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애플리케이션 준비 중인 ‘온마케팅’ 주효준 대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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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3   |  발행일 2015-07-03 제41면   |  수정 2015-07-03
“대구지역 맛집 전수 검증…‘푸드 캐스트’에서 제대로 된 정보 알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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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역의 대표 문화기획가의 길을 걷다가 큰 실패를 맛본 뒤 그걸 토대로 소셜미디어 푸드 마케팅 업체인 ‘온마케팅’을 창업한 주효준 대표. 그는 ‘푸드캐스트’ 앱을 개발 중이다. 이 앱은 오는 10월 론칭될 예정이다.

관광객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찾는다. 하지만 여행가는 가봐야 할 후미지고 한적한 곳을 선호한다. 관광형 음식과 여행형 음식은 천양지차.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사람은 줄 서는 맛집만 순례한다. ‘식미안(食美眼)’이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식도락가를 넘어 미식가 단계에 진입하면 대박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식당을 찾아낸다.

어느 날 한국도 ‘외식 공화국’이 된다. ‘집밥은 맛없다’로 낙인찍힌다. 맞벌이 아내는 피곤해 툭하면 외식이고 툭하면 배달음식을 부른다. 대한민국 음식정보의 생산방식도 시대별로 달랐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상당수 어머니와 아내가 싸준 도시락에 만족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서 식사를 했다. 80년대 컬러TV, 마이카 시대로 접어들면서 서울 유수 일간지가 발행한 여성지가 일조를 한다. 바캉스 특집으로 전국 유명 해수욕장 주변 맛집 가이드북을 부록으로 제작했다. 그 무렵 식도락가 소설가 벽파 홍성유씨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신문에 연재하고 그 결과를 맛집 가이드북으로 펴낸다. 1987년 ‘한국 맛있는 집 999점’, 99년에는 ‘한국 맛있는 집 1234점’을 낸다. 홍씨와 함께 한국 1세대 음식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사람은 동아일보 해직기자인 김순경씨와 산악인 출신으로 주간조선에 산촌맛집을 연재하는 박재곤씨. 이들이 아날로그 시절의 푸드블로거였던 셈이다. 이맘때만 해도 전국의 식당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 맛집에 나름의 ‘진실’이 담겨있었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맛집 스토리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으로 발돋움한다. ‘촉매’가 있었다. 최고 공로자는 2000년 5월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KBS2 ‘VJ특공대’, 2002년 9월부터 연재된 허영만 원작 만화 ‘식객’, 2003년 9월부터 56부작으로 방영된 ‘대장금’이다. VJ특공대와 식객에 노출되면 대박이 보장되었다. 나중에는 강호동의 1박2일도 대박집 만들기의 숨은 공로자다.

온라인 푸드 포털 시대가 개막되면서 맛집 수요는 폭발했다.


푸드 캐스터는 IT시대 신종직업
블로거·음식칼럼니스트·셰프 등
관련 전문가 100명 엄선
신문기사처럼 내용 철저 확인후
문제 없는 것만 실을 예정
인기 있는 콘텐츠엔 고료도 지급


대구에서는 오푸드(www.ofood.co.kr)가 전국 최다 링크 푸드 사이트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맛집은 광고형으로 왜곡되기 시작한다. ‘매체에 노출되면 금세 부자식당이 된다’는 소문 때문에 매체와 식당주 사이에 밀거래가 성행한다. ‘식당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다. 가장 쉽게 오픈하지만 가장 빨리 망하는 업종이 식당이 된다.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식당주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다음의 푸드블로거도 맛집 공급 과잉 시대에 일조한다. 팔로어가 많은 파워블로거는 자신도 모르게 취미·부업을 넘어 맛집 소개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한다. 상업적 블로거 때문에 소비자는 어느 정보를 믿어야 할지 ‘패닉’ 상태에 빠진다.

2001년 방송국 PD 출신인 김재한씨는 감독으로 변신, 돈 받고 방송 내주기의 추악한 실태를 고발한 ‘트루맛쇼’를 제작해 충격을 준다. 유명 연예인 단골 맛집도 사실이 아니었다. 조·중·동 계열 스포츠신문은 기사 실어주고 돈 받고, 나중에 사진 장사까지 했다. 먹방(음식프로) 구성작가는 식당 섭외를 전담하지만 정작 시간이 없어 현장은 체크하지 못한다. 담당 PD도 음식을 모르고, 외주업체 카메라맨은 각본대로 찍어 방송국에 편집 파일을 넘겨준다. 제작비 줄이려고 대다수 VJ가 촬영·인터뷰·편집까지 다 한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맛을 모르는 미맹(味盲)이 방송을 제작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런 지적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대로 된 음식을 못 먹어봤다. 1960년대에 농촌 인구가 일제히 도시로 이동한 뒤에 사람들이 농산물의 원래 맛을 모른다. 60년 이후 출생자들은 진짜 밭에서 딴 토마토 맛이 어떤지 모른다고 봐야 한다. 50년 이상을 도시 노동자로 살면서 입맛이 쓰레기가 된 셈이다. 영국 조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음식은 주방이 아니라 자연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모두 이 말을 음미해봐야 된다”고 했다.

