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착한 빵집을 찾아서 (1) 대구 신천동 베이커리 카페 ‘우즈’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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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6   |  발행일 2015-06-26 제41면   |  수정 2015-06-26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빵은 호주산 유기농 밀가루로 통밀빵 같은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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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그루 자작나무가 붓처럼 서 있는 빵집 입구. 손님의 웃음소리와 먹음직스럽게 매치된다. 우측에 툭 터져 있는 홀과도 앙상블을 이룬다. 유행하는 노출콘트리트조 대신 과감하게 조금 고상한 적벽돌 벽체를 도입했다. 뉴욕 버전과 유럽 버전이 합쳐진 듯. 홀의 인테리어 질감에 따라 군침의 강도도 확 달라진다. 블랙톤 유니폼, 미니 검정 중절모를 쓰고 있는 홀 스태프의 동작은 야자수 잎처럼 탄력적이다. 동구 대구은행 신천동 지점 바로 옆에 자리한 우즈(WOO’Z).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각인데도 사람이 많아 쉴 틈 없이 분주하다.

우중충했던 길거리가 이 건물 하나로 훨씬 모던해졌다. 생긴 지 얼마 안됐지만 진작에 생겼어야 할 ‘대구발 베이커리 카페’로 발효 중이다. 서울발·다국적 프랜차이즈가 아니란 점도 미덥다. 젊은 사장의 좋은 식재료에 대한 욕구가 너무 철저하고 성실한 구석까지 엿보여 착한 빵집으로 선정됐다. 분위기는 패밀리 레스토랑 같다. 메뉴는 브런치 스타일로 빵의 비중이 70%, 나머지는 커피와 음료, 케이크, 샐러드 등이다. 몇 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는 디저트 카페보다 빵에 치중한 캐주얼 레스토랑 같은 빵집이다. 우대권 사장(35)과 동맹을 맺은 여성 베이커 김해원씨(41). 벙글웃음이 인상적인 그녀는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전공을 바꿔 프랑스 대표적 요리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고 귀국했다.

◆ 사장은 생두감별사 겸 홈베이킹 재료 전문가

우 사장은 냉철함과 열정, 그걸 조절하는 냉정함을 가진 CEO다. 그는 돈만 겨냥하는 ‘대충 커피’가 테이크아웃족의 입맛을 버리고 있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생두가 너무 타거나 유통기한이 지나버려 현지에서 수확될 무렵 특유의 맛을 완전히 잃어버린 ‘저급 원두커피 문화’에 도전장을 내고 싶었다. 자연 바리스타·로스터로 만족할 수 없었고 ‘커핑(Cupping)’을 통해 제대로 된 생두 감별 기법을 충분히 배워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 소속 국내 인스트럭터가 인정하는 자격증인 ‘큐 그레이더(Q-grader)’를 취득할 수 있었다.

◆ 재료부터 시식·체험까지 원스톱

우 사장은 ‘떡보의 하루’ 황금네거리점에서 1년간 오픈 점장을 했다. 이 가게를 준비하면서 커피를 더 야무지게 공부한다.

현재 우즈에서는 딱 두 종의 커피를 판다. 블렌딩 된 걸 사용하지 않고 싱글 오리지널 에티오피아 아리차, 인도네시아 만델링을 낸다. 머신이 중요하다 싶어 2천만원대 미국산 ‘시네소’를 구입했다. 아리차 한 잔 만들기 위해 한 샷에 10g 정도인데 여기는 17~18g이 들어간다. 8천~1만원 핸드드립 풍미가 느껴진다. 아메리카노는 4천500원.


브런치 스타일 메뉴‘밥 같은 빵’
빵 재료 판매부터 체험·교육
한 매장에서 ‘원스톱’서비스
생지도 직접 만들어 질감 특출
비싼 뉴질랜드 앵커버터 사용


북구 유통단지 근처에서 수천 종에 달하는 각종 홈베이킹 재료 판매 회사인 ‘베이커 앤 푸드’를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10년간 빵에 관련된 식재료를 두루 섭렵한 뒤 독립했다.

우 사장은 세상 흐름을 간파했다. 아버지 공장에서 일할 때 각 품목으로 쇼핑몰 시스템을 짰다.

우 사장은 중앙대 사진학과 출신으로 한때는 유명 사진작가의 꿈을 가졌다. 서울에서 잠시 영화·CF·광고 사진 쪽에서 일했다. 하지만 사업에 더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았다. 결국 대구로 내려와 아버지를 도왔다. 대구·경북 여러 빵·떡 공장에 납품했다. 느낀 게 많았다. 한때는 서울발 빵 프랜차이즈에 환호성을 질러댔는데 갈수록 공장표 대량생산 빵이 수제 빵의 공세에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공장빵을 하려면 각종 유화·첨가·개량·착색·착향제 등을 사용해야만 했다. 후발 베이커리 카페로 인지도를 가지려면 역시 재료만은 착한 걸 사용하자고 다짐했다.

