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올해 마지막 서해 참돔 러버지깅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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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2   |  발행일 2016-12-02 제38면   |  수정 2016-12-02
“투둑, 투둑…” 참돔 특유의 입질 땐 챔질보다 릴링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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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식 <주>윤성 영업부장이 60㎝ 후반급 참돔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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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돔 러버지깅의 핵심은 러버지그의 헤드가 아니라 타이에 있다. 타이의 색깔을 수시로 바꾸면서 그날 잘 먹히는 패턴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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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식 부장의 유동식 참돔 러버지그 세트. 다양한 색깔과 무게의 헤드와 타이, 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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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끝물인 서해안 참돔 러버지깅
‘韓 최고의 참돔 러버지거’ 최명식씨
그의 제안에 11월 서해 말도行 ‘모험’

강풍에 조류 반대방향으로 밀리는 배
“중밀물인 2시까지 노려볼 만” 그의 말
오전내 광어 등 씨름 2시10분 첫 참돔
잇단 입질 릴링으로 제압 3마리 히트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태양호에서 낚아낸 참돔은 모두 네 마리. 그중 한 마리는 ‘뺀찌(새끼 참돔)’ 수준이었다. 어쨌든 그 네 마리 중 세 마리를 최명식씨 혼자 걸어 올렸다. 그의 이름 앞에 놓인 ‘한국 최고의 참돔 러버지거’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우리가 다음 주 토요일에 참돔낚시 갈 건데….”

지난 10월29일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시마노 컵 송어 루어낚시대회 때 주식회사 윤성의 최명식 영업부장이 슬쩍 띄운 운이었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군산이오.”

11월에 참돔 루어낚시라니? 그것도 제주도도 아닌 군산이라…. 나는 확답을 주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사실 10월말이면 서해안 참돔 러버지깅 시즌은 끝물이다. 가까운 바다에 머물러 있던 참돔들이 외해로 빠져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제주도에서도 러버지그로 참돔 얼굴 보기가 힘들다. 11월에 참돔 러버지깅이라….

그 만남 후 나는 일전에 한 루어낚시 베테랑 꾼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주식회사 윤성의 최명식 부장, 아시죠? 다른 건 몰라도 아마 참돔 타이라바 낚시(참돔 러버지깅)로는 그가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일 겁니다.”

지난 11월3일 나는 최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배는 예약돼 있다고 했다. 군산 야미도의 태양호. 군산의 참돔 러버지깅 전용 낚싯배인 해무니호 김상래 선장의 친형, 김정용 선장이 모는 태양호. 나는 김정용 태양호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도 참돔 타이라바가 되나요?”

“11월말까지는 합니다.”

“요즘 조황은 어때요?”

“최근에는 뻘물이 져서 잘 안 나왔어요. 내일부터는 물색이 다시 돌아올 듯한데… 한번 나가봐야죠 뭐.”

이건 뭐… 안 된다는 말인지,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지…. 그때까지도 나는 망설였다. 멀리까지 가서 대상어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나는 사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원거리 현장 취재는 100% 확률이 있어야 움직인다. 그런데 이번의 참돔 러버지깅은 그 확률이 10%도 채 되지 않는 모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5일 새벽 6시30분, 내가 야미도에서 태양호에 오른 건 ‘한국 최고의 참돔 러버지깅 테크니션’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어서였다.

◆썰물 때 승부를 봐야 한다

태양호가 고군산군도 북쪽, 말도 해상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30분. 끝밀물이 한창 진행 중일 때였다. 바닥까지의 수심은 34m, 표층수온 15.4℃. 필드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걱정했던 것보다 바닷물 색도 좋아 보였다. 최명식 부장을 비롯한 4명의 취재팀 외에도 9명의 꾼이 김정용 선장의 신호에 맞춰 동시에 러버지그(타이라바)를 내린다. 그런데 바람이 강하다. 남서풍이 심하게 불면서 배가 조류 반대방향으로 자꾸만 밀린다. 이렇게 되면 러버지그가 제 포인트에 닿지 않고 떠내려가 버린다.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 시간 정도 말도 북쪽 해상에 머물던 태양호는 약간 동쪽으로 옮긴다. 여기서 선미에 있던 장학동씨가 입질을 받았다. 갑판 위에 올린 건 60㎝급 광어. 반가운 얼굴이긴 하나 오늘의 대상어는 아니다. 이때부터 태양호는 말도와 보농도 명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수심 20~30m권 포인트를 훑는다.

