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재심·그래, 가족

  • 김명은
  • |
  • 입력 2017-02-17   |  발행일 2017-02-17 제42면   |  수정 2017-02-17

★재심
16년 만에 ‘살인범’ 꼬리표 떼다


20170217

대학 중퇴 학력에 돈도 ‘빽’도 없는 준영(정우)은 사법시험만 패스하면 탄탄대로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고 혹독히 공부해 변호사가 된다. 그러나 가진 것 없는 그에게 세상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고, 유명해지고자 나섰던 아파트 집단 소송에서 패소하며 돈과 가족을 모두 잃고 벼랑 끝에 몰린다. 사법연수원 동기 창환(이동희)의 도움으로 거대 로펌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된 준영은 로펌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나선 무료변론 봉사에서 10여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택시기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만기복역한 현우(강하늘)를 만나 사건의 충격적인 전말을 듣게 된다. 아들 현우가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 엄마 순임(김해숙)은 서울에서 변호사가 내려와 억울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말에 무료법률상담을 신청하고 모든 걸 체념하고 세상을 등졌던 아들이 준영을 만나 삶의 의지를 찾는 것을 보고 다시 희망을 품는다.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모티브
10년 옥살이 피해자와 진실 밝히려는 변호사 이야기
정우·강하늘 主演…‘또 하나의 약속’ 김태윤 메가폰



‘재심’은 2000년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다. 기본 줄거리는 실화에서 가져왔으나 허구의 인물을 추가해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를 높였다. 2000년 8월10일 새벽 2시경 전북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12차례나 칼에 찔린 채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은 동네 다방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10대 소년으로부터 “한 남자가 뛰어가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한다. 목격자 진술을 했던 그 소년은 그러나 그로부터 3일 후 용의자가 돼 수사를 받게 된다. 경찰은 “소년이 택시기사와 말싸움을 하게 돼 그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증거를 인멸한 후 목격자인 것처럼 보이려고 다시 돌아와 경찰에 진술을 했다”고 밝힌다.

영화는 잃어버린 10년의 고통, 살인범을 향한 편견 때문에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청년에게 한 변호사가 찾아오면서 이들의 인생이 바뀌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살인자’라는 누명을 썼던 청년과 돈과 명성만을 좇던 ‘속물’ 변호사가 힘을 합쳐 진실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각자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법이라는 것이 진짜로 사람 보호하려고 만든 것이냐”는 현우의 극 중 대사 역시 진한 여운을 남긴다.

‘재심’은 준영과 현우를 연기한 정우와 강하늘의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둘은 서로 긴장감을 유지한 채 감정적으로 맞부딪히는 장면들을 매끄럽게 소화해낸다. 준영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재심 사건의 전말은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 정우 특유의 위트 있는 연기가 더해지면서 잠시나마 숨 돌릴 틈을 만들어주는 건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이다. 강하늘은 밝은 소년에서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는 청년으로, 그러다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주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현우를 현실감 있게 그린다.

영화의 소재가 된 살인사건은 2013년과 2015년 2회에 걸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뤄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영화는 당시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의 제안으로 처음 기획됐다고 한다. 실제 사연의 주인공인 최모씨가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살인 누명을 벗은 것은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영화는 지난해 10월 크랭크업 했다. 촬영 당시 실제 사건의 재심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던 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장르:드라마,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19분)


그래, 가족
뻔한 소재의 뻔하지 않은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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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 뻥뻥 치면서도 결국은 다들 무언가 결핍이 있는 오씨네 3남매 성호(정만식), 수경(이요원), 주미(이솜). 핏줄이고 뭐고 모른 척 살아오던 이들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생면부지의 11세 막냇동생 낙(정준원)을 만나게 되고, 졸지에 어린 동생을 떠맡아야 할 처지에 놓인다. 까칠하고 톡 쏘는 말투에 공격적인 태도가 트레이드 마크인 둘째 수경은 인생의 짐짝 같은 가족과 인연을 끊고 살기 위해 방송사 입사 후 10년간 휴가도 병가도 없이 일하며 뉴욕 특파원 발령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러나 사장 ‘빽’으로 밀고 들어온 금수저 후배에게 밀려 10년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장남 성호는 다섯 살 쌍둥이를 둔 가장이지만 번듯한 직장 하나 없이 아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통학버스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는 국가대표 유도선수를 꿈꿨으나 부상과 함께 찾아온 아버지의 사채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해야 했다. 셋째 주미는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가졌지만 연예인을 하기엔 결정적으로 끼가 없어 매번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한다. 벌이가 시원찮다 보니 수경과 성호에게 손을 벌리기 일쑤다. 시골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며 일찍 철이 든 막내 낙은 남들처럼 평범한 가족사진 하나 갖는 게 소원이다. 고생 끝에 형과 누나들을 만나지만 남보다 못한 3남매는 존재조차 모르던 동생이 나타나자 서로 떠넘기기 바쁘다. 결국 낙은 둘째 수경에게 맡겨진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낙은 청소, 빨래, 요리 등 집안일은 물론이고 잠입 취재에도 능하다. 수경은 짐인 줄 알았던 낙이 뜻밖의 특종을 잡아낼 유일한 희망임을 깨닫고 뉴욕 특파원의 꿈을 이룰 계략(?)을 꾸민다.


철부지 장남과 잘난 체 둘째·쓸데없이 예쁜 셋째
남보다 못한 3남매 앞에 갑자기 나타난 11세 막둥이
마대윤 감독…정만식·이요원·이솜·정준원 출연



‘그래, 가족’(감독 마대윤)은 ‘그래도 결국은 가족’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먹고살기 바빠 서로를 외면한 채 잊고 지내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다 함께 있을 때가 가장 자연스러운 게 또한 가족이다. 영화는 그런 뻔하면서도 진부한 구성을 보여준다. 막내의 등장으로 3남매의 대화가 시작되고, 결국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쾌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안방극장에서 주로 절제된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요원이 똑 부러지고 맡은 일을 빈틈없이 해내는 기자이지만 집에서는 집안일도 미루는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둘째 수경으로 출연한다. ‘베테랑’ ‘아수라’ 등 굵직한 작품에서 강한 이미지를 심어줬던 정만식이 거친 외모와는 다르게 어딘가 허술하면서도 귀여운 반전 매력을 지닌 첫째 성호를 연기했다. 셋째 주미 역에는 정우성과 함께 출연한 ‘마담 뺑덕’으로 단숨에 충무로의 신예로 떠오른 이솜이 캐스팅됐다. 3남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막내 낙은 영화 ‘오빠 생각’(2016)에서 동생만 생각하는 오빠 동구로 출연했던 아역배우 정준원이 맡았다. (장르:드라마·코미디,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06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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