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술술 ‘술친구’ 뭉티기-할매 손맛 ‘밥도둑’ 짜글이 어때요?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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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6   |  발행일 2016-08-26 제35면   |  수정 2016-08-26
■ 소 한 마리의 모든 것

한 점의 소고기. 그 내면에 어떤 비밀이 담겨 있는지 궁금할 거다. 최근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경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 의뢰해 진행한 ‘한우의 육질·등급별 39개 소분할육의 영양성분 및 품질조사’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표적인 비선호 부위인 우둔의 경우 다른 부위와 비교해 철분과 칼슘 함량이 가장 많았다.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간기능 회복과 유아의 뇌기능 발달에 도움을 주는 아스파라긴의 비율도 우둔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둔살은 대구의 주당이 즐기는 ‘뭉티기’의 주재료다. 한우고기 전체 부위에서 지방 함량은 가장 적은 반면 단백질과 수분 함량이 가장 많은 부위는 사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영양소의 소화 및 흡수를 돕는 나이아신은 설도(5.29㎎)에 가장 많이 포함됐다.

그럼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 먼저 지방이 거의 없는 살코기 부위인 우둔은 육회로 이용해도 좋지만 불고기, 주물럭, 장조림 등 조미해서 먹는 요리에 이용하면 더욱 좋다. 또 앞사태는 국, 찌개 등 오래 가열하는 요리에 알맞고 양지는 고기의 결을 따라 잘 찢어지는 특성이 있어 육개장이나 장조림에 적합하다.


◆송학구이 ‘뭉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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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고춧가루·참기름이 황금분할을 이룬 양념장이 우둔살의 진미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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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사장인 김성준씨와 어머니 박영숙씨.

대구 들안길 송학구이 ‘뭉티기’
1962년 아카데미극장 인근서 출발
회·구이 겸하다가 ‘뭉티기’로 특화
70년대 완성 ‘송학표 양념장’ 매력
5년前 23세 김성준씨 3代 가업 이어
日食 단품급 16가지 반찬에도 정성


대구의 주당들이 살맛나는 이유는 이 메뉴 때문이기도 하다. 소 볼기짝인 우둔살로 만들어지는 육사시미인 ‘뭉티기’. 들안길 송학구이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뭉티기의 전당’ 같다.

구이집과 횟집을 오가다가 현재의 뭉티기 전문 구이집으로 정착한 송학이었다. 식당 스타일도 몇 번 변한다. 초창기는 곁반찬이 푸짐한 지금과 스타일이 사뭇 달랐다. 50년대 가게가 없어서 당시 시내 중앙로변 숯 창고를 얻어 성당동 도축장에서 나온 내장을 갖고 와 막·곱창 등을 구워 팔았다. 62년부터 아카데미 극장 근처에서 횟집과 구이집을 겸한 송학으로 출발한다.

송학이 지금처럼 힘을 받기 시작한 건 2대 사장 김정태씨의 아내 박영숙씨 덕분. 워낙 억척스럽고 성실하고 베푸는 마음이 커서 ‘박영숙송학구이’로 더 유명해진다.

2011년 대구 뭉티기 업계에 가장 어린 사장이 등장한다. 바로 김경환-김정태 라인을 잇는 3대 사장 김성준씨(28). 성준씨는 ‘요즘 20대 같지 않다’는 평가다. ‘악바리 근성’ 때문이다. ‘재료에서 밀리면 끝’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칠성·매천시장에서 장부터 본다. 가업을 이을 생각은 사대부고 2학년부터 했다. 엄마가 위중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일이 힘들어 세를 놓을지 모른다고 했다. 보건대 조리학과에 들어간 뒤 가업을 이어받는다.

모자의 팀워크가 빛을 발한다. 우둔살이 오면 뜨끈뜨끈한 우둔살의 막을 벗기고 칼집을 두 번 넣어준다. 숨어있는 힘줄도 일일이 뼈처럼 발라낸다. 싱싱한 우둔살은 암적색. 하지만 상온에 하루 정도 노출되면 분홍빛으로 변한다. 이때는 육질도 허벅해져 육회로 활용한다.

이 집의 매력포인트는 ‘양념장’. 고춧가루, 마늘, 기름 사이에 밀고당김의 긴장도가 확실하다. 그 맛이 하루 아침에 완성된 건 아니다. 참기름에 다른 첨가물을 넣어 ‘송학표 맛기름’을 별도로 개발했다. 마늘, 고춧가루, 기름장의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4년 이상 시행착오를 했다. 송학표 양념장은 70년대 완성된다. 다른 식당이 많이 벤치마킹했다.

