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가와무라 고타로 다이와 필드테스터의 배스낚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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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4   |  발행일 2015-09-04 제41면   |  수정 2015-09-04
길이 없으면 만들어간다…‘100% 워킹낚시’들어갈 수 없는 잡목숲도 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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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엉킨 잡목과 잡풀을 헤치고 연안으로 내려간 가와무라가 조심스럽게 배스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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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싱커 웜과 바늘의 유격을 줄이기 위해 작은 핀(일종의 스토퍼)을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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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국필드에서 마릿수 배스를 낚아낸 가와무라 고타로 다이와 배스 필드 테스터.

새벽이슬이 촉촉한 풀숲을 거리낌 없이 헤치고 들어간다. 연안 돌무더기 위를 뛰어다닌다. 이윽고 산짐승이 아니고는 도저히 진입할 수 없는 수풀을 뚫고 잠입한다.

필드에서 내가 만난 가와무라 고타로(36·다이와 배스 필드테스터)는 ‘야성(野性)’이었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에 호리호리한 외모와는 달리 필드에서만큼은 ‘날것’의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작년 가을 청평호 자라섬에서 열리는 다이와 아마추어 배스낚시대회 참관 차 한국을 찾은 가와무라가 만난 한국의 첫 필드는 충남 예산군의 예당지였다. 김주호 한국다이와 배스 필드스태프의 안내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예당지 제방 왼쪽 중하류 하탄방 골자리.


충남 예산군 예당지
“어느 필드를 가든 다른 사람에게 포인트 물은 적 없다”
처음 본 필드에도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서너 번 캐스팅에 별반응 없으면 미련없이 자리 떠
재빠르게 걷고 또 걸어


◆ AM 7 : 00=물안개가 자욱한 연안에서 낚싯대 두 대를 들고 루어가 담긴 어깨 가방을 멘 가와무라. 낚싯대 한 대에는 버즈베이트, 다른 한 대에는 노싱커 웜 채비를 한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풀숲을 헤치고 걷는다. 처음 본 필드임에도 전혀 망설임이 없다.

“어느 필드를 가든 지금껏 다른 사람에게 포인트를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와무라는 연안 전체를 크게 한 번 둘러 본 후 가장 변화가 심한 곳을 우선 공략지점으로 삼았다. 밋밋한 지형보다는 조금이라도 장애물이 있는 곳이 그가 노리는 지점이었다. 그러나 예당지 배스는 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 AM 8 : 00=가와무라는 버즈베이트를 스피너베이트로 바꾼다.

“수온이 많이 올라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수면을 공략하던 전략을 바꿔 약간 깊은 수심층을 노린다. 덜커덕. 첫 입질이다. 이때가 오전 8시10분. 스피너베이트의 탐색채비가 적중한 거다. 이후 다른 낚싯대의 노싱커 웜 채비로도 한 마리. 한 자리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서너 번 캐스팅을 해 본 후 이렇다 할 반응이 없으면 그는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 걷고 또 걸었다. 별로 다리가 길어 보이지 않는데, 걸음이 재빠르다. 흡사 평지를 경보하듯이 울퉁불퉁한 필드를 휘젓고 있다.

◆ AM 8 : 21=수상좌대 앞. 완전히 해가 떠오르자 자욱하던 안개가 오간데 없다. 제법 강한 가을볕이 내리쬔다. 그는 연안에 바짝 붙어 있는 수상좌대를 슬쩍 본다. 스피너베이트 채비를 내려놓고 노싱커 웜 채비의 낚싯대를 든다. 휘익~. 사이드 캐스팅으로 스키핑. 수면에서 서너 번 물수제비를 뜬 노싱커 웜이 수상좌대 밑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덜컥. 이내 낚싯대가 휜다.

이번에는 멀리 수면 위에 튀어나온 쇠파이프를 노려 캐스팅. 캐롤라이나 리그다. 비거리와 후킹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채비. 다시 한 마리.

“아직은 오전 피딩타임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베이트피시가 넓게 퍼져 움직이고 있어요.”

가와무라는 한 포인트에 집중적으로 마릿수를 얻기보다는 눈에 띄는 공략 포인트에 바로 대응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 AM 9 : 30=지카리그. 연안선과 나란히 잠긴 육초대의 구멍 속을 피칭으로 공략한다. 그는 선이 아닌 점으로 콕콕 찍듯이 바닥을 확인한다. 별 반응이 없다. 채비 교체.

바이브레이션으로 탁 트인 수면을 향해 캐스팅. 차르륵 원줄이 풀려나간다. 루어가 수면에 닿자 가와무라가 릴을 감는다. 비교적 빠른 릴링이다. 덜커덕. 가벼운 느낌. 잔 씨알의 배스가 첨벙첨벙 끌려 나온다.

