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동명면 득명리와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가 만나는 팔공산 한티재는 해발 700m로 매우 높은 고개다. 이곳으로 파계봉에서 가산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지나간다. 한티휴게소에서 등산을 시작한다면 파계봉 쪽이든, 가산 쪽이든 큰 힘 들이지 않고 능선길을 따라갈 수 있다. 두 코스 중 가산 방면 코스가 훨씬 쉽다. 힘든 오르막길을 오르기는 싫고 전망 좋은 능선길만 걷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코스다. 한티재에서 출발하면 크게 오르내리지 않고도 가산산성 동문까지 갈 수 있다. 코스 중간에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인 치키봉은 한티재보다 겨우 50여m 높다.
한티재에서 동문을 향해 300여m쯤 가다 보면 등산로 왼쪽으로 희미한 내리막길이 하나 나타난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다. 한티순교성지를 지키고 있는 여영환 신부가 개척한 길- 인내의 길이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2개의 숯가마터와 순교자 무덤 7기를 지나 한티성지에 닿게 된다. 물론 차를 타고 한티로를 통하면 성지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진입로 양쪽에는 수령 30여년의 왕벚나무가 양쪽에 도열하듯 서있다.
한티에 천주교 신자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15년 이후로 추정된다. 을해박해 때 대구감옥에 갇힌 가족을 돌보기 위해 감옥과 가깝고 안전한 장소로 이곳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 여러 신자가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제법 마을을 형성하게 됐다. 신자들이 모이자 이곳 역시 박해의 표적이 돼 여러 신자가 현장에서 순교하거나 감옥에 가고 다른 곳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현장에서 순교자묘 37기가 확인됐으며 이 묘를 잇는 순례길이 열려 있다. 순례길 초입에는 거대한 십자가와 제대가 설치돼 있으며 오른쪽으로 ‘한티마을 사람’이라 부르는 입석군(立石群)이 형성돼 있다. 이 서 있는 돌들은 한티마을의 남녀노소 순교자이며 바닥의 둥근 돌들은 칼날에 떨어진 순교자의 머리다. 이곳에 서면 필자와 같은 외인(비신자)도 숙연해져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일 왜관의 가실성당에서 지천면 신나무골을 거쳐 한티순교성지까지 이어지는 45.6㎞의 한티 가는 길이 개통됐다. 칠곡군의 산림자원과 천주교 유적을 연계한 생태문화숲길이다. 천주교 병인순교 150주년과 때를 같이 해 열린 이 길이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 치유의 숲길이 되길 기대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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