유서 깊은 곳. 용산구 한남동 737의 24. (02)792-8836


▶미치루스시

실력파 이만 오너셰프가 선보이는 수준급의 스시코스를 만나볼 수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36 2층. (02)761-4091


▶레스쁘아뒤이부

임기학 셰프가 선보이는 전형적인 프렌치비스트로. 강남구 청담동 90의 20. (02)517-6034


▶엘본더테이블

셰프 최현석의 이름이 아깝지 않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존의 틀을 탈피한 창의적인 요리 주종. 강남구 신사동 530-5 엘본 2층. (02)547-4100


▶정식당

‘뉴코리안’이라는 콘셉트를 표방한다. 명문 요리학교 CIA 출신인 임정식 셰프 스타일로 재해석한 요리들은 플레이팅이나 조리법 등 기존의 통념을 깨 모던 한식 다이닝의 선두로 평가받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 649-7 아크로스빌딩 3층. (02)517-4654


▶스시선수

‘스시초희’ 출신 최지훈 셰프가 이끄는 스시야. 일본 에도마에 스시를 기본으로 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 651의 16. (02)514-0812

▨취재협조= 미식전문사이트 다이어리알(www.diary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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