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은 것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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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3   |  발행일 2014-07-23 제22면   |  수정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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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국경없는 문화공사 대표·대구예술대 겸임교수>

최근 한국공연시장은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공급과잉과 치솟는 제작비 부담, 공연 외적인 여러 요인으로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대형뮤지컬공연이 줄을 잇고 있으며 그나마 견인차 역할을 해온 라이선스 대형 뮤지컬시장도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대구를 포함한 지방의 극복대상이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온 한국최대의 공연시장인 서울이 이러하면 공연중심 도시를 표방하는 대구는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하는가.

인구수, 투자자본, 인적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대구는 처음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작지만 강한 것’에서 출발해 성공을 이룬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난타’와 ‘점프’ 공연은 10명 이내의 소수 출연진으로 장기공연과 해외투어공연을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비밥’도 올 4월부터 중국 27개 도시 투어공연을 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창작뮤지컬 ‘빨래’도 좋은 예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작은 규모의 공연이지만 세계인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과 독특한 무대표현으로 채워져 한국공연문화콘텐츠가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으며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대구는 서울을 제외하고는 대형공연장이 가장 많은 도시라는 외형적 통계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자주 공연되는, 겉으로는 화려한 공연도시가 된 듯한 신기루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 대구에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작지만 강한,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공연브랜드가 있는가. 겨우 소극장공연에서나마 버텨오던 자생력마저 어느 사이엔가 사라지고 말았다. 올해 들어서는 흥행불패 대구뮤지컬공연시장에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흥행참패라는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대구를 포함한 한국공연시장의 침체는 몇 년 전부터 예견됐으나 대책은 준비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공연도시를 추구해온 대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장르는 상관없다.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지닌, 세계인 모두를 관객으로 삼을 수 있는 공연을 통해 큰 부가가치를 이끌어내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동시에 아날로그적인 국가개념을 벗어나서 ‘원 아시아 마켓(One Asia Market)’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문화와 관광산업 발전을 동시에 가져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 50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인 영국 에든버러에서 매년 열리는 공연축제에는 이 도시 인구의 20배가 넘는 1천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그곳에는 가보고 싶어지는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초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셰익스피어를 전공한 중국 현대연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황좌림이 창단한 상하이 도심에 자리 잡은 세계적인 ‘상하이연극센터’에는 중국인은 대형만 선호한다는 우리의 인식을 비웃듯 3개 극장 중 제일 큰 극장의 객석이 520석이며, 나머지 2개 극장은 200석 극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연중 600회의 공연과 수준 높은 현대연극, 다양한 국적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진정한 공연중심도시 대구가 완성되기 위해선 작지만 강한 공연 무대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문화창조,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대구문화상품의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공연도시 대구 창조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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