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스토리] 이자벨마랑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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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0   |  발행일 2016-05-20 제40면   |  수정 2016-05-20
“치마는 싫어요”…꾸미지 않은 듯 시크한 여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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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부터 옷 만들고 빈티지 야상 리폼
예술성과 실용성 동시 추구 패션철학
1994년 브랜드 설립…이듬해 첫 컬렉션
자유분방한 톰보이·보헤미안 스타일
낮고 두툼한 굽 ‘디커부츠’ 대표 아이템

날씨가 더워지면서 사람들의 옷차림은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다. 거리에는 나풀거리는 보헤미안 원피스나 얇은 블라우스에 스키니진 또는 데님 쇼츠를 코디하여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연출한 여성들이 자주 띈다. 이러한 룩을 멋스럽게 완성해주는 아이템으로는 ‘디커 부츠’가 있다.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코디를 시크하게 만들어 주는 이 부츠는 스타일리시 할 뿐만 아니라 그리 높지 않은 두툼하고 안정된 굽과 넉넉한 볼 사이즈로 편한 착화감까지 겸비하여 더욱 실용적이다.

몇 해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여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 디커 부츠는 사실 고유명사가 아니라 한 브랜드의 상품명이다. 19세기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 부츠에서 영감을 받은 짧은 부츠를 말하는 디커 부츠는 유명인을 비롯한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웨스턴 숏 부츠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그 ‘디커 부츠’를 닮은, 꾸미지 않은 듯 스타일리시 한 프렌치시크의 대표 브랜드 ‘이자벨마랑(ISABEL MARANT)’이다. 그녀가 만든 옷, 신발, 주얼리는 ‘Must Have Item(소장 가치가 높은 옷)’이라는 평을 들으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옷은 대중이 입고 싶고,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는 실용성을 강조하며 예술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녀의 패션철학은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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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기발한 옷을 상상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며, 현실을 많이 반영한다”는 그녀는 “이미 포화 상태인 내 옷장을 보며 더 갖고 싶은 옷과 필요한 옷을 생각한다. 누가 어떤 이유로 이 옷이 필요한지 성찰하며 옷을 만든다”고 한다.

1967년 파리에서 프랑스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자벨 마랑은 15세 때부터 빈티지 야상을 리폼하거나 직접 의상을 만들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스커트나 드레스를 입는 것을 싫어한 그녀는 톰보이 스타일과 보헤미안 스타일에 빠졌다. 이자벨 마랑의 이런 취향에는 어렸을 때 아프리카, 아시아, 인도 등지를 여행한 경험과 특이한 옷을 즐겨 입던 가정교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자벨 마랑은 1985년부터 2년 동안 ‘STUDIO BERCOT 패션 스쿨’에서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며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다. 원래는 경제학을 전공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만든 옷이 주변의 호평을 얻자 패션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하고 STUDIO BERCOT 패션 스쿨에 진학했다. 패션 스쿨 졸업 후에는 디자이너 미쉘 클랑의 견습생으로 있으면서 요크 앤 콜, 요지 야마모토, 마틴 싯봉과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녀의 첫 컬렉션은 의상이 아닌 주얼리였다. 1989년 커스텀 주얼리와 액세서리 라인을 만들었는데, “패션을 위해 주얼리에서 시작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점점 사세를 확장하여, 1990년 저지 앤 니트웨어(jersey and knitwear) 브랜드 ‘트웬(TWEN)’을 론칭하였다. 이는 이자벨마랑의 전신이 된다.

1994년 파리의 마레지구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이자벨마랑’을 론칭한 것이다. 그리고 1년 후에는 그녀의 친구들이 모델로 서는 첫 컬렉션 쇼가 개최됐다. 그녀는 무리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 브랜드를 성장시켜 변화에 민감한 패션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패션철학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첫 컬렉션 이후, 그녀는 1997년 프랑스 최고 디자이너 상, 다음 해에는 여성 패션 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와 동시에 바스티유 지역에 첫 가게를 오픈하고, 일본 라인 및 ‘이자벨마랑’보다 더 캐주얼하고 가격이 낮은 세컨드 라인 ‘ISABEL MARANT ETOILE’ 라인을 론칭하면서 꾸준히 영역을 확장시켜나갔다. 2003년 디자이너 제롬 드레이퓌스와 결혼했으며 이후 아동복 라인을 론칭하고 여타 디자이너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0년에는 뉴욕 소호거리에 부티크를 열고, 2012년에는 파리의 중심부에 새로운 본사를 설립하는 등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확장했다.

그녀의 브랜드 ‘이자벨마랑’이 유명해진 데는 셀러브리티들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F/W 컬렉션에서 삼각 스터드가 장식된 스웨이드 부츠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 이 부츠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 아이템은 셀러브리티들이 이자벨 마랑을 찾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모델 알렉사 청은 이자벨 마랑의 팬으로 유명한데, “이자벨 마랑의 것이라면 보이는 모든 것을 다 사버렸다”고 할 만큼 그녀의 컬렉션을 좋아한다. 그로 인해 이자벨 마랑에 높은 관심이 쏟아졌다.

또 영국 배우 레이첼 와이즈가 런던 프로모션 당시 그녀의 의상을 입었고, 시에나 밀러가 영화 ‘G. I. Joe’ 시사회에서 이자벨 마랑의 프린트 칵테일 드레스를 입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셀러브리티들의 일상을 담은 파파라치 컷에 스타들이 이자벨 마랑의 제품을 착용한 모습이 보이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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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마랑의 ‘디커 부츠’

우리나라에는 2008년 이자벨 마랑이 한국 패션대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해, 2013년 SPA브랜드 H&M과의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하여 화제를 모았다. 그 당시 이자벨마랑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H&M 매장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고 오후가 되기도 전에 매진이 되는 진귀한 풍경도 벌어졌다.

자신의 옷을 입은 여성들이 보다 특별하고 아름다워 보이기를 원한다는 그녀의 바람이 변하지 않는 한 ‘이자벨마랑’의 인기는 식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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