송학이 곁반찬에 일일이 쏟은 정성은 아는 사람만 안다. 현재 팥빙수 등 모두 16가지가 깔린다. 웬만하면 국내산 재료이고 손수 장만한다. 국산 콩가루를 묻힌 콩밥은 꼭 경단 같은데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땅콩은 세 시간 삶아낸다. 다른 반찬도 다 그렇다. 특히 일식 1세대의 유전자를 가진 조부(김경환)에게서 발원된 일식 반찬은 ‘송학풍’이다. 일본식 계란찜인 ‘자왕무시’는 초밥집 버전이다. 으뜸 반찬격인 탕은 단품 메뉴로 손색이 없다. 직접 한우 사골과 양지 등을 넣고 매일 250인분씩 만든다. 이렇게 주고도 남을까 싶다. 이곳저곳에 송학이 많다. 체인점이 아니다. 송학은 본점 하나밖에 없다. 수성구 상동 70-2, (053)762-0547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가야식육식당 ‘짜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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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도에서 고기 연구가로 변신한 박원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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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개·전골·찜의 절충식 ‘소고기빡빡장’ 같은 들안길만의 명물인 ‘짜글이’.

들안길 가야식육식당 ‘짜글이’
한우 1플러스급 갈비살이 1만6천원
식육식당 장점 ‘최고급육 최저가로’
박원철 사장, 후식용 메뉴 개발도 심혈
찌개·전골·찜 절충식 ‘짜글이’인기
갈비뼈 육수‘돌판시래기된장’도 별미

들안길에 별난 메뉴 하나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들안길찜갈비로 불리는 ‘짜글이’.

짜글이는 가야식육식당의 박원철 사장이 후식용 메뉴로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 그는 숯불갈비집의 디저트용 된장찌개가 항상 1% 부족한 게 늘 불만이었다.

개념 없이 무와 호박, 양파를 넣고 공장 된장 한 숟가락 풍덩, 미리 준비해둔 맛국물에 바글바글 끓여내는 천편일률적인 된장라인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여느 가게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짜글이와 돌판시래기된장이 개발된다. 돌판시래기된장은 간간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된장에 삶은 콩을 더 넣고 육수도 직접 갈비뼈로 우려낸다.

가야식육식당은 가성비 높은 식육식당이다. 한우 1플러스급 안창살 100g을 2만3천원에 판다. 갈비살과 등심은 100g 1만6천원. 덜 받고 많이 팔겠다는 전략이다.

“저희 집이 식육식당이고 2분도체된 지육을 직접 육부 직원 두 명이 해체를 하고 남들보다 조금 덜 남기고 많이 판다는 각오로 최고급육 최저가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소처럼 우람하게 생긴 박 사장. 안동 출신이다. 영남대 건축과를 나와 2002년쯤 범어동에 건축인테리어 ‘가이아’를 오픈한다. 자신이 훗날 숯불갈비집 주인이 될 줄 꿈에도 생각못했다. 어느날 친척 동생 때문에 느닷없이 식당업계에 뛰어들게 된다. 건축업은 해수욕장 사업처럼 수익이 들쭉날쭉. 해서 한때 게장 전문 식당도 해봤고 양반돼지갈비란 업소도 운영했다. 이때 소와 돼지 유통의 본질을 익혀둔 게 도움이 됐다.

짜글이 레시피 개발 과정은 엄청 고단했다.

짜글이는 어린 시절 안동의 할머니가 즐겨 해먹던 집안 음식이었다.

동인동찜갈비는 마늘이 축을 이루는데 짜글이는 밑재료가 푸짐하다. 마늘, 감자, 청양고추, 호박, 양파, 각종 양념이 수북하게 들어간다. 그런데도 맛의 초점이 확실히 맺혀 있다. 적잖은 재료로 또렷한 맛을 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육수의 쓴맛 빼기가 가장 어려웠단다.

문제는 파였다. 처음에는 파의 진물을 제거하지 않았는데 그게 맛을 다 버렸다. 감자도 생감자를 넣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마늘도 믹서에 갈아 넣으면 맛이 짓무른다. 대충 으깨 넣어야 된다. 국물은 많아도 적어도 안 된다. 찌개, 전골, 찜의 절충식이다. 언뜻 ‘소고기빡빡장’ 같다.

씹는 순간 ‘바로 이 맛이다’라는 독백을 했다. 동인동찜갈비를 위협하는 인상적인 메뉴로 밑줄 좍~. 짜글이만 먹으면 8천원이다. 수성구 두산동 138-4, (053)764-9960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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