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시리즈 통·나·무] 대구 2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강상대 미래여성병원장

  • 최미애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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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2   |  발행일 2015-08-22 제5면   |  수정 2015-08-22

“나 혼자 힘들여 번 돈이란 생각 못 벗어나면 나누는 재미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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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대구 달서구 죽전동에 위치한 미래여성병원에서 만난 강상대 원장은 “기부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내가 번 돈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십시일반 모아서 나누는 재미죠.” 지난 12일 대구 달서구 죽전동에 위치한 미래여성병원에서 만난 강상대 미래여성병원 원장(62)은 나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 원장은 10년 전부터 지역 초등학교, 복지관 등에 장학금, 급식비 지원 등을 해왔다. 이후 4년 전, 한 일간지에서 연재했던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에 대한 기사가 강 원장을 고액 기부로 이끌었다. 병원 진료를 통해 번 수익금을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하자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던 강 원장에게 기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강 원장은 2011년 11월23일 1억원을 기부하기로 해 대구의 2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당신몫으로 모았으니 알아서 쓰라’
4년 전 아내가 건넨 1억 고심하다
기사 보고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
10년 전부터 복지관 등에 나눔 실천

“조손가정 등 급식비 지원 가장 보람
선친 나눔 본받아 은퇴 후엔 의료봉사
내 기사가 기부 활성화 도움 되기를”

◆ 아내의 권유로 가입한 아너소사이어티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기부를 하기 위해 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강 원장은 가족의 권유가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의 발단이었다. 가입에 앞서 아내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던 그해, 강씨의 아내가 강 원장의 몫으로 1억원을 모아놨는데, 쓰고 싶은 곳에 사용하라고 했던 것. 그는 당시 관심을 갖고 읽었던 신문기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같은 해 9월 모 일간지에서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 중이었다. 당시 아내도 지나가는 말로 강 원장에게 “아너소사이어티로 가입해서 기부를 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이 잠잠했던 지역 사회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던 것도 있다. 당시 대구는 2010년 12월 이수근 온누리 대학약국 대표의 가입으로 첫 회원이 나왔고, 강 원장이 가입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추가로 가입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없었다. 반면 전국적으로는 65명의 회원이 나왔고, 서울·경기지역 가입자가 주를 이뤘다.

강 원장은 “결혼할 때 아내와 했던 약속도 있고, 두 딸도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적극 지지했다”고 말했다.

◆ 노후에는 의료 봉사 계획

강 원장도 대부분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과 마찬가지로 가입 전부터 기부를 했다. 대구파티마병원, 마산파티마병원 과장을 역임한 후 2002년부터 미래여성병원 원장을 맡으면서 병원 인근에 위치한 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연탄·쌀을 전달하기도 했다. 성서지역 복지관에도 매년 어려운 형편에 놓인 서너 가정에 지원해주고 있다. 강 원장은 지금까지 했던 기부 중 제일 보람있었던 일로 급식비 지원을 꼽는다. 10년 전쯤 그가 지원했던 성서 지역의 초등학교에는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조손가정과 다문화가정이 많았고, 학생의 절반 정도가 자기 돈으로 급식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많았다.

강 원장의 나눔 정신은 그의 부친에게서 어느 정도 물려받은 듯했다. 강 원장의 아버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진료를 해주기도 했다. 부친은 정식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것이 아니지만 일본의 전문학교에서 의술을 배워 자격증이 있었다. 강 원장은 아버지로부터 무료로 진료를 받은 한 대학생으로부터 영어를 배웠던 기억이 있다. 그 학생은 1960년 4·19 혁명 당시 다리에 관통상을 입었는데, 한달 정도 매일 무료로 진료를 받았다.

강 원장도 은퇴 후에 진료 봉사에 나설 구상을 하고 있다. 해외봉사단체인 코피온을 통해 캄보디아 등 의료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 6개월 정도 머물면서 무료 진료를 할 계획이다.

강 원장은 “진료 과목(산부인과) 특성상 의료 봉사가 어렵지만, 반면 아직 분만 환경이 좋지 않은 곳도 많은 만큼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 나눔 문화 활성화 됐지만…

대구의 초창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서 강 원장은 기부문화가 활성화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20일 기준 대구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은 50호까지 탄생했다.

기부가 활성화된 반면 강 원장은 기부에 뜻은 있지만 막상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그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후 기업을 운영하는 한 후배도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강 원장은 부자들이 자신이 번 돈에 대한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들이 수십 년 간 벌어온 돈이 그저 혼자 힘들게 일해서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롯데 사태 등 대기업이 시끄러운 이유도 직원들이 회사를 먹여살리는 데 일조했다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돕기에는 지역에는 아직 가족 문화가 강한 것 같다”며 “‘내 가족이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 ‘내가 가족·형제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원장은 4년 전 자신이 신문기사를 보고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결정한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가 신문에 실려 기부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강 원장은 “살아가면서 욕심이 생기지만,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니 도리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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