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매기스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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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0   |  발행일 2017-02-10 제43면   |  수정 2017-02-10
결혼의 제도적 허상 통렬히 풍자한 사랑학 개론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매기스 플랜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매기스 플랜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우리 시대의 로망스 우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랑과 결혼과 출산에 얽힌 인생 방정식을 펼쳐 보이는 ‘매기스 플랜’은 여류감독 레베카 밀러가 카렌 디날리의 미완성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로맨스 코미디다. 토론토국제영화제, 뉴욕필름페스티벌, 선댄스영화제 등 세계적 영화행사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는 아메리칸 로맨스의 본향 뉴욕을 무대로 발칙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커리어 우먼 매기가 발상하여 실천해 나가는 기상천외의 플랜을 통해 결혼의 제도적 허상을 통렬히 풍자한다.

결혼은 진정한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뉴욕 소재 대학의 직원 매기(그레타 거윅)는 아이만은 갖고 싶다. 그리하여 피클 사업을 하는 순진무구한 대학동창 가이(트래비스 핌멜)에게서 정자를 얻어 출산을 계획한다. 그러던 중, 센트럴파크의 겨울 설원을 거닐다 친해진 같은 대학의 교수 존(에단 호크)에게 끌리게 되어 급작스럽게 결혼을 하게 되고 인공수정이 아닌 순리적 출산을 한다. 그러나 소설가이기도 한 존의 원고를 모니터하며 그의 정서에 동화되었던 매기는 결혼 후 딸 릴리를 얻기까지 하지만, 점차 존에게 질리게 된다.

감성파 뉴요커 매기를 힘들게 한 건 바로 존의 이기적 성향. 출판도 안 되는 소설의 집필에만 매달려 아내에게 릴리의 육아 등 모든 집안일은 물론 전처 소생의 두 아이까지 건사하게 하는 존의 무배려 무신경은 매기를 점차 지치게 한다. 게다가 콜롬비아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존의 전처 조젯(줄리안 무어)과 존이 이혼 후에도 거리낌 없이 장시간 전화상담을 하며 유대를 다지는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미련의 파편을 발견한 매기는 착잡하다. 결국 평소 그녀의 카운슬러였던 대학동창 토니(빌 헤이더)와 펠리시아(마야 루돌프) 부부의 훈수에 힘입어 매기는 사랑의 애물단지, 존을 전처 조젯에게 반품할 음모를 꾸미게 되는데 ….

뉴요커의 일상을 로맨스의 배경으로 삼은 ‘매기스 플랜’은 알래스카보다 더 매서운 뉴욕의 겨울 추위만큼이나 혹독하고 나이아가라 폭포의 물안개보다 더 뿌옇고 오묘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수사학적으로 강론하는 사랑학 개론이다. 대학교수 부모의 결별과정에서 태어난 위스콘신 출신의 매기와 애틀랜틱시티 카지노 딜러 아버지를 둔 뉴저지 출신의 존은 센트럴파크의 겨울 서정 속에 로맨스의 단초를 열었으나 그 마무리를 짓진 못한다. 사랑은 열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 배려의 산물이며 은근과 끈기로 마무리된다는 고금의 진리를 깨닫기에 매기는 너무 엉뚱발랄하고 존은 유아틱하며 조젯은 자기중심적이다.

하루 2회뿐인 상영시간에 맞춰 객석을 메운 관객들에게 단비 같은 청량감을 선사한 빌 헤이더와 마야 루돌프의 수다스러운 대사는 유치찬란한 스토리를 상쇄시킨 일등공신이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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