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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은 촌스러워도 디자인은 모던하게
과자계의 이단아, 과자를 디자인하는 괴짜, 과자 스토리텔러.
대구시 북구 매천시장 근처 한 후미진 공장에서 추억의 과자를 ‘스티브 잡스’ 버전으로 유통시키고 있는 과자컴퍼니 ‘3.14’를 찾아가면서 떠올린 생각이다.
인하대 04학번인 제갈웅·김선미 공동대표. 둘은 자본과 예술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블루오션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서양화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두 사람은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되고 사업가는 예술에서 멀어져야 되는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록 취급 품목은 촌스럽지만 그걸 둘러싸고 있는 스토리와 유통 방식, 이미지는 초감각적이고 모던하게 만들자고 다짐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과자의 성분과 품질은 거의 비슷하다. 누가 색다르게 홍보를 하고 누가 더 감동적으로 유통시키느냐에 사업의 승부처다.
사람들이‘희한하네’하는 생각 들게
상호부터 원주율‘3.14’로 정해
과자 이름도 ‘생각 과자’로 차별화
내년초 영국으로 수출하는 경사까지
사업 다각화… 문화예술로 확산 의욕
아이디어 수집에 거의 1년이 걸렸다. 남이 들으면 ‘희한한 과자네’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상호가 절실했다. 결국 ‘3.1415926535…’로 뻗어나가는 ‘원주율(π)’로 정했다. 다음은 과자 이름을 정할 차례. 제갈 대표는 참 생각이 많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과 만화에 나오는 ‘말풍선’을 모티브로 이 회사의 대표 캐릭터인 ‘생각군’을 개발한다. 생각군의 이미지가 과자 포장 겉면에 투명 톤으로 찍혀있다. 이걸로 포스터와 스티커도 만든다. 결국 과자이름도 ‘생각과자’로 정해진다. 2012년이었다. 다른 상표와 비교됐다. 정말 낯설고 색달랐다.
감히 회사 상호를 원주율로 하거나 과자 브랜드 앞에 ‘생각’이란 명사를 붙일 수 있는 업체가 몇이나 될까?
지난 11월26일은 경사가 있었다. 생각과자가 영국행 화물선에 오른 것이다. 영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도시락 체인인 ‘와사비’에서 러브콜이 왔고 그래서 내년초 영국인에게 팔 수 있게 됐다.
◆ 아버지 사업 돕다 3.14 생각과자 힌트얻어
제갈 대표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내심 사업가 유전자가 강했다.
그는 ‘사업이 곧 예술’이라고 믿었다. 미술은 자신이 매우 좋아하는 영역이고 사업은 꿈을 다양하게 구체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항상 사업 아이템에 굶주려 왔다. 학부를 졸업을 하고 경영대학원으로 진학하려고 했다.
아버지는 추억의 과자 대형유통업체인 혜성제과를 운영한다. 원래 조부와 숙부로 전해지던 가업이었다. 4년 전쯤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가 숙부로부터 이 공장을 인수했다.
옛날과자는 그동안 거리에서 잘 팔렸다. 하지만 갈수록 규제가 심해 많이 사라졌다. 아버지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판매 봉지를 대용량으로 바꾸었다. 작은 봉지 단위로 팔리던 과자를 밀가루 포대만한 대용량 비닐포장에 담아 판 것이다. 일반 업소에서는 비교적 싼 가격에 넉넉하게 덜어 사용할 수 있어 호프집 무료 안주, 식당의 심심풀이용으로 인기가 좋았다.
특히 한 포대에 1만원인 마카로니는 혜성제과의 ‘효자과자’로 불린다. 이 밖에 개나리, 앵두, 고구마, 오란다, 생강 등 20여 종의 과자는 직접 만들고 있다. 눈깔사탕, 센베이, 쫀드기, 사탕류, 초콜릿류, 유탕제품류 등 전국 40여곳의 공장에서 만든 400여종의 과자는 이 공장에서 전국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제갈 대표는 2010년 한 간부가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보름 정도만 아버지를 돕기 위해 대구로 내려왔다가 덜컥 발목이 잡혀버렸다.
그는 장부, 재고관리, 원가분석, 유통 등 모든 항목을 시스템화했다. 이미지 통일 작업도 했고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이는 주먹구구로 일관할 수밖에 없어 고생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 그는 사업가의 본성이 더욱 분출한다. 덕분에 회사의 경영 효율이 나아지고 수익도 좋아졌다.
혜성제과를 도우면서 자기 비전도 찾고 싶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바로 ‘3.14 생각과자’다.
이 무렵 동맹을 할 수 있는 친구 한 명이 투입된다. 대학교 때 친구였던 김선미 대표다. 그녀는 디자인 감각이 빼어나다. 그 능력을 활용해 스토리텔링과 콘셉트를 비롯해 ‘3.14’ 이미지 통일작업에 나선다. 회사의 슬로건은 ‘달콤한 에너지를 나눠주자’다. 스위트 에너지. 돈 벌어 즐겁게 생활하는 것도 좋지만 경제활동하는 것 자체가 둘에겐 예술활동이다.
◆ 생각과자 다변화…팬시·캐릭터상품까지
온라인 판매에 무게중심을 둔다.
하지만 둘에게는 홈쇼핑과 웹디자인에 대한 스킬이 부족했다. 그래서 또 한 명의 사업 파트너가 필요했다. 수소문 끝에 후배가 경영하는 서울의 웹디자인 회사 ‘플러스 인’과 의기투합, 홈페이지(3.14pl.com)를 개설한다.
현재 초코칩쿠키, 매운떡볶이, 꼬꼬스낵, 고구마 등 60여 종의 과자만 판다. 사과만 하게 포장한다. 앙증맞고 아늑하다. ‘이게 과연 추억의 과자 맞나’ 싶다. 디자인이 워낙 매력적이라 다들 과자를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한다. 서울에서 더 난리다. 명절,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등을 겨냥해 각종 선물 세트를 개발했다. 쿠키 세트, 안주 세트, 간식 세트 등으로 특화시켰다.
이젠 과자에 만족하지 않는다.
과자를 매개로 문화예술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싶어한다.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의 신지평이다. 얼마전에는 작은 잉크병만 한 용기로 1인가구를 겨냥해 허브 양초를 만들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접합, 그림 들어간 과자도 만들었다. 각종 업체에서 이벤트용으로 구입해 간다.
이젠 팬시·패브릭·캐릭터상품은 물론 문화예술인 후원 프로젝트도 가동했다.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상품과 작품의 동거다. 숨어있는, 저력있는 예술가 지원에 수익금 일부를 지원한다. 그런 작품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준다. 온라인 갤러리인 셈이다.
작년에는 그래픽 디자이너, 소설가, 영상디자이너, 서양화가의 공동기획전도 지원사격해 주었다. 영남대 조소과 학생과 함께 방천시장 김광석길 벽화 그리기도 도와줬다. 출판사 시인동네 북콘서트 포스터, 한울림 소극장의 연극 리비도 파우스트의 포스처도 3.14에서 제작했다. 공장 2층은 문화사랑방. 제갈 대표의 그림과 조각물 등이 전시돼 있고 가끔 여기서 파티도 연다. 귀한 게 비싼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아무한테 과자를 팔지 않는다. 이런 정신을 알고 온라인 편집숍인 텐 바이 텐, 29CM, 1300K, 서울 가로수길에 있는 오프라인 업체 에이랜드 등 서울에서 잘나가는 10여개 패션문화 브랜드를 협력사로 두고 있다.
둘은 지금 과자에 인문학의 날개를 달고 있는 걸까? (053)312-1187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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