◆ 대구발 착한 맛집 SNS…푸드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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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벤처센터 8층에 입주한 온마케팅 주효준 대표(30). 그는 IT 강국인 한국에서 착한 맛집 채널 하나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믿고 ‘착한 맛집 찾아주기’ 프로그램 개발에 승부수를 던졌다. 1년여 고심 끝에 맛집 SNS 시대를 열어보기 위해 ‘푸드캐스트(Foodcast)’ 앱을 개발 중이다. 오는 10월 말 앱 출시를 앞두고 연일 스태프와 업무 협의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 대표를 만나봤다.

그가 차린 온마케팅은 외식전문 온라인(소셜미디어) 마케팅 업체. 그는 페이스북·블로그·SNS마케팅 전문가로 땅땅치킨, 하남돼지집, 후쿠오카 함바그 등 500여 개 업체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다. 여느 청년기업가는 고전을 못 면하는데 그는 늪에서 벗어났다.

경북대 중문학과를 나온 그는 푸드마케팅 사업을 시작하기 전 야심 찬 문화기획 전문가로 출발했다. 2012년 9월 경북대 북문 근처에 사무실을 열고 문화예술 공연 기획을 시작했다. 공연을 기획하고 표를 판매하기 위해 자체적인 소셜 마케팅을 진행했고 대구 인디뮤지션과 결합한 약 15회의 공연도 진행했다.

문화운동이란 보람도 느꼈지만 정작 수익은 별로 창출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케팅 분야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뭘 팔 건지를 넘어 뭐든지 팔 수 있는 만능키 같은 SNS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었다. 현재는 두각을 나타내어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 직원 10명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땅땅치킨 온라인마케팅을 약 2년간 진행 중이며 브랜드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와 콘텐츠 기획을 통해 2년간 2천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대구 동성로에 진출한 하남돼지집도 10개월간 온라인마케팅을 통해 1천500만건 뷰를 기록했다. 주 대표가 관리해준 덕이다. 이 밖에 2년째 대구 달구벌관등놀이 부대행사인 풍등날리기 홍보를 맡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을 통해 갓 수확한 신선한 300여 경북 지역 농가의 농산물을 저렴하게 직거래하기 위해 ‘준스마켓’까지 만들었다. 기존 온라인 홈쇼핑에서 좀 더 진화한 SNS를 통한 농작물 직거래였다. 현재 회원수 200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온라인마케팅 인프라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직접적인 플랫폼사업인 푸드캐스트를 꽃피울 수 있었다.

주 대표는 “IT 서비스가 일상 속에 녹아들면서 ‘O2O(Onlin to Offline)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맛집 관련 온·오프라인 매체는 모두 상업적이란 누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2013년 설립된 맛집 추천 애플리케이션도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그도 한국에서 먹방, 쿡방이 연일 화제일 만큼 맛집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정작 미국의 옐프(Yelp)나 일본의 타베로그(Tabelog.com)와 같은 대표 맛집 서비스가 아직 미비된 게 아쉬운 모양이다.

◆ 푸드캐스트 & 푸드캐스터

푸드캐스트는 역량 있는 푸드캐스터(Foodcaster)를 통해 지역의 맛집을 전부 검증해볼 작정이다. 맛집다운 맛집을 찾아나서겠다는 푸드캐스터와 손을 잡겠단다. 소비자가 원하는 맛집도 추천해 줄 예정이다.

푸드캐스트 측에 정보를 제공하게 될 푸드캐스터는 IT 시대 신종 직업이다. 일종의 SNS 시대에 걸맞은 음식 관련 자유기고가다. 대구식객단은 물론, 여느 푸드블로거보다 더 신빙성 있고 고급스러운 정보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유명 푸드블로거, 음식칼럼니스트, 음식전문기자, 오너셰프, 식당주, 미식가 등 관련자를 접촉해 조만간 100명을 엄선할 계획이다. 이들 캐스터 전사는 네티즌이 지금껏 제대로 맛보지 못한 푸드 콘텐츠를 사냥할 것이다. 푸드캐스트 측이 내린 작전명령은 ‘진짜 맛집을 찾아 나선 100인의 이야기’.

캐스터가 전송한 맛집 관련 사진과 글을 무조건 포스팅하지 않는다. 신문기사처럼 철저히 내용을 검증해서 문제가 없는 것만 실을 예정이다. 포스팅된 내용이 인기가 좋으면 소정의 원고료도 지급된다. 물론 식당주와 결탁된 정보를 제공하면 당연히 캐스터 자격도 박탈된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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