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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가톨릭 푸름터’ 이윤숙 원장(오른쪽)과 강구희 사무국장.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
“잘 키우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입양의 날(5월11일)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 3시,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미혼모 쉼터 ‘가톨릭 푸름터’(이하 푸름터)에서 젊은 여성 한 명이 문 밖으로 나오며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여성은 아이의 100일 기념 떡을 푸름터에 나눠주러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문 안에선 이윤숙 푸름터 원장(여·49)과 강구희 사무국장(여·45)이 흐뭇한 표정으로 이 여성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이 원장은 “아기를 위탁 가정(입양 예정인 아이를 임시로 맡아주는 가정)에 맡겼다가 열흘 만에 다시 키우겠다고 데리러온 친구다. 기특하다”라며 취재진에 100일 기념떡을 건넸다.
옆에 있던 강 사무국장은 전날에는 더 좋은 일이 있었다며 말을 보탰다.
그는 “9일 저녁 한 입소자의 상견례가 있었다.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다가 아기를 출산하고 나서야 이를 알렸는데, 부모님이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푸름터 마당에서 가족끼리 차를 마시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푸름터에 입소한 미혼모 가운데 3분의 1정도가 ‘입양’에서 ‘양육’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이 원장은 “아이를 입양 보내려 생각하고 입소하는데 막상 들어오면 마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입양을 앞두고 엄마와 아기가 함께 지내는 숙려기간이 일주일 주어진다. 이때 아기를 안으면서 생기는 ‘모성’ 때문에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이를 직접 키우는 미혼모가 늘면서 국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입양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외로 입양된 아동은 1천57명으로 2014년보다 9.8% 줄었다. 대구에서도 입양된 아이가 2011년 127명에서 지난해 67명으로 47.2%(60명)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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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개원 10개월여 된 푸름터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유일한 미혼모자복지시설이다. 2011년 7월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에 따라 입양기관에서 미혼모자가족 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없게 돼 대구·경북 최초의 미혼모 시설인 ‘대구혜림원’이 문을 닫자 여성청소년지원 시설이었던 푸름터가 미혼모자복지시설로 바뀐 것이다.
사회복지법인 서정길대주교재단이 운영하는 푸름터는 사회복지사 7명과 간호사, 조리사 등 9명의 직원이 의료 및 건강증진, 아동보호(양육·입양), 사회복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거주 기간은 1년이며, 6개월 연장도 가능하다. 지난해 하반기 102명의 미혼모가 이 곳을 다녀갔으며, 현재 18명의 미혼모들이 생활하고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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