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열기 가득’ 90대 어르신도 참여하는 한글교실

  • 이하수
  • |
  • 입력 2016-07-12 07:39  |  수정 2016-07-12 07:39  |  발행일 2016-07-12 제12면
상주문해교육 사회적 협동조합
학습센터 16곳 300여명 가르쳐
‘배움의 열기 가득’ 90대 어르신도 참여하는 한글교실
민경삼 문해조합 이사장(맨 왼쪽)과 손상수 공성농협장(오른쪽)이 공성농협한글교실에서 수강생들과 활짝 웃고 있다.

[상주] “저 자랑할 게 하나 있어요. 이번 시험에서 100점 맞았어요.” 상주시 신봉동 새동네 슈퍼 주인 최영숙씨(59)가 자랑스럽게 노트를 내밀었다. 초등학생들이 쓰는 한글 익히기 노트다. 네모칸 줄에는 ‘ㄱ’ 자로 시작되는 단어 20개가 연필로 꾹꾹 눌러 쓰여 있었다. 모든 번호에는 붉은색 색연필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최씨는 지난 3월부터 마을 교회 한글교실에 다니고 있다. 4개월 만에 ㄱ 자로 시작되는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받침이 붙은 글자는 더 익혀야 한다. 최씨는 “군에 있는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는데 직접 답장을 못 쓰고 다른 사람에게 대필을 부탁해 보낸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됐다”고 말했다.

한글교실은 상주문해교육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문해조합)이 운영하는 학습센터다. 2014년 조합원 40여명으로 출범한 문해조합은 상주시의 읍·면·동에 학습센터 16개소를 설치, 300여명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요즘 세상에 한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데 생각보다 문맹인 사람이 많습니다. 다만 부끄러워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요. 그중에 용기 있는 분들이 자신의 문맹을 고백하고 배움의 길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민경삼 문해조합 이사장은 상주시민 중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1만여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글교육에는 60대에서 90대 노인까지 참여한다. 한 주에 이틀씩 1년 반 정도 배우면 한글을 모두 익힐 수 있다.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여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한글만 모를 뿐 모국에서의 학력이 웬만큼 되기 때문에 쉽게 배우고 일찍 나간다.

민 이사장은 “수료식을 비롯한 행사비나 학용품비 등은 민간의 후원으로 해결한다”며 “공성농협(조합장 손상수)처럼 교육 장소를 제공하고 강사료도 지원하는 곳도 있고, 한 달에 1만~2만원씩 자동이체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하수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