◆ 기계 구입비만 1억원 이상

일단 1년쯤 시장조사를 했다. 전국 유명 빵집, 유명 커피전문점, 전국의 유명 개인숍 등을 분석했다. 모두 자기만의 빵을 찾고 있었다. 그렇다면 베이커리 카페의 성공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23명의 직원에게 자신이 구현하려는 정직한 빵에 대한 모토를 제대로 설명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밑그림까지 아내와 함께 짜냈다. 내부 공간도 ‘ㄷ’ 자로 잡았다.

빵만큼 커피, 음료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손님이 빵을 지목하면 스태프가 꺼내주는 방식인데 비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직접 자기가 먹고 싶은 빵을 고를 수 있게 진열 방식을 수정했다.

업장 공간을 황금분할한다. 입구 왼쪽에 베이킹 재료 판매장을 구축했다. 향신료, 커피, 떡, 프리믹스 제품, 각종 밀가루, 과일류 견과류, 토핑류를 비롯해 베이킹에 필요한 쿠키커터, 밀대, 팬, 모양틀 모양, 마카롱시트, 와플팬, 유산지, 예쁜 포장지 등 1천여 종이 넘는 품목을 진열했다. 바로 옆에는 무료 쿠킹클래스 룸이 있다. 빵을 만들 수 있는 모든 재료가 구비돼 있어 주 1회 파운드케이크, 쿠키, 케이크류 등 특정 제과제빵 품목을 하나씩 만들어 가게 했다. 제과제빵 초·중·고급반도 만들었다. 각종 초콜릿 재료도 갖춰놓아 자기만의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 조만간 이충희 셰프를 초빙해 파스타 등 이탈리아 가정식 요리까지 가르칠 예정이다.

빵 재료부터 베이킹 체험·교육·판매까지가 한 매장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살펴봐도 이런 스타일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 우즈만의 유기농 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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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 카페 ‘우즈’는 입구에 서 있는 곧게 뻗은 자작나무 때문에 툭트인 홀의 이야기 소리가 더없이 정겹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흔한 노출 콘크리트조 대신 적벽돌조로 건축을 해서 베이커리 카페로서의 색깔을 더욱 확실히 할 수 있다. 특히 냉동 생지를 사용하는 여느 집과 달리 만들기 어렵다는 크루아상(맨 위에서부터)을 직접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어 핸드메이드 정신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오전 7시에 빵을 만드는 스태프가 온다. 5명이다. 크루아상, 뺑 오 소시지, 호밀무화과캄파뉴, 밤아몬드브리오쉬, 코코모카, 치아바타, 밤데니시, 크림치즈산딸기바게트, 치즈스콘, 까만모찌, 쇼콜라 크루아상 등은 물론 당근케이크, 치즈케이크 등 디저트용 제과류까지 맛볼 수 있다. 여느 빵집에선 만들기 번거롭고 어려워 냉동생지를 사용하는데 여긴 직접 만들어 질감이 특출하다. 여기 빵은 기존 단팥빵과 크림빵과 달리 크게 달지 않고 통밀빵 같은 걸쭉한 풍미를 갖고 있다. 유럽빵 스타일이다.

당연히 밀가루도 저급한 걸 사용 못한다. 밀가루는 호주산 유기농 밀가루인데 기존 밀가루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여느 밀가루는 글루텐(단백질 성분)이 많고 적고에 따라 강·중·박력분으로 분류되는데 프랑스는 회분 함량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다. 국내로 수입되는 건 보통 T55와 T65. 이 수치는 섬유소의 함량 정도를 의미한다. 프랑스 밀가루는 도정을 너무 깊게 하지 않고 현미처럼 섬유소를 많이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무척 거칠다. 유기농 밀가루와 혼합해 사용한다. 대형 3단 독일산 오븐기를 사용한다. 국내산보다 온도에 대한 변화가 적어 선택했다.

에이드의 경우 과일 파우더 같은 걸 사용하지 않고 직접 과일 청을 담가서 음료 베이스로 투입한다. 자몽에이드의 경우 직접 자몽을 사서 사용한다. 100% 착즙주스는 7천원인데 자몽은 1개 반, 오렌지는 3~4개가 들어간다. 재료 대비 이윤이 박하다. 초콜라테도 직접 초코베이스를 만들어 사용한다.

원가를 생각하지 않고 우유의 기운이 듬뿍 스며든 버터를 사용한다. 법에 따르면 70% 우유와 30% 식물성 유지를 함유하지 않으면 ‘마가린’으로 분류된다. 여느 빵집은 원가 때문에 마가린을 선호한다. 3~4배 비싸지만 우즈는 뉴질랜드산 앵커버터를 투입한다.

브런치의 경우 루콜라피자, 베이컨살라미피자, 치아바타샌드위치, 양송이수프샐러드, 구운 채소가 들어간 그릴드 샐러드가 나온다. 손님 중 여성이 7할 이상이다. 브런치 타임은 오전 11시~오후 4시. 분기별로 새로운 빵이 나온다. 이 집은 빵이 빵 같지 않고 ‘밥’ 같다. ‘덜 남아도…’란 말을 즐기니, 그래서 착한가? 동구 신천동 182-2번지. (053)759-7760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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