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東城路 부활의 꿈 .5] 영국 글래스고의 변신

  • 최미애
  • |
  • 입력 2015-11-03   |  발행일 2015-11-03 제6면   |  수정 2015-11-03
뷰캐넌 거리 43년 前부터 차량 통행 금지…파란 조명으로 도시 얼굴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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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글래스고 뷰캐넌 스트리트. 도시의 쇠락과 함께 우범화됐던 이 지역은 보행자 거리 조성, 가로등 설치 등으로 사람이 즐겨찾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영국의 항만 도시인 글래스고(Glasgow)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철강·조선업의 발달로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공업도시였다. 하지만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도 함께 쇠락했다.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고, 거리 곳곳이 슬럼화된 것. 이에 글래스고시는 1970년대부터 도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경관 사업을 통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고, 걷고 싶은 도심 만들기에 주력했다.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글래스고시의 사례를 통해 동성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

◆ 문화가 넘치는 ‘뷰캐넌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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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 뷰캐넌 스트리트에서 한 연주가가 백파이프를 연주하고 있다. 공연 외에도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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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지어진 글래스고 로열 콘서트홀은 도시의 문화적 품격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서트홀 앞 계단은 거리 공연이 이뤄지는 공간이자 시민들의 약속이나 점심식사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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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 뷰캐넌 스트리트에서 거리공연(버스킹)은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월5일 찾은 영국 글래스고 뷰캐넌 스트리트(Buchanan Street).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글래스고 시민과 관광객들로 거리는 북새통을 이뤘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의류, 화장품, 식당, 카페 등이 밀집해 있었다.

특히 대구 동성로의 2배 정도 되는 넓은 길에 오가는 차량이 없어 눈길을 끌었다. 시는 1972년부터 차량 통행을 금지시켜 보행자에게 최적화된 현재의 거리가 조성됐다.

다국적 기업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사이로 전통 가게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1930년대 문을 연 굴 요리 전문점 루가노 레스토랑도 그 중 하나다.

레스토랑 매니저 앤 페터슨씨는 “뷰캐넌 스트리트는 매력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가게를 열고 싶어 한다”며 “각종 프랜차이즈가 이 거리를 대체한 점은 아쉽지만, 루가노의 메뉴나 인테리어는 전통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뷰캐넌 스트리트에서 글래스고 로열 콘서트 홀 방향으로 올라가자, 거리 곳곳에서 거리 공연(버스킹)을 하는 예술가들이 눈에 띄었다.


20세기초 철강산업 쇠퇴로 슬럼화
1972년 걷고싶은 도심만들기 착수
동성로의 2배 넓은 길 보행자 천국

10대서 백발노인까지 버스킹 흠뻑
밤시간대 앰프 규제 등 본받을 만
古건물활용·가로등정비 등 괄목
빛과 예술의 축제 두 차례 개최도


클라리넷과 백파이프 등 다채로운 악기만큼이나 연주자의 연령층도 다양했다. 10대 소년부터 백발 노인까지 저마다 자신만의 음악 세계에 빠져 있었다.

거리예술가 알렉스 존스톤씨는 “15년 넘게 뷰캐넌 스트리트에서 거리공연을 하고 있지만, 이곳만한 장소가 없다”며 “다른 예술가들과 떨어져 서로의 음악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배려심만 갖추면 누구든지 공연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런던 등 영국의 특정 도시에서 거리공연을 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곳에선 별도의 신고 절차가 필요 없다.

글래스고시가 거리 공연을 도시의 색과 매력을 부각시키는 하나의 요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밤 9시 이후에는 앰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최근 버스킹이 활기를 띠고 있는 동성로에도 앰프 사용 관련 규정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한 대목이다.

이 거리에는 문화공연과 함께 시선을 끄는 것이 또 있다. 거리 곳곳에 비치된 화단이다. 화단마다 활짝 핀 꽃들은 뷰캐넌 스트리트의 오래된 갈색 건물을 한층 더 밝게 보이게 했다.

◆ 市 정부와 주민 참여로 되살아나

1970년대 침체된 글래스고시는 ‘산업 폐기물 도시’로 불릴 정도였다. 고용률은 물론 인구도 급격하게 줄어 유령도시의 오명을 갖게 된 것.

이에 글래스고시는 도심 환경 개선에 주력했다. 우선 기존 건축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뷰캐넌 스트리트 역시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1972년부터 오전 11시에서 오후 4시까지 제한적으로 차량 운행을 통제한 뒤 6년 만에 보행자 전용 거리로 전환시킨 것.

시민의 호응에 따라 1999년엔 화강암으로 거리를 재포장했고, 이후 도심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가로 조명을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꿨다. 파란색 조명은 뷰캐넌 스트리트의 범죄 발생률을 크게 감소시킨 것으로도 알려졌다. 뷰캐넌 스트리트 인근 머천트 시티(Merchant City)의 재생 사업도 함께 진행했다. 이곳은 담배, 설탕, 청과물 등을 취급하던 상업지구로 노후 건물이 밀집된 지역이었다.

특히 글래스고시는 도심을 환하게 밝혀줄 경관 조명사업에 주목했다. 당시 글래스고에 있는 거리 162㎞ 구간에 걸쳐 가로등이 정비됐고, 2000년대 초반에는 거리 조명을 LED로 교체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05년과 2007년에는 빛과 예술의 축제 ‘래디언스(Radiance)’를 개최하기도 했다. 2009년까지 글래스고시가 진행한 조명 관련 프로젝트만 100개에 달했다.

도시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글래스고시는 보다 미시적인 도심 개발에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 방치된 빈터의 활용방안을 놓고 시민과 소통하고 있는 것. 지난해 로열 콘서트홀 앞 계단이 쇼핑몰 재정비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보존된 것도 시민과의 소통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다.

현재 글래스고의 도시 브랜드명인 ‘사람이 글래스고를 만든다(People make Glasgow)’에서도 도시 마케팅에 있어 시민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마이클 워드 글래스고시청 개발·재생 부서 기획자는 “글래스고는 거리의 예전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수행해 왔다”며 “도심 활성화를 위해선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영국 글래스고에서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최대의 도시. 클라이드 강 어귀에서 22㎞ 상류에 위치. 상공업이 발달한 스코틀랜드 경제의 중심지. 현재 철강, 조선, 화학, 유리, 제지, 전기전자, 위스키 제조업이 발달함. 1707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합병한 뒤 현격히 발전, 대서양 무역거점으로 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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