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와 사회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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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4-01-04  |  발행일 2014-01-04 제면
에릭 H. 에릭슨 지음/ 송제훈 옮김/ 연암서가/ 528쪽/ 2만5천원
지금 나의 정체성, 엄마의 품에서 시작됐다
에릭슨의 발달심리학 첫 완역
“전 생애 동안 심리·사회적 발달”
‘인간 발달 8단계’ 개념 정립
모성에서 얻는 신뢰감 주목
임상적 정신분석 사례 등
심리사회적 발달 연구결과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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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신분석학자 에릭 H. 에릭슨(1902~94)이 쓴 발달심리학의 고전 ‘유년기와 사회(Childhood and Society)’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돼 나왔다.

이 책은 1963년과 85년 두 차례 개정판이 나왔다. 이번에 나온 책은 85년판을 토대로 삼았다. 국내에선 88년 ‘아동기와 사회’란 이름으로 소개됐지만, 내용 전체가 번역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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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와 사회’의 저자인 에릭 H. 에릭슨. <연암서가 제공>

저자는 ‘인간 발달 8단계’와 ‘정체성의 위기’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그의 견해는 오늘날 인간 발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중요한 토대를 이루고 있다. 그의 생애 주기 개념은 우리 자신과 사회를 인식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그가 처음 쓴 책이면서 세계에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다.

에릭슨은 인간의 형성을 문화, 사회와 관련 지어 설명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임상적 정신분석과 문화인류학에 대한 접근방식을 새롭게 했다. 아동 양육과 문화적 기능의 상호관계를 다루면서 인간 행동의 동기가 되는 유년기와 성인기, 그리고 현대와 고대의 요소를 분석한다.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 출간된 이 책은 유년기의 사회적 의미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고전이 됐다.

‘인간은 인간의 전 생애 동안 심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발달한다.’ 그는 인간의 성격 발달이 성인기 초기에 종결되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이처럼 기존 심리학의 관심은 ‘심리성적(psychosexual)’이었지만 그의 노력 덕분에 이제 심리학은 ‘심리사회적’ 발달에 중심이 옮겨졌다. 가령, 프로이트의 초점이 어머니의 젖을 빠는 유아의 구강기적 만족에 있었다면, 에릭슨은 어머니와의 신체적, 심리적 접촉에서 유아가 얻는 신뢰감에 주목했다.

저자는 모든 남녀에게 부모 역할이 내재돼 있다고 강조한다. 거의 모든 사람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았다. 이는 모든 사람이 모성을 경험했으며, 내면의 어딘가에는 어머니와 동일시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남성은 그의 내면에 이런 어머니를 갖고 있다. 반대로 여성은 그 내면에 아버지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견해는 학문적 통찰과 개인의 총체적 삶에 대한 연구를 합산해 도출된 것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 이 책은 그가 임상을 통해 만난 많은 사람의 사례와 미국의 두 인디언 부족에 대한 현장연구, 히우러와 고리키의 삶을 개인적,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한 결과를 아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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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번역한 송제훈씨는 그의 이론에 대해 “대학의 심리학 수업에서 맥락없이 제시되고 단순 암기되기엔 매우 깊은 통찰과 지평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밝혔다. 인류학자 마가릿 미드는 이 책에 대해 “인문학 분야에서 유럽과 미국의 사고가 결합된 생생하고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목차는 1부 유년기와 사회적 삶의 양상, 2부 두 인디언 부족의 유년기, 3부 자아의 성장, 4부 청년기와 정체성의 발달로 꾸려져 있다. 이 밖에 눈에 띄는 목차로는 ‘유아 성욕의 이론’ ‘장난감과 사유’ ‘히틀러의 어린 시절에 대한 신화’ 등이 있다.

190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저자는 60년부터 은퇴할 때까지 하버드대 교수로 있었다. 여러 대학과 병원, 연구소에서 임상치료와 연구를 병행했다. 69년 저서 ‘간디의 진실’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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