다시 캐스팅. 빠른 릴링. 역시 잔챙이 배스. 서너 마리쯤 비슷한 씨알을 낚아낸 가와무라가 두 손을 번쩍 쳐든다.

“항복~!”

카메라 앞에서 쇼맨십을 보인다.

◆ AM 11 : 30=우리는 수문 근처로 이동했다. 탁 트인 공간이라 바람이 제법 분다. 캐롤라이나 리그를 몇 차례 던져보더니 그는 채비를 회수하고는 넓적한 돌 위에 주저 앉는다. ‘뭘 하려나…?’

가와무라가 자신의 신을 벗고 양말을 벗는다. 척척 바지를 걷는다. 그리고는 맨발로 처벅처벅 물속으로 들어간다. 생각했던 것보다 비거리가 아쉬웠던 거다. 한 20m쯤 들어가니 장딴지가 잠긴다. 거기서 캐스팅. 낚싯대가 휘고 비록 잘긴 했지만 세 마리의 배스가 연거푸 바늘털이를 한다.

◆ AM 2 : 00=점심을 먹은 후 우리가 찾아간 곳은 동산교 상류의 무한천 줄기. 강폭이 제법 넓지만 최근 물이 많이 빠진 듯 필드상황이 여의치 않다. 좁은 논길을 따라 상류 쪽으로 올라간다. 가와무라는 가끔씩 몸을 낮춰 잡목 사이로 수면을 확인한다.

‘앗~!’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잡목 사이로 그가 사라졌다. 가와무라는 도저히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잡목 숲을 뚫고 연안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숲길을 내고 있는 거다. 나는 그의 뒤에 서너 걸음 쳐져 따라간다. 그는 나뭇가지를 꺾어 눈앞에 엉켜 있는 거미줄을 뭉쳐내며 기어이 연안으로 내려갔다.

아~, 근사한 필드가 눈앞에 펼쳐진다. 하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연안 군데군데 수몰된 나무가 척척 쓰러져 있고, 물 흐름이 거의 없다. 무슨 채비든 던지기만 하면 런커급 배스가 물어 줄 것 같은 포인트.

이때가 오후 3시쯤. 늦어도 3시30분에는 예산을 빠져나가야 했다. 다음 날 대회장인 가평에서 우리는 대회 운영팀들과 저녁을 먹어야 했다. 좀 더 꼼꼼한 탐사를 하지 못한 게 아쉬운 듯 가와무라도 입맛을 다셨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가와무라 고타로, 일본에서 최고 인기 배스낚시 전문꾼…
“나의 두 다리로 정직하게 승부하는 게 즐겁다”

가와무라는 한국의 배스낚시 동호인들에게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배스낚시 전문꾼이다. 실제로 최근의 일본 루어낚시 전문지 표지는 가와무라의 얼굴이 ‘도배’돼 있다시피한다.

일본의 메이저 필드인 가수미가우라 부근에서 자란 그는 일찍 배스낚시를 시작했다. 그는 유독 발로 하는 낚시, 즉 워킹에 애착을 갖고 있다. 물론 상품을 개발할 때는 보트를 타기도 하며, 보트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자신의 배스낚시는 거의 100% 워킹이다. 그의 키워드는 ‘길이 없으면 개척해 나간다’. 이런 그의 진가가 확인된 건 지난해 ‘전 일본 워킹낚시 결정전’에서 내로라하는 프로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한 것. 아오키, 기무라, 가나모리 등 쟁쟁한 실력자들을 월등한 기량 차이로 이기고 ‘초대 워킹왕’에 오른 것이다. 이후 ‘워킹낚시 올스타’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 보였다.

예당지에서 그와 배스낚시 취재를 하면서 나는 가와무라가 참 겸손하면서 친화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꽤 많은 일본의 소위 프로들을 취재해 오면서 때로는 ‘목이 뻣뻣한 친구’들도 많이 봐왔기에, 나는 그의 겸손이 카메라 앞에서 보이는 쇼맨십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스스럼없이 한국의 매운 고추를 입에 넣는가 하면, 처음 맛보는 된장·고추장에도 연신 ‘오이시(맛있다)’를 연발했다. 그러나 막상 필드에 서자 그의 눈은 매가 되고, 발걸음은 치타로 변했다.

“워킹낚시는 순전히 나의 두 다리로 승부를 하는 게임이다. 나는 그 자체가 즐겁다. 내 발소리, 내 그림자가 물속의 배스와 교감을 한다.”

가와무라에게 워킹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한국의 아마추어 배스낚시 동호인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이 되는 말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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