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미래, 미래의 산업 .2] 칠곡 ‘화신정공’ 성공기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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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6   |  발행일 2017-10-26 제7면   |  수정 2017-10-26
생산성 향상·양질의 일자리 증가 ‘두 토끼’ 잡은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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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정공은 2015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공정에 로봇을 도입한 덕분에 생산성과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수주물량도 크게 늘어났다. 수주물량이 늘면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기존 단순 생산직 근로자를 로봇관리 전문가로 만드는 등 일자리의 질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로봇이 도입되기 전 여러 명의 근로자가 일하던 것을 로봇이 도입되면서 직원 1명이 처리해 내고 있는 모습. <화신정공 제공>

로봇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로봇이 주식투자를 돕고, 일상 생활 속에서는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주고, 음성인식 로봇 등은 기분에 맞춰 음악을 틀어주거나 TV프로그램까지 찾아준다. 생활 속에 들어온 로봇이 인간을 좀 더 편리하게 해준다면, 제조현장에 들어간 로봇들은 생산성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섬유·자동차 등 뿌리산업을 기반한 중소제조기업이 대부분인 대구·경북의 경우 생산라인에 로봇 도입을 꺼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앞서 로봇을 도입한 기업들은 이미 불량률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동시에 생산량은 크게 늘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규모가 적은 탓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구에 자리잡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관련 인프라를 활용, 벌써 시대를 앞서나가고 있다. 로봇 도입으로 일부에서는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지만, 오히려 직원을 더 뽑고, 기존 직원은 단순 생산직 근로자에서 로봇을 관리하는 전문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로봇으로 생산성과 일자리를 늘린 지역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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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화신정공의 김효근 대표가 야심차게 도입한 생산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1시쯤. 칠곡군 왜관 2산업단지 내에 있는 <주>화신정공. 자동차 부품 절삭가공기업으로, 생산공정에 로봇을 도입해 생산성을 향상시킨 곳이지만, 사무실 근무 직원만 10명이 넘었다. 로봇이 일자리를 대신하면서 직원 수가 줄어들었을 것이란 예측과 빗나갔다.

사무실과 달리 제품 생산이 한창인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체 직원이 130여명에 이르지만, 10대가량의 로봇으로 생산 공정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했기 때문이다.

로봇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은 김철우 전무(40)다. 김 전무는 이 회사 김효근 대표(68)의 아들이지만, 처음에는 다른 자동차 부품회사에 입사해 3년 가까이 일한 뒤 평사원으로 입사해 1년6개월가량은 생산라인에서만, 3년6개월 동안은 현장과 관리 업무를 보다 올해 들어서야 전무로 승진했다.

현장을 직접 경험한 덕분에 김 전무는 생산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필요를 절감했고, 이와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로봇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 근무환경개선
도입전 작업자 이동하면서 처리
과로로 이직률 높고 숙련도 하락
도입후 생산→로봇 관리직 전환

◆ 생산성 향상
제품 안정적 공급…신뢰도 향상
원가 절감·납기 준수율도 높아져
매출‘껑충’해외수출도 크게 늘어



이에 기초적인 단계의 로봇이 사람의 일을 덜어주는 수준이던 공장에 로봇 2대를 투입했다. 그때가 2015년 11월로, 외부의 지원없이 자비로 충당했다. 그러다 지난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 활용 중소제조 공정혁신 지원사업’에 참여해 2억7천만원을 지원받으면서 지난 5월부턴 7억5천600만원을 투입, 후륜 8단 자동변속기 초정밀 자동차부품 제조 라인에 7축 로봇 6대를 설치했다. 지원금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자비를 투입한 것. 그렇게 10대의 로봇이 생산을 맡으면서 이뤄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로봇도입 전 작업자가 이동을 하면서 재료와 공정중간 제품을 기계에 넣어야 하다 보니 한 명의 직원이 하루 평균 6㎞를 이동해야 했다. 이런 고된 업무환경 탓에 근로자가 힘들어 했고, 그렇다 보니 이직률은 높아졌고, 사람 구하기도 힘들었다. 단순한 구인난이 아니라 숙련도가 떨어지다 보니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7축 다관절 로봇이 여러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실수로 제품을 잘못 넣는 경우가 사라졌고, 숙련도가 일정하다 보니 품질도 고르게 향상됐다. 덕분에 생산량도 4배 이상 증가했고, 10억500만원가량이던 총원가도 5억7천600만원가량으로 줄었다. 이는 총원가 절감 목표치보다 7천200만원 이상을 더 줄인 것이다.

또 납기 준수율은 94%에서 100%로 높아진 반면 산업재해율은 0.15%에서 ‘0’으로 떨어졌다. 로봇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연간 30만개 이상 더 생산,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올해 5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 달성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매출 목표도 지난해보다 30억원 많은 3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김 대표는 “로봇자동화 시스템 구축으로 품질에 대한 안정성도 높이고 생산수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신뢰도 및 기업 이미지가 크게 좋아졌다”라며 “덕분에 간접 해외수출은 크게 늘었고, 직접 수출을 위한 미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청년일자리, 고급일자리 늘린 로봇

가장 고무적인 것은 추가 고용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로봇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2005년 5명, 2016년 8명, 올해에는 11명의 청년(만 40세 미만)을 신규 고용했다. 그 덕분에 경북도로부터 ‘청년고용 우수기업’으로 지정됐고, 인센티브로 3천만원을 받았다. 이 돈에다 회삿돈 1천만원을 보태 직원 기숙사를 리모델링했고, 냉장고와 TV 등도 교체했다. 이로 인해 이곳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생산관리팀 김창수 과장(36)도 2015년 8월 그렇게 이 회사에 들어왔다. 입사 이후 로봇 관리업무 등을 맡고 있는 김 과장은 “현대로보틱스는 물론 일본계 로봇 기업에서도 관련 교육을 받는 등 다양한 교육기회를 얻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단순 생산직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로봇을 다루는 전문직 종사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으니 고용이나 처우개선에 대한 불안감도 이전보다 훨씬 적다”고 덧붙였다.

이에 회사 측은 내년에는 다른 공정에도 다관절 로봇 6대를 추가 구축해 자동화율을 높여 나가는 한편, 기계검사설비 및 측정장비에도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로봇자동화시스템을 모바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에 하드웨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하드웨어를 작동시키고 그 결과물을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 구비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여기에서 나오는 생산과정의 정보를 빅데이터 형태로 모아 로봇에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 등도 대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전무는 지난 9월 독일에서 로봇산업 관련 연수를 받았다. 이미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의 4차산업과 로봇 관련 트렌드를 공부하기 위해서다.

김 전무는 “독일의 경우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이 토론하고, 산업현장에서 적용하고 관리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이미 갖췄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체계도, 방향제시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만 필요하다고 외치는 수준”이라며 “국내 4차 산업이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로봇산업은 4차 산업의 출발점에 불과한 만큼 독일에서 배운 것 등을 토대로 제대로된 스마트팩토리를 구현, 파워 트레인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화신정공은 내년부터 2019년까지 38억원을 추가로 들여 9개 라인에 로봇도입공정을 구축해 자동차부품 복합가공라인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할 계획이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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