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25] 대구 도심 밤거리 라이딩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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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6-02-19  |  발행일 2016-02-19 제면
부도심의 ‘불야성’…두류 젊음의 광장은 ‘청춘’으로 뜨거웠다

도심선 동성로 2030골목 북적여
그외엔 ‘특화골목’ 무색…발길 뜸

대봉도서관 앞 ‘봉리단길’ 급부상
‘야경1번지’ 수성못엔 카페 불빛만
대구 젊은 트렌드와 변화상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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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과 부도심, 골목과 광장의 전복이 이루어지는 두류 젊음의 광장 밤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대구의 핫플레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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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의 대표적 2030 젊음의 맛집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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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두운 밤인가봐! 반고개 무침회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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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집이 얼굴마담인 안지랑 곱창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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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운항의 새봄을 기다리는 수성못의 오리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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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단체회식 선호 1번지로 알려진 신천시장의 밤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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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시장 포장마차 거리의 불빛은 대구시의 ‘도심권 식자재 위주 시장’ 육성 계획으로 더욱 빛났다.


동춘하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를 타며 생활한 지도 7~8년째.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곳들은 가르쳐 주는 선생이 없어도 인생 학습장이고, 멋진 풍경을 한 얼굴이 아니더라도 여행지로 다가온다.

자동차 없이도 그럭저럭 사는 자출족의 자전거는 낮에는 교통수단 밤에는 여행수단. 야심한 밤에 멀리 도시 밖을 배회하지 않고 도심 한복판을 달릴 수 있는 코스가 있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야간 라이딩 코스를 만들어보았다. 야심한 밤에 자전거가 찾아갈 만한 곳은 ‘7포’니 ‘잉여’니 해도 살아 있는 것은, 젊음이 있는 곳이었다.

설 연휴를 맞아 젊음의 거리 동성로의 2030골목을 둘러보았다. 자전거로 왔다갔다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의 2030골목은 인생이 그러하듯 길지 않고 짧았다. 설날 연휴에도 다른 상가와 달리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목이 좋지 않은 곳인데도 젊음이 밀집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수십 개의 점포가 모여 나름의 구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기도 육식 권하는 돼지골목인지 굽고 지지는 냄새로 진동했고, 골목길은 주방을 빠져나온 연기들로 가득했다. 반백의 라이더는 어디 들어가 앉을 생각은 추호도 생기지 않았다. 그냥 젊음의 밤골목을 구경하고 눈요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배불렀다.

다음 코스는 야시장이 조성되고 있다는 서문시장. 중앙로를 횡단해 미도다방 골목을 경유하여 5천500여개의 점포에 3만여명의 상인들이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는 서문시장에 도착하니 밤 10시15분경. 점포 정리를 하고 있는 상인분께 “서문시장 야시장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된다 된다 말은 있는데, 아직 야시장이 서지 않은 걸로 안다”는 답을 줬다.

대구시는 5월 개장 목표로 중구 서문시장에 대규모 상설 야시장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따져서 추진했겠지만, 정책적으로는 참 나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세금을 쥔 관이 주도적으로 새롭게 일 벌이는 것보다야 야시장 서 있는 곳을 더 잘 되게 지원하는 것이 일의 순서고 순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문시장에 불은 켜져 있었으나 국수 한 그릇 사먹을 점포 하나 없었다. 서문시장은 지금처럼 반고개 무침회 골목으로 가는 길을 잇는 연계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휴식 없는 밤을 맞이할 것 같다. 밤은 고행이로소이다!

서문시장에서 내당동 반고개 무침회 골목까지는 5㎞, 2분30초 거리였다. 큰장길 침구거리를 빠져나가 큰장길 침구류 명물거리를 알리는 표지판 앞에 서면 무침회 골목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대구시는 2015년 반고개 무침회골목을 특화된 먹거리와 디자인을 가진 명품 디자인거리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는데, 골목은 비교적 어두침침했고 특화된 골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침횟집 수가 적었다. 부분이 전체를 대표할 수도 있으니 그렇다 치고, 상가의 최고 디자인은 손님이라는 사실을 명품거리를 조성하려는 사람들은 알고 실행하면 좋으리.

다음은 가 본 사람은 알지만 가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는 달서구 두류동의 2030 핫플레이스 신내당시장 두류 젊음의 광장. 달구벌대로를 따라 2㎞, 8분여 걸렸다. 설날 연휴 밤 10시40분에 도착했는데, 밤 시간에 이집저집을 찾아다니는 수많은 인파를 보며 깜짝 놀랐다. 여기는 도심과 부도심, 골목과 광장의 전복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흥미로웠다.

