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핵 TK 3人 .3] 무소속 유승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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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4   |  발행일 2016-04-14 제4면   |  수정 2016-04-14
개혁적 보수 상징…복당 험로 뚫고 정권재창출 아이콘 될까
20160414
박관영기자
공천 파동 벼랑끝에서 4선 성공
친박계, 복당 극도로 견제할 듯
TK 우군 없어…정치실험 시작
김무성 손잡고 당권도전 가능성

‘이한구발(發)’ 새누리당 공천파동의 중심에 섰던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무난하게 4선 고지에 올랐다. 공천 과정에서 친박 핵심부가 벼랑 끝으로 내몰며 ‘자진(自盡)’을 압박했지만 끝까지 버티다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의 정치 실험은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이다. 원내대표직 사퇴→공천 탈락으로 이어진 수난의 시기는 이미 과거의 일이다. 유승민은 지금부터 진정한 의미의 ‘자기 정치’를 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유승민의 앞날은 일단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집권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은 친박계가 유승민을 극도로 견제할 게 분명하다. 최경환 의원(경산)은 “박근혜 대통령을 힘들게 만들어 놓고 헌법 1조를 들먹이면서 권력 탄압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고 쏘아붙인다. 3선 중진 반열에 오른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구병)은 유승민을 겨냥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심 없는 개혁에 딴죽을 거는 세력”이라고 했다.

유승민으로선 이를 극복하려면 대구에서 자신과 스크럼을 짰던 무소속 류성걸(동구갑)·권은희 의원(북구갑)을 합쳐 3각 동반 생환이 꼭 필요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당초 유승민계로 꼽혔다가 경선 끝에 공천을 받아 재선 고지에 오른 김상훈(서구)·윤재옥 의원(달서구을)의 존재가 위안은 될 수 있다.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 등 다른 지역의 유승민계 일부가 국회에 재입성한 것도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유승민이 기존에 자신을 따르던 멤버 외에 새로운 세력을 흡수하려면 새누리당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친박계는 ‘유승민의 복당은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현재 최고위원은 친박계가 다수다. 김무성 대표가 공언한 대로 당권을 내려놓으면 최고위원회의가 다시 구성된다. 시간이 많이 걸릴뿐더러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 때문에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유승민의 앞날을 비교적 어둡게 내다봤다. 황 평론가는 “유승민은 당분간 외톨이 무소속의 처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총선 이후 친박과 비박 간의 헤게모니 다툼이 격화될 것이 뻔한 상태에서 아무리 유승민에게 우호적인 비박이라 할지라도 굳이 친박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복당 문제를 먼저 꺼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승민은 원내대표 사퇴와 공천파동을 거치면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일부 조사에선 5~6%의 지지율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대다수 지지자가 진보 성향이다. 이는 ‘역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유승민’에 대한 기대감은 미미하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포스트 박근혜’로 유승민을 띄울 수는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되면 TK 전체의 정치적 목소리는 낮아진다. 유승민이 ‘탈(脫)TK’를 하는 개인기를 발휘하지 못하면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승민만이 갖는 이미지가 높게 평가 받으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TK 민심이 지역 출신 ‘포스트 박근혜’의 필요성을 느끼고, 여기에 전국의 새누리당 지지층이 ‘개혁적 보수 후보’에서 희망을 찾을 경우 유승민이 정권 재창출의 아이콘이 될지 모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유승민의 진가’를 높게 평가했다.

“대구시민들이 유승민을 지킨 건 대구의 승리이자 자존심을 회복한 결과다. 보수진영에서 가장 개혁적인 보수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이 유승민이다. 여권 입장에선 보수정권의 유지를 위해서도 유승민은 큰 정치적 자산이다. TK뿐 아니라 여권 전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잇는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이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유승민이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공천파동의 피해자가 될 뻔했던 상황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던 보수층이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옥새투쟁을 벌여 ‘유승민 구하기’에 나섰던 김무성 대표 세력이 원군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애정 어린 여론과 비박계의 압박, 친박계 핵심부의 정치적 판단이 어우러지면 새누리당 조기 복당도 가능하다. 이 경우 ‘보수혁신’을 기치로 당권이나 대권 도전에 나서는 길이 생긴다.

사실 유승민 문제를 푸는 열쇠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현실적으로 ‘박심(朴心)’이 작용하지 않으면 복당도 정치적 미래도 험난할 수밖에 없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무성이 옥새투쟁으로 유승민을 구할 때 막후 절충에서 청와대가 강하게 반대하지 않는 기류가 감지됐다”고 귀띔했다. 이를 두 사람의 관계회복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편으론 총선 결과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경우 유승민에게 많은 선택지가 생기는 상황도 그려볼 수 있다.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국민 열망에 새누리당 부응 못한 결과…黨 살리는 문제 우선적으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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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 소감

공천파동으로 얼룩진 제20대 총선의 ‘처음이자 끝’으로 인식됐던 무소속 유승민 당선자는 13일 당선확정 후 “대구에서 정치혁명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유 당선자는 이날 밤 동구 용계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보수와 진정한 보수, 보수개혁을 보고 싶었던 국민들의 열망에 새누리당이 부응하지 못한 결과다. 이번 선거로 정치가 한 단계 성숙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복당에 대해선 당장은 시급하지 않다고 했다.

유 당선자는 “지금은 당이 힘들다. 당을 살리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금은 당을 떠나 있지만 마음은 새누리당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당의 어려움이 곧 저의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무소속연대를 결성해 공동유세를 한 류성걸(동구갑), 조해진 후보(밀양-의령-함안-창녕) 등이 석패한 데 대해서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저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3명만 이번에 지원했다. 무소속 후보로서 그 정도 선전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면서 “당장 국회에 같이 입성하진 못해도 앞으로 길게 보고, 이들을 정치적 동지로 삼아 보수개혁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많아 20대 국회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하기도 했다.

그는 “동구 주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셔서 이제 4선 의원이 됐다”며 “마음의 빚을 죽는 날까지 못갚을 것 같다. 소신을 지키고, 자랑스럽게 정치하는 것만이 그 빚을 갚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유 당선자의 선거사무소에는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오후 6시 유 후보와 함께 20대 총선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때도 환호성을 내질렀다. 일제히 박수를 치며 “잘됐다” “새누리당이 패배했다”며 축제 분위기였다.

유 당선자가 새누리당 친박계에 의해 공천학살을 당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반(反)새누리당 정서가 완연하게 나타난 것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서로 “친박계는 미워도 청와대에까지 불만을 가져서는 안된다”며 분위기를 다독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말,말,말…

◇“대구시민을 우습게 보고 오만하게 구는 이 세력에 대해 여러분께서 이번에 회초리를 한 번 들어 달라”-서청원 최고위원이 ‘대통령에게 10대 기업의 대구 유치를 건의했다’고 한 말을 믿을 수 있느냐며

◇“‘무소속’이란 외로운 처지를 대구시민들께서 ‘국민소속’이라는 자긍심으로 바꿔주셨다”-빨간색 1번 옷을 입었을 때는 미처 듣지 못했던 유권자의 말들도 당을 잠시 떠난 지금은 모두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조해진은 마누라이며 저의 정치적 동반자다”-자신의 입장에 섰다가 컷오프된 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해진 후보를 지원하는 연설에서 유권자들이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약력

-학력= 대구삼덕국민학교, 대륜중학교, 경북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박사

-경력= KDI 선임연구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초빙교수,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관,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최고위원·대구시당 위원장·원내대표, 국회 국방위원장·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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