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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이나 방송 보기가 겁이 날 정도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패륜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박빚 때문에 어머니와 형을 무참히 살해한 인천 모자살해 사건은 치를 떨게 한다. 아들이 친어머니를 성폭행했다는 뉴스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카드빚 때문에 친구까지 동원해 친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이 있는가 하면, 보험금을 노리고 부모를 청부 살해한 자식도 있다. 난세(亂世)도 이런 난세가 없다. 속된 말로 난장판이다.
통계에서도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최근 경찰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발생한 존속 살해 범죄 건수는 총 287건으로 집계됐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패륜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올해도 수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까지 존속살해 33건, 존속 상해 229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세상이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혀를 찰 노릇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그럼 먼 옛날에는 어땠을까. 삼강(三綱)을 강조했던 조선시대에도 패륜 범죄는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실제 세종임금 때인 1428년에는, 경남 진주에 사는 김화(金禾)라는 사람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조정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강상죄(綱常罪,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난 죄)로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하지만 세종의 생각은 달랐다. 엄벌에 앞서 효행(孝行)의 풍습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서적을 배포하도록 주문했다. 그 서적이 바로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이다. 처벌보다는 교화와 예방에 중점을 둔 것이다. 삼강행실도는 덕과 예로 단속하면, 백성들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세종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반인륜적인 패륜범죄는 한 번에 불식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신 인간성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예방이 선행되어야 한다. 바르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어떠한 처벌이 뒤따르는가를 보여야 한다. 난세인 지금, 삼강행실도의 편찬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백승운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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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패륜범죄와 삼강행실도](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10/20131017.0102707144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