이곳에서 3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는 한 사장님은 “이 골목에서 영업하는 가게가 200군데 정도 되며, 가격이 싸고 지하철 2호선으로 연결되는 접근성 때문에 2030 손님들이 많다. 주말에는 지나다니지 못할 지경”이라면서 이곳 분위기를 귀띔해주었다. 가끔 나이 든 사람들도 다니지만 가게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젊음으로 충만한 곳이라고 했다.

“…스린 야시장(士林 夜市)에 갈 생각이라면 허리띠를 한두 개쯤 풀 각오를 해야 한다. 그만큼 먹을 게 지천이고 그 유혹을 이기기가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스린 야시장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가장 번화하면서도 친숙한 곳이라 늘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데, 특히 밤에 더욱 화려하고 제 빛을 발휘하는 ‘밤에 피는 장미 같은’ 시장이다. 100개 이상의 점포가 밀집된 이곳…”- 조은정, ‘휴가 안 내고 떠나는 세계 여행’

요즘 지역뉴스에는 밤문화를 만들겠다면서 야시장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종종 나온다. 문화의 본원적인 창조 원리가 보고 베끼는 데서 시작하는지 모르겠지만, 대구 도시문화의 원전이 대부분 대구 아닌 것에서 유래하니 참 씁쓸한 뉴스다. 누구는 100을 갖고도 세계적인 야시장을 만들고 대구는 200을 갖고도 명함도 못 내밀어서야. 관광상품으로서 야시장의 부상은 다문화의 순환으로 이해된다. 세상의 최고 관광은 사람 구경 아닌가. 두류 젊음의 광장 또한 사람 보는 재미로 넘치는 세계적인 관광지. 관 주도적으로 새로운 일 벌이는 걸 자제하고 그들 젊음을 위대하게 기념하는 대구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류동에서 안지랑 곱창골목까지 가는 데는 코오롱야외음악당, 이월드, 두류공원, 대구가톨릭병원을 경유하는 코스라 좀 으슥한 기분도 들었다. 이동거리 3.73㎞, 17분 남짓 걸렸다. 도착하니 11시20분. 하루가 바뀌는 시간이 되어서인지 파장 분위기가 돌았다.

날이 바뀌어 날씨는 조금 추워져 갔다. 야경 하면 수성못이다 싶어 수성못으로 향했다. 속도를 내지 않아도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수성못 주변엔 인파가 뚝 끊겨 몇 집의 카페 말고는 불빛마저 가물거리는 것 같았다. 수성못은 얼어 있었고 오리배들은 야간운항이 될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성못 권역은 지방자치 실시 이후 대구에서 가장 멋지게 바뀌고 상권까지 살아난 곳으로 기억된다. 이런 곳이 많아지기를 바라지만 번듯한 건물, 규격화된 업소들로 채워지는 변화상이 바람직한 발전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로 남는다.

다음 코스인 신천시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파편적으로 연구된 ‘빼앗긴 들’의 이상화 시인을 만났다. 대구는 언제 이상화 시인의 전체를 말하고 보여줄 것인가. 밤이 깊다.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밤이여 오라!

버스가 끊긴 시간에 택시를 타면 할증료가 붙는데 자전거로 움직이니 돈 들어갈 일 없어 좋았다. 수성구의 남북을 잇는 수성못에서 마약 떡볶이로 유명한 신천시장까지는 5㎞, 20분여 걸렸다. 신천시장 밤거리는 손님이 끊기지 않았으나 빈자리가 커 보였다. 신천시장 상권엔 대구은행 본점, 수성우체국, 대구시교육청, 인근 법원·검찰청 등의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신천시장서 ‘빅뱅 먹자골목’으로 급부상한 대봉도서관 앞 ‘봉리단길’(이태원 경리단길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마뜩잖아도 따라 불러야)까지는 5분. 오전 1시30분인데도 불이 꺼지지 않는 상권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봉리단길. 서적문구 도매상 밀집지역이었던 대봉동 가로수길 일원은 먹자골목으로 탈바꿈해 상권 판갈이의 성공적 사례를 보여주는 곳으로 보였다.

봄을 품은 밤 10시부터 오전 2시까지 대구를 삼분할한 여행을 한 것 같다. 자전거 안장에 앉아 그해 겨울의 끝을 보았다. 밤거리를 어슬렁어슬렁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물 한 모금 먹지 않고도 너끈히 훑었다. 밤거리가 형성되는 대구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도니 젊은 트렌드가 눈에 들어왔다. 제 눈으로 자동모드로 도시의 변화상을 보고 느끼게 되니 자전거 길눈이 참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나곤 하는 칠성시장 포장마차 거리의 익숙한 불빛을 보며 나홀로 야간 라이딩을 마쳤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 라이딩 코스

동성로 2030맛집골목∼서문시장∼반고개 무침회 골목∼신내당시장 두류 젊음의 광장∼안지랑 곱창골목∼수성못∼신천시장 ∼대봉도서관 봉리단길∼칠성시장 포장마차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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