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따뜻한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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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2   |  발행일 2016-12-12 제30면   |  수정 2016-12-12
20161212

행복하고 건강한 나이들기
지적수준과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인 인간관계가 결정
촛불이 모여 밝은 빛 되듯
우리 서로에게 손을 내밀자

인간의 역사는 좀더 나은 도구를 발명하여 더 넓은 땅과 더 많은 물질적 풍요를 획득하며 인간의 지배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로 인간은 지구의 일부분만을 점유한 소수의 생명체에서 시작하여 수많은 다른 생명체를 멸종에 이르게 하거나 살육의 과정을 통하여 마침내 지구 대부분의 육지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고, 현재는 과학문명과 글로벌경제라는 미명하에 지구 구석구석에 자본주의를 더욱 심화시켜 기존 문화와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원래 인간 사회는 세계 곳곳에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양식을 발전시켜 왔으며 삶의 가치에 있어서도 다양성이 존재하였다. 그들의 고유한 공동체는 물질적 풍요만 우선시한 것이 아니라 상호 교감을 통한 정신적 만족도 무척 소중히 여겼다. 특히 우리의 전통문화는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강조하였다. 우리의 어린 시절만 돌이켜 보아도 작은 집에서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몸을 부대끼며 서로를 보듬고 살았다. 소풍을 갈 때면 온 가족이 김밥을 만들어 함께 먹었고, 나는 할머니를 위하여 소풍 가방에 맛있는 과자 한 봉지쯤은 그대로 남긴 채 집으로 가져왔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야식을 먹을 때 주무시지 않고 내가 수저를 놓을 때까지 곁에서 그냥 지켜보시던 아버지의 얼굴과 자식을 위하여 삼천배도 불사하였던 어머니 무릎의 굳은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무더운 여름 복날, 냉장고에 든 수박을 그냥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고 얼음 한 덩이를 사와서 쪼갠 다음 숟가락으로 파낸 수박 속살과 섞어서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과 어울려 나눠 먹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물론 자본주의가 가져온 물질적 풍요로 인하여 더 많은 사람이 삶의 기본적 조건을 충족하고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부여받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인간의 기억은 자신의 방어기제에 의하여 왜곡되거나 미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의 과거도 아픔이나 괴로움은 뒤로 한 채 좋은 추억들이 먼저 회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탐욕이 초래한 수많은 병폐 또한 무시할 수가 없으며 우리가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면 자본주의의 병폐 중 하나인 ‘고독한 군중’ 문제를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이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2000년 226만 가구에서 2015년 506만 가구로 1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하였으며 전체 가구의 26.5%를 차지하고 있다. 혼술족, 혼밥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도 생성되어가고 있다. 그들 중에는 독립된 인생을 갈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도 많다. 공간적으로 아니면 심리적으로.

하버드대학교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지를 결정짓는 것은 지적인 뛰어남이나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이고, 행복의 조건에 따뜻한 인간관계는 필수”라고 강조하였다. 행복이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보다는 그 고통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우리는 삶의 길에서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에 직면하게 되는데, 우리는 그 길을 피할 수는 없지만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는 있다. 혼자 외로이 고민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그 해결점을 찾기 위하여 서로 손을 잡을 것인가.

어쩌면 최근의 촛불집회가 우리에게 답을 암시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평상시 정치에서 소외되었던 개인들이 하나 둘 모여서 든 촛불들이 마침내 기성 정치인보다 훨씬 더 밝고 따뜻하게 세상을 비추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것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는 조동화 시인의 시구가 이 겨울 가슴을 에인다.김형곤 법무법인 중원 구성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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