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대구의 서산마루 새방골∼와룡산 라이딩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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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4   |  발행일 2017-11-24 제37면   |  수정 2017-11-24
MTB로 용의 등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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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실체력단련장으로 넘어가는 소나무 언덕의 와룡산 서산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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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방골에서 시작하는 와룡산MTB 코스는 해맞이(상리)봉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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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자전거놀이터 같은 상리공원의 서구자전거교통안전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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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산 헬기장에서 불미골쉼터에 이르면 와룡산MTB코스는 정상궤도에 오른 것이다.

대구에 MTB를 즐기는 인구가 많지만, 정작 산악자전거도로는 거의 찾기 힘들다. 대구시청 건설교통국 교통정책과의 자전거도로 안내 정보엔 신천둔치 및 금호강 코스(36㎞), 동촌 유원지 금호강 코스(17㎞), 달성습지 코스(17㎞), 불로지묘동 코스(30㎞), 평광동 옻골 코스(20㎞), 시지 코스(15㎞), 육신사 코스(25㎞), 남평문씨 세거지 코스(25㎞), 용연사 및 수목원 코스(26㎞), 남지장사 코스(45㎞), 팔공산 순회코스(50㎞), 신동재 코스(25㎞), 와룡산 코스(15㎞), 금호강 자전거길(41.4㎞), 헐티재 코스(45㎞), 한티재 코스(55㎞), 진밭골~욱수골 코스(25㎞) 등 총연장 512.4㎞를 열거해 놨지만, 어느 코스 하나 자전거도로를 위한 건설은 없는 것 같다. 2009년 성서산업단지 안 신당네거리에서 대천교 사이의 달서대로 왕복 7.5㎞에 기존 10차로를 8차로로 줄이고 4.3㎞ 자전거 전용도로를 신설한 후 이렇다 할 발전을 보진 못했다. 그나마 서구청이 새방골과 가르뱅이(도로공사 서대구영업소) 사이 4.6㎞ 구간에 조성한 와룡산MTB도로를 꼽아줄 만하다.

흙길로 시작되는 와룡산 산악자전거路
오를수록 늘어진‘3’처럼 드러나는 산길
헬기장 직전 비탈 가장자리 ‘뷰포인트’
불미골쉼터부터는 환상적 다운힐 코스


와룡산을 오르면서 대구 자전거 안전교육의 산실인 상리공원 안에 있는 서구자전거교통안전교육장을 둘러보는 것이 통과의례 같아 출발점으로 찍었다. 접근경로는 대구의료원 와룡네거리 ~ 용산초등 네거리 ~ 옻박골네거리에서 용산영남타운 정문을 지나거나 중리동 공단종합자동차상사와 동보철강 사이로 난 와룡로65길의 태백빌딩을 지나 평리로 17길을 따라 우회전하여 만나는 장산로32길에서 용산영남타운 103동을 거치면 된다. 8년째 대구시민의 자전거교육을 진행해온 배태용 사무국장은 “매년 1천 명 정도 수강생을 배출하고 있다. 자전거 초급기초와 초급주행 및 도로주행, 교통법규 등 체계적인 자전거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상리는 원래 가르뱅이 위쪽 마을이라 ‘웃마’라고도 불렸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가르뱅이와 새방골을 합하여 상리동이 됐다. 새방골은 현재의 상리1동으로, 함양 조씨가 개척해 살고 있는데 임진왜란 때 진주 강씨가 정착, 새로 집이 생겼다고 해서 새방골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역사적으론 대구 천주교회의 큰손이자 국채보상운동의 서포터 서상돈님이 1859년 박해를 피해 임시 정착했던 상주에서 부친이 별세하자 어머니를 따라 외가인 대구 새방골의 죽전으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피난사가 굵직하다. 다음으로 천주교 대구관구 형성의 초석을 마련한 김보록 신부(Robertl, 1853~1922)가 1888년 새방골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2년간 머물며 은신 전교하면서 신앙촌을 세워 대구읍성 밖 도피처였던 새방골을 기적의 땅으로 일궈냈다.

상리자전거교육장에서 신화적 인간들의 역사를 간직한 새방골 성당(새방로27길 9)은 용산파크타운 아파트 104동에서 우회전하여 구마고속도로 밑으로 난 지하차도를 통과한 뒤, 대구세명학교와 만나는 새방로에서 계성고등학교가 있는 방향으로 가다 나오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2008년 신앙공동체 형성 120주년을 기념해 35세의 젊고 강직한 모습을 형상화해 세운 김보록 신부의 흉상은 달구벌 서북권에 울려퍼지는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와룡산이 있어 새방골이 산다. 와룡산이란 이름은 그 모양이 머리는 서북단에, 꼬리는 북동단에 두고 몸체를 양쪽으로 굽히고 누워있는 용을 닮은 데서 나왔다고 한다. 와룡산 MTB라이딩은 법왕사 주차장을 출발점으로 삼는 후기가 많은데, 계성중학교 건립 공사로 난코스가 됐다. 따라서 계성고등학교 정문을 지나 있는 와룡산 산악자전거도로 들머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고 편리하다.

