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열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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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9 07:48  |  수정 2014-07-29 07:48  |  발행일 2014-07-29 제19면
■ 동산병원 응급의학과 최우익 교수
열사병 의심 땐 해열제보다 미지근한 물로 몸 자주 닦고 시원한 바람에 말리는 게 효과적
[전문의에게 듣는다] 열사병

가벼운 땀띠서 구토·부종·경련까지
조기 치료 놓치면 위험한 상황 초래
만성질환 인한 약물 다중복용 노인
갑작스러운 고온 노출땐 열실신 우려
설사성질환 어린이도 발병 위험군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연일 30℃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면 더위에 지쳐 쓰러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대부분의 사람이 일사병과 열사병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의학과 최우익 교수는 “일사병이라 하면 열사병에 해당하거나 그 전단계인 경우가 많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일사병은 태양의 직사광선을 머리나 목 등 노출된 부위에 오랫동안 쐬게 되어 생기는 두통, 구역질, 어지럼증, 안면홍조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발생되는 메커니즘이 모두 열사병의 범주에 포함되고 증상도 열사병 발생 이전 단계에서 생기니, 엄밀히 말하면 열사병이 옳은 표현이다.


◆열사= 열사병의 전단계에는 가볍게 땀띠에서부터 열부종,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 두통, 피로,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열사병도 예방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미리 치료를 하면 간단한 응급처치 정도로 해결할 수 있지만 그냥 놔두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열부종은 더위에 노출된 후 수일 이내에 손과 발, 발목 부위 등이 약간 붓는 것이다. 노인들이 오랫동안 서있거나 앉아 있을 때 생길 수 있는데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진 않다.

열실신 또한 노인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특히 만성질환으로 인해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할 경우 높은 기온에 갑작스럽게 노출되면 열실신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젊은 사람이 조회 시간이나 군대 연병장에 서있다가 갑자기 풀썩 쓰러지는 것을 가끔 목격한다. 이때는 서늘한 곳으로 옮겨주고 바른 자세로 눕혀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별탈 없이 회복된다.

이렇게 되기 전에 장딴지 근육 등을 자주 움직여 주고 속이 메스껍거나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면 앉거나 누워만 있어도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열경련은 장딴지 부위나 복부근육 등에 경련이 생기는 것이다. 보통 ‘쥐가 난다’고 하기도 한다. 운동 중에 발생되기도 하지만 몇 시간의 격렬한 육체적 활동 후 잠시 휴식하는 동안에 주로 발생한다. 심한 경우는 근육손상(횡문근융해증)으로 입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수액 등을 공급하면 상태가 좋아진다. 예방을 위해 자주 전해질 이온음료를 마시게 해 주는 것도 좋다.

‘더위 먹었다’고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열탈진이다. 두통, 피로, 어지럼증, 오심, 구토 등이 모두 나타날 수 있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기립성저혈압과 함께 실신하기도 한다.

최 교수는 “열탈진 치료는 휴식을 취하고 전해질음료를 먹이면 된다. 열탈진은 열사병의 바로 앞단계에 해당하므로 웬만하면 응급실을 찾아 정맥수액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장 위험한 열사병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최 교수는 “앞에서 말한 증상과 함께 의식변화를 보일 수 있다. 체온이 보통 40℃ 이상까지 올라가고 땀이 더 이상 나지 않고 피부가 건조해지고 뜨끈뜨끈한 경우가 많다”며 “중추신경계를 포함해서 여러 장기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사병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 4세 이하의 특히 선천성 신경계질환이나 탈수를 조장할 수 있는 설사성질환을 가진 어린이들, 거동 불편 노약자는 더 조심해야 한다.

폭염 속 차량 내에 오랜 시간 있으면 어른들보다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위 식히기 허와 실= 탈수를 막기 위해 소금 알갱이를 먹는 것은 어떨까. 쉽게 이야기하면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소금만으로는 탈수를 해결할 수 없고 위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오심, 구토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항상 수액의 형태로 함께 공급해 주는 것이 좋다. 사정이 되면 미리 적정 용량으로 조제된 이온음료 등이 도움이 된다.

열사병이 의심될 때 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 등 해열제는 열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가 전혀 없다. 젖은 수건을 사용하는 것보단 미지근한 물로 몸 전체를 자주 닦아 주고 시원하게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증발을 촉진시켜 주는 것이 좋다. 추가적으로 얼음주머니를 준비할 수 있으면 여러 개를 준비해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그리고 양쪽 목 옆에 두면 상당한 열감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 교수는 “몇 년 전 유럽에서 폭염으로 1만여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대부분이 휴가철에 홀로 남은 노인들이었다”며 “우리나라도 점점 고령화되고 핵가족화가 되면서 홀로 지내는 노인분들이 상당수 있으며, 날씨가 더워질수록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생각된다.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 노약자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길 희망해 본다”고 말했다.



<> 열사병 예방 십계명

1. 격렬한 신체활동은 줄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하루 중 서늘한 시간대를 정해서 하도록 하자.

2. 꽉 끼는 옷보다는 느슨하면서 가볍고 밝은 빛깔의 의복을 입자.

3. 내부열생산을 증가시키는 단백질은 줄이고 탄수화물 섭취를 늘리자.

4.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충분한 양의 수분을 자주 섭취하자.

5. 술은 탈수를 조장하므로 가능하면 마시지 말자.

6. 소금만 먹는 것은 탈수 현상을 예방할 수 없다.

7. 태양광선에 바로 노출되는 것을 피하자.

8. 적절히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작업 환경을 그렇게 만들도록 하자.

9. 만성질환자 및 노약자에게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자.

10. 무더운 날에 어린이를 절대로 차 안에 혼자 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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