“오전 9시부터 낮 12시 사이에 승부를 봐야 해요. 여기는 썰물 자리라 물돌이가 된 후 썰물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집중해야 합니다.”

최명식 부장은 아직 여유가 있다. 그런데 김정용 선장의 말은 약간 다르다. 말도 물때는 군산 앞바다 물때와 1시간30분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 오후 2시까지는 노려볼 만하다는 거다.

“그렇다면 오전 10시30분부터 물이 돌고 오후 1시에서 2시30분 사이가 중밀물이겠네요. 그때 승부를 봐야겠어요.”

결과적으로 최명식 부장의 이 말은 적중했다. 오전 내내 장대, 노래미, 우럭, 광어 등과 씨름을 하다가 점심식사 후 정확히 오후 2시10분쯤 첫 참돔 입질이 왔다. 주인공은 최명식 부장 옆에서 채비를 내리던 김기완씨였다. 씨알은 40㎝ 후반급으로 아쉽지만 참돔이 낚였다는 사실이 고무적인 상황.

◆물속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라

곧바로 최명식 부장의 낚싯대 염월이 크게 휘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그게 참돔 입질이라는 걸 알았다. 이번에는 좀 전 것보다 씨알이 약간 더 굵은 놈이다. 60g짜리 러버지그 염월을 24m 바닥에 내렸고, 서너 번 정도 릴을 감을 때 입질을 받았다. 즉, 참돔이 바닥에서 1m 정도 떠서 러버지그를 문 것이다.

그리고 한 20분 후. 최명식 부장의 염월 초릿대가 미세하게 떨린다. 아랑곳 않고 천천히 릴링. 이윽고 투둑, 투둑. 러버지그의 타이(러버지그 아래에 달린 가늘고 긴 고무)를 쫓는 참돔 특유의 입질이다. 이때 챔질을 하면 백발백중 헛챔질이다. 침착하게 같은 속도로 릴을 감는 게 요령.

최명식 부장은 똑같은 속도로 릴을 감았다. 물 속 상황은 뻔하다. 참돔은 자신의 눈앞에서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가는 러버지그의 타이를 쫓다가 금속으로 만들어진 러버지그의 헤드를 통째로 입에 넣어버린다. 그리고 몸통을 확 돌려 다시 바닥 쪽으로 내려간다. 이때 낚싯대가 고꾸라지듯 휜다. 참돔과의 본격적인 파이팅은 이때부터다. 펌핑(낚싯대를 눕혔다 세우는 반복동작) 없이 낚싯대를 그대로 세운 채 릴링만으로 참돔을 제압한다. 수심 30m 바닥권에서 입걸림 된 참돔은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몇 차례 물속으로 쿡쿡 처박는다. 이런 참돔 특유의 몸부림이 고스란히 낚싯대로 전달되면서 꾼은 손맛을 만끽한다.

최 부장이 그 어려운 11월 참돔 러버지깅을 성공시킨 데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채비를 내린 후 원줄이 꺾이지 않게 초릿대를 수면 쪽으로 향하게 했다.

“합사를 쓰기 때문에 이렇게 낚싯대와 원줄을 일직선으로 놓으면 아주 예민한 입질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어요.”

그는 또 유동식 러버지그의 타이 색을 수시로 바꾸면서 약간이라도 높은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쉬지 않았다. 이렇게 최명식 부장이 올린 놈은 이날의 최대어이자 마지막 참돔이었다. 결국 최명식 부장은 극히 희박한 확률을 가능성의 범위까지 끌어올린 후 최고의 집중력과 테크닉으로 참돔을 히트해 냈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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