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재생, 해법을 찾아서 .7] 해외에서 배운다(하)-바르셀로나·파리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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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04   |  발행일 2013-12-04 제3면   |  수정 2013-12-04
노후 산업단지의 부활…생산과 레저가 공존
주거·산업·사회시설
통합된 새 모델 제시
지식집약형 도시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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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포블레노우 지역에서는 과거 슬럼화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각선 중심도로 중앙에 있는 장누벨이 설계한 랜드마크인 아그바타워를 포함한 포블레노우 전경. <바르셀로나시 제공>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메시의 FC바르셀로나로 유명하다. 축구 못지않게 섬유공업이 발달하면서 한때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공업지역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탈산업화로 인해 도시의 낙후를 불러오면서 도시재생이 진행됐다. 이제는 양질의 주거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2009년에 나온 프랑스 영화 가운데 ‘13구역: 얼티메이텀’이란 게 있다. 영화에서 13구역은 정부의 철저한 격리로 범죄자들과 타락한 경찰의 공간이 되어버린 구역을 의미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실제로 프랑스 파리에는 낙후된 13구역이 있었다. 파리 동쪽에 위치하며 서쪽의 부촌과 비교되는 불균형의 대표적인 곳이었다. 그러나 이곳도 프랑스 정부의 도시재생 노력으로 이제는 새로운 웃음이 넘치고 있다.

◆ 낙후된 공업지역의 재생-‘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포블레노우(Poblenou) 지역은 바르셀로나 도심부에서 동남쪽으로 약 4㎞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산업혁명 이후 19세기 중엽 ‘카탈루냐의 맨체스터’라고 불릴 정도로 섬유산업이 크게 번창하여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스페인에서도 가장 중요한 공업지역이었다. 그러나 1965년 몬주익 언덕에 새로운 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으며, 63~90년 1천300개 이상의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슬럼화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전까지 포블레노우 지역은 사실상 버려진 땅이었다. 바르셀로나시는 올림픽 준비를 위해 도심을 중심으로 환상형 도로를 건설하며, 포블레노우 지역이 바르셀로나 메트로폴리탄(바르셀로나와 주변 군소 도시들을 포함한 광역도시권)과 항구 및 공항을 연계하도록 했다.

1999년 2월에 Diagonal Avenue(바르셀로나의 정방형 시가지인 에이샴플라를 관통하는 대각선 도로)의 확장사업이 끝나면서 포블레노우는 바르셀로나시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부상했다. 지금은 연안 외곽순환도로·지하철·트램·버스·광역도시권 철도·고속철도 등 종합적인 교통망 덕분에 바르셀로나 전역으로부터 양호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포블레노우 지역의 재편 가능성을 발견한 지역내 이해관계자들은 이곳의 재생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 끝에 2000년 7월 ‘22@바르셀로나 플랜’의 승인을 이끌어냈다. ‘22@바르셀로나 플랜’의 핵심은 포블레노우의 재편을 방해하는 요인이었던 대도시권 플랜의 규약(공업지역에서는 공업 이외의 토지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 등)을 수정한 것이다.

22@는 EU 도시계획의 공업전용지역 코드인 ‘22a’에서 유래했으며, 종래의 용도인 공업전용지역(22a)에서 주거 및 리서치 센터·IT·미디어 등의 지식기반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지역으로 재생·발전하여 그 주변으로 효과를 확산한다는 의미를 표현한다.

