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검찰에 보낸 한 통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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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수경기자
  • 20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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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 구구절절이 담아

짐승만도 못한 살인범에 기도할 날도 올 것…

지난해 5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대생 살인사건’. 이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검찰에 보낸 한 통의 편지가 새삼 눈물샘을 자극했다.

대구지검이 24일 공개한 편지글은 A4용지 3장 분량이다. 살인마 조명훈에 의해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서 납치돼 잔인하게 살해된 A양의 어머니가 보냈다.

검찰이 사건처리 전후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답례표시로 보였다. 편지 수신자는 사건 주임검사였던 조준호 검사다. 편지글은 “너무 울어서 적다 말고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 보냈다”라고 시작한다.

“세 아이 중 둘째인 OO이는 까칠하던 언니에게는 배려할 줄 알고, 사춘기에 접어든 동생에게는 친구가 되어주던 아이입니다. 41세에 뇌졸중을 앓은 아버지와도 말이 잘 통하는 딸이었습니다. 제겐 마치 남편같기도 한 든든한 아이였어요. 화장도 잘 못했지만 우리 아이는 정신적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아이였어요. 제 꿈속에서 평소 늘 하던 말처럼 ‘엄마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라고 웃으며 떠났어요.”

딸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은 구절구절 배어 있었다.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해 나이 마흔에 출가하겠다고 하던 아이예요. 우리 둘은 대화도 자주하고 잘 통했는데, 딸이 아닌 친구가 가버렸어요. 딸아이가 아끼던 태권도복과 검은 띠(3단)를 정리했어요. 아이가 많이 아끼던 것이어서 갖고 있으려 했지만, 너무 괴로워서 정리했어요.”

살인마 조명훈에 대한 언급도 남겼다. “언젠가는 그 짐승만도 못한 인간을 위해서 기도할 날도 올거예요. 그렇지만 법에서 만큼은 냉정하게 판단내려주신 검사님께 감사합니다. 검사님을 보면서 살아갈 희망이 조금은 보입니다.”

편지 말미에 간곡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검사님, 늘 일이 많으시겠지만 특히 가정의 행복을 깨는 이에게는 꼭 그에 맞는 엄벌을 내려주길 부탁합니다.”

이 사건으로 조명훈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OO양 유족에게는 유족구조금(1천600만원)과 장례비용(330만원)이 지원됐다. 검찰은 이후에도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A양 유족에게 긴급생계비 및 심리상담치료를 주선해왔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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