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의 뿌리를 찾아-대구예술의 토양을 만든 예술인 .10·(끝)] 지역예술인이 말하는 지역문화 활성 방안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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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3   |  발행일 2014-07-23 제22면   |  수정 2014-07-23
“효율적 정책·전문인력 절실…시민 위한 예술 돼야”

그동안 9편에 걸친 ‘대구문화예술의 뿌리를 찾아- 대구예술의 토양을 만든 예술인’을 통해 대구지역 예술의 저력을 살펴봤다. 이처럼 문화예술 전 분야에서 대구예술의 뿌리가 튼튼하기 때문에 앞으로 지역문화예술의 나아갈 방향을 잘 정하고 이를 실천한다면 대구가 진정한 의미의 문화예술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지역문화예술계의 목소리다. 마지막 편에서는 지역예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지역예술인의 조언을 통해 들어봤다.


아낌없이 예산지원해야 예술관련 기획자 양성을 시민과 소통 방법 모색
민간주도로 변화할 때 거시적 안목 정책 필요, 문화소비시장 확대 급해


20140723

#김선희 대구미술관장= 대구미술은 지금 전환을 꾀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 다른 시·도에 비해 시립미술관인 대구미술관이 다소 늦게 건립되고 경제침체 등으로 대구미술도 침체돼 있지만 지역미술이 지닌 잠재력이 크다. 이것이 결국 대구미술이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대구미술관과 같은 공적기관의 역할은 미미했지만 대구의 몇몇 개인화랑이 지역미술의 저력을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음도 인정한다.

개관 3년째를 맞은 대구미술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데다 조만간 ‘이우환과 그친구들 미술관’까지 문을 열면 지역의 미술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대구미술의 미래를 위해 미술인과 지자체, 시민이 힘과 지혜를 결집해야 한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미술정책과 유능한 전문인력확보가 절실하다. 대구에서 다채로운 전시를 여는 동시에 지역미술인이 국내외의 다양한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 길을 개척해 나간다면 대구미술의 미래는 분명히 밝다.


#노병수 동구문화재단 대표= 지역에서 문화예술이 발전하려면 먼저 예술의 파이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그 파이가 그냥 느는 것은 아니다. 시민 전체가 예술에 녹아들어야 한다. 예술인을 위한 예술이 아닌, 진정 시민을 위한 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예술인이 자신의 영역을 지나치게 고집해선 안된다. 예술인끼리 서로 소통하면서 상생과 배려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예술의 각기 다른 장르와 장르가 만나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고, 기존 예술의 발전에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벽도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

예술에 있어 인재가 그 중심인데, 좋은 인재배출에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예술의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예술인끼리 보여주기식의 문화가 아니라 온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동네문화, 골목문화가 돼야 진정한 문화융성의 도시가 된다.


#류형우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장= 영남일보의 ‘대구문화예술의 뿌리를 찾아’의 연재에서 확인했듯이 대구 출신, 그리고 대구를 거쳐간 걸출한 예술인이 수없이 많다. 대구는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고 있는데 예술인이 많다고,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많다고 문화예술도시는 아니다. 예술인이 존중받고 예술을 즐기는 대구시민이 많아야 진정으로 대구가 문화예술도시가 될 수 있다. 젊은 예술인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치고 대구를 지킬 수 있을 때, 생활고에 찌들려 예술의 길을 접지 않을 때 비로소 대구가 문화예술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대구예술인은 사명감을 가지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대구시나 문화 관련 단체에서는 문화예술 예산의 파이를 늘려 정책 및 예산 지원을 아낌없이 해줘야 한다. 대구시민들은 ‘오늘 하는 예술소비 내일 위한 행복투자’라는 생각으로 공연장, 전시장을 자주 찾아야 할 것이다.


#문무학 대구문화재단 대표= 그동안 예술 인프라 구축에 관한 것이 예술 발전의 모든 것인 양 인식됐는데 이제 그 틀을 깨야 할 때가 왔다. 대구 예술의 발전을 위한 기본적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본다면, 사람을 키워야 할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선 대구 사람, 대구 예술인, 대구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어야 한다. 지역에 대한 애정 없이는 예술분야뿐만 아니라 그 어느 분야도 발전하기 어렵다.

예술 발전을 위한 ‘사람 키우기’를 위해선 먼저 대구 예술인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리고 대구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이 중요한 것과 똑같은 비중으로 시민이 중요한 만큼 지방정부나 문화 관련 기관 단체가 시민에게 문화 향수 기회를 최대한으로 확대해야 한다. 예술가와 시민을 연결하는 예술관련 기획자들의 양성도 시급하다. 좋은 기획자들이 많아야 대구에 좋은 예술콘텐츠가 늘어난다.


#박재환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최근 지역문화예술계의 외연은 크게 확장됐다. 크고 작은 문화공간이 많이 생겼고 문화행사의 수도 대폭 늘었다. 연간 대구에서 펼쳐지는 문화행사를 보면 대구도 이제는 수도권과 큰 차이 없이 풍부한 문화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도시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한없이 풍요로울 것만 같은 바로 지금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한번 점검해야 할 때다.

문화예술의 영역이 생활문화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이때, 예술가와 시민이 가까이서 호흡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대구시립국악단,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 등 상주 예술단의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획을 이어가고 찾아가는 공연, 찾아오는 공연, 아카데미 강좌 등을 통해 문화예술 인구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대구 시민과 지역 예술가가 주인이 되는 문화예술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안재수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 흔히 미래는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며, 그 중심에 문화가 있다고 표현한다. 문화가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고, 문화예술의 바탕 없이 강력한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에든버러나 아비뇽, 베로나처럼 특화된 공연축제로 이름난 도시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삶터인 대구 역시 공연예술로 특화되고,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대구의 우수한 인적, 물적 인프라와 축적된 역량을 도시발전의 원동력으로 수용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는 외부적 힘이 늘 아쉽다. 지금까지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축제나 관련 시설의 운영이 관 주도로 이뤄진 느낌이 있지만 이제 민간 주도로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할 시점이다. 대구시는 물론,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민간 전문가의 역량을 믿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병배 달서문화재단 대표= 장기적 계획 하의 기초예술진흥정책의 개발이 시급하다. 모든 장르에서 기초가 중요하듯이 예술 또한 기초 없이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거시적 안목으로 3~5년의 시간을 가지고 예술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기획자, 연출자 등의 인력양성도 필요하다. 그동안 대구지역에서는 주로 중앙에서 만든 작품을 공연했는데 대구에서 제작돼 로열티를 받고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 판매할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같은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미래의 예술소비자나 예술인이 될 수 있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정책 개발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면서 예술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최현묵 전 수성아트피아 관장= 지역문화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선 문화예술 소비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예술가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를 소비하는 향유자 중심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을 대상으로한 예술 관련 교육을 확대하고 생활문화시설을 증대할 필요도 있다. 최근 지역의 극장이나 다양한 문화단체에서 시민을 위한 예술교육강좌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데 반길 만한 일이다.

지역 문화예술인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과거의 경험만으로 살 것이 아니라 늘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교류하고 새로운 경향에 대해 공부해야 지역문화예술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지역대학의 학제를 현 예술계의 흐름에 맞게 현실화하고 전문가 중심의 스터디그룹도 활성화되면 좋을 듯하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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