플랜의 승인 후 2001년부터 현재까지, 카탈루냐 주정부의 경제발전계획에 따라 바르셀로나시는 전통적 제조업 공장과 업체들이 밀집된 포블레노우 산업단지를 지식기반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ICT와 바이오 등 지식집약형 첨단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낙후된 포블레노우 산업단지를 양질의 주거와 문화, 과학과 교육, 생산과 레저가 공존하고 상호소통하는 지식집약형 첨단산업지역, 즉 신개념의 도시커뮤니티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22@바르셀로나 플랜의 실행계획인 프로젝트는 주택·거리·공공 및 녹지공간 조성을 통한 살기좋은 도시건설과 생산, 교육 및 훈련, 연구 등의 새로운 지식산업단지 건설을 통해 다원화되어 있으면서도 통합적이고 균형적인 콤팩트시티(Compact City)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단계별 사업추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1단계는 도시내 건물·인프라 등의 기반시설을 조성, 새로운 도시공간 창출을 위한 물리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프로젝트의 창립자인 조셉 피케 전 대표는 “처음에는 지구 면적 400만㎡를 주거지역으로 조성할 계획도 있었지만 바르셀로나시가 유럽연합 국가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주거·산업·사회시설 등이 통합된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후한 도심 산업지역에 새로운 대형회사를 유치하거나 기존 회사를 육성하고 우수한 창조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공공투자를 시행했다. 조셉 피케 전 대표는 “시에서 첨단 공공인프라 구축에 2억유로를 투자했지만, 그 결과 지금은 매년 2천만유로를 세금으로 징수하고 있다. 우리는 22@지구를 도시개발연구소 역할을 수행하는 실험장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개발된 신기술을 다른 도시에 접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단계는 1단계 성과를 기초로 지역내 다양한 주체들을 통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22@지구에 기업·공공기관·학교·연구기관 등의 집적화를 통해 세계적인 지식집약형 혁신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미디어·에너지·의료기술·정보기술·디자인 등 5개 주요 산업을 클러스터화하고 각 부문마다 정부(기업지원기능)·기업(산업생산기능)·대학(연구개발기능)이 3자 구도 협조체제를 구축,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및 고용창출을 유도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또 22@지역의 사회적 통합과 정체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기존 지역 주민들이 지역내 주체로 동참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을 이용한 사회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통해 여러 계층의 주민이 계속 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00년 이후 1천500여개의 회사가 유치됐으며, 4만5천여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했다. 바르셀로나시는 서비스업종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9만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기업 중 50% 이상이 22@바르셀로나 플랜이 중점을 두고 있는 5대 산업 분야와 관련 있는 업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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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3구역 리브고슈지역 철도부지 위에 인공지반(데크)공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인공지반은 철도로 인해 단절된 13구역을 센강과 연결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토지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철도부지 활용 부족한 도심 공간 창출
센강 연결 다리 역할…상주인구도 급증

◆ 낙후지역의 개조-파리 13구역 ‘리브고슈’재개발

영국 런던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파리도 지역불균형 문제가 심각했다. 파리의 서쪽지역은 전통적인 부촌이지만, 동쪽에 해당하는 12·13구역은 오랫동안 발전이 더딘 곳이었다. 지역간 불균형이 날로 고착화되어 가는 동안 사회적 균열이 발생하고 지역 간에 보이지 않는 차이도 생겼다.

파리 13구역 리브고슈 지역의 오스텔리츠역과 마세나거리 주변 일대는 폐쇄된 창고·폐철로, 쇠퇴 일로의 소규모 공장들만 있던 낙후된 공업지역이었다. 대통령까지 역임한 자크 시라크 당시 파리시장은 이곳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1990년대 들어오면서 13구역 리브고슈의 도심재개발을 결정했다.

리브고슈 지역은 시의 중심부에서 매우 가깝고 외곽순환도로와 잘 연결되어 있어 외부로부터의 접근성이 탁월한 곳이다. 철로변을 중심으로 방치된 산업시설들은 센강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어 개발을 하게 되면 한정된 면적의 파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정체되어 있던 지역에 새로운 발전을 가져오는 등 그 효과가 크다는 것이 개발의 원동력이 됐다.

1991년부터 시작된 이후 2015년쯤까지 계속될 리브고슈 재개발사업의 개발 면적은 파리시의 도시개발사업 중 가장 넓은 면적인 130만㎡에 이른다. 이 중 30만㎡는 기존 철로 위에 인공지반으로 조성된다. 전체 부지 중 35%는 업무 상업지역으로 쓰이고, 주거지와 교육시설이 각각 30%·10%, 도로 및 녹지가 25%로 배분됐다.

재개발 지역내에 70만㎡ 규모의 사무실 부지를 확보하고 6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주택도 5천가구(학생 기숙사 1천가구·공공주택 2천가구·민간주택 2천가구)를 건립해 5천명 정도에 불과한 상주인구가 2만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내 불규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개발의 기본적인 개념은 유럽 도시들이 추구하는 ‘24-7 도시’(24시간 7일 내내 살아 움직이는 공간)로, 문화·교육·업무·주거가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 있는 복합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철도 때문에 단절되고 열악한 도심환경 이미지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도심내 신규 토지확보를 통해 부족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용지를 제공해 지역경제활성화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기존의 철로부지 위에 새로운 공간을 창출시킨 것은 공간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생명력 넘치는 도시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요건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리브고슈의 개발 전에도 13구역은 지금처럼 센강과 접해있었지만, 실제로는 철로부지에 가로막혀 센강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철로 위에 인공지반을 조성하고 새롭게 대지를 만들면서 13구역 안쪽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에게는 센강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됐다. 협소한 도시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최소화하는 한편 기존 도시의 가치를 한층 더 높게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지역에는 1996년 국립도서관 개관을 시작으로 1998년 지하철 국립도서관역이 개통됐고, 2005년 파리 7대학이 이전되면서 업무·상업교육·문화·여가를 고루 갖춘 새로운 도시로 탄생하고 있다. 학생과 서민을 위한 공영주택이 전체 주택의 50%를 차지하며, 파리의 극심한 서민주택난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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