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동가게' 이야기] 작품 탈고하듯 면발 치대어 끓여내는 우동 한 그릇…“말끔히 빈 그릇 보면 희열”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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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7-03-10  |  발행일 2017-03-10 제면
모든 벽 3300여장 낙서로 연수동 명물
작가 강순희 사장 20년만에 억대 매출
20170310
맨몸으로 시작해 20년 만에 억대 우동가게 사장이 된 강순희씨. 문학소녀 같은 눈매를 잃지 않은 그녀는 여전히 돈보다 일이 더 소중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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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솥에 담겨져 나온 수제 돌우동.

충주에서 가장 재밌는 식당은 어딜까.

사람들은 ‘낙서벽’으로 명물이 된 연수동 골목상가 안 ‘행복한 우동가게’를 첫손에 꼽았다. 재밌으면서도 유명하고 그러면서도 돈까지 많이 번다. 종합편성 채널A 인기 프로그램인 ‘서민갑부’에도 출연했다. 주위 식당주로부터 눈총을 받을 만한데 그렇지 않다. ‘초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때 남편이 전 재산을 날려버린다. 가진 건 몸뚱이밖에. 보리밥집을 생각하다가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栗良平)의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에 감전돼 우동에 모든 걸 걸었다. 한때 충주에서 알아주는 부잣집 딸, 강순희는 졸지에 허름한 우동집 주인이 된다. 하지만 20년 만에 억대 우동집으로 키웠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그녀는 1996년 평화신문의 평화문학상을 통해 문단에 나온 작가. 그녀의 취향 때문에 여긴 꼭 ‘초등학교 교실’ 같다. 홀에는 통기타 2대가 놓여 있다. 모든 벽은 낙서지 세상. 빈공간이 없다. 세어보니 3천300여장이라고 했다. 그녀의 분신은 가게 앞 느티나무. 그녀 덕분에 느티나무 언저리는 ‘시인의 공간’으로 치장된다.

명물 메뉴는 ‘돌우동’.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돌그릇에 우동을 담기 때문이다. 여느 우동과 비교하면 맛은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끝맛의 질감이 다르다. 칙칙하지 않고 담백하고 깔끔하다. 손님이 아무리 많이 몰려와도 ‘가능한 반제품을 절대 사용하지 말자’는 게 그의 소신이다. 치댄 반죽은 하루 냉장 숙성시킨다. 맛국물과 면은 아무리 힘들어도 수작업이 원칙. 우동이 끓을 때 달걀을 깨뜨려 넣는다. 김밥도 침샘을 강하게 자극한다. 7천원짜리 수제돈가스는 아이와 함께 온 엄마한테 엄청 인기다. 텁텁한 일본식 소스 대신 사과·당근·무·오이·양파 등을 갈아 직접 만든다.

억대 매출고를 올리면 대다수 주인의 동공은 거의 자본에 멱살잡힌다. 그런데 그녀는 좀 달랐다. 우동집을 열던 그날의 표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질문했다. “몸 안에 예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님이 국물을 말끔히 먹었을 때 좋은 작품 탈고한 것 못지않은 희열이 온몸을 감싼다”고 고백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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