와룡산MTB도로 초입부에선 달릴 수 있는 흙길이 열리고, 올라갈수록 S라인인지 늘어진 아라비아숫자 3 형체가 드러나는 산길이 나왔다. ‘법왕사/해맞이동산/진달래군락지’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을 지나 언덕배기에 가까워질수록 경사도가 가팔라졌다. ‘새방골 0.57㎞/해맞이동산 0.65㎞’ 이정표 지나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싶을 때 자전거에서 내려 뒤돌아보면 파란지붕을 하고 있는 서대구공단이 첫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올라가니 새방골에서 서구 제1봉/헬기장 갈림길 가다 쉬어가게 되는 ‘공명이쉼터’가 나왔다. 공명이는 도롱뇽의 친구들 ‘초록의 공명’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요즘 들어 와룡산은 대구의 랜드마크인 성불산과 비슬산, 달서권 및 금호강변을 전망하기 좋은 곳으로 사랑받고 있으나, 와룡산에 대한 국민적 추억은 ‘개구리소년’ 사건이다. 91년 3월26일, 30년 만에 지방자치제가 부활해 기초의원을 뽑는 선거날이었다. 성서초등학교에 다니던 다섯 소년이 와룡산으로 도롱뇽 알을 줍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뒤 개구리소년으로 불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소년들은 2002년 와룡산 중턱에서 도토리를 줍던 등산객의 신고로 신발 5켤레와 함께 유골로 발견되어 돌아왔다.

이어지는 언덕배기 능선에 올라서면 ‘달서구/서구 갈림길, 달서구/ 서구 제1,2,3,4봉’ 이정표가 나온다. 1.6㎞ 산악자전거도로는 손자봉 쪽으로 나 있는데, 산악자전거동호인들이 즐겨찾는 와룡산MTB 코스는 와룡산헬기장 ~ 불미골쉼터 ~ 배실체력단련장 ~ 계명문화대 쪽 달서구 연계구간이다. 산은 봉우리의 연결체인데, 와룡산은 행정구역으로 잘려 있었다. 때문에 와룡산 서구 제1상리봉(255m), 제2손자봉(262m), 제3할배봉(287m), 제4용미봉(255m)을 두루 챙겨보는 것은 고사하고, 와룡산 제1전망대 상리봉을 살펴볼 수 없었다.

와룡산 헬기장 가기 전 산비탈 가장자리에서 본 남동향 전망은 비록 해무니가 배어났으나 헬기장 뷰포인트보다 좋았다. 앞산과 대구 시내를 촬영하는 포토존 데크를 설치하면 지자체에서 목말라하는 대박을 이룰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달서구 헬기장 등산안내도는 와룡산녹색길로 서구에 비하면 컬러풀하고 디테일했다. 헤매면서 배우는 것이 진리의 길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용두봉으로 향한 것은 사서 생고생을 하게 한 실수였다. 길을 찾아 떠도는 길에서 알려지지 않은 대공사를 하고 있는 현장이 포착되었는데, 환경자원사업소로 환골탈태한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이었다. 그 자리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입 부분이라고 하는 이야기에 놀라고, “용의 입처럼 골짜기가 깊어 쓰레기를 아무리 넣어도 차지 않는다”는 어느 시민의 무한 긍정에너지에 또 놀랐다.

좋은 자전거길은 길에 매료되어 달리다 보면 경로를 이탈할 때가 많다. 뭔가 이상하고 잘못 들어섰다 싶을 때 가늠해 보고 물어보는 것이 고생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용두봉을 찾아가다 등산객에게 계명문화대 방향을 물었더니, “여기는 용 어깨봉이라며 되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맨땅에서 와룡산MTB 지도 퍼즐을 맞춰낸 것 같았다. 그제서야 핼쑥해 보였던 알록달록 가을산을 형형색색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대중적 와룡산MTB 코스는 불미골쉼터 ~ 배실체력단련장 ~ 꿈에그린 아파트 방향 계명문화대학 건너길에서 완성된다. 이 코스에서는 ‘와룡산정상 1.1㎞/용두봉 1.1㎞/ 불미골 0.5㎞’ 이정표에서 불미골 쉼터 방향으로 다운힐하면 통나무 계단이 나온다. 이어 ‘이곡운동장 0.6㎞/불미골쉼터 0.3㎞/배실체력단련장 0.6㎞’ 이정표시목이 기다리고 있다. 이쯤 되면 안도의 휴식을 해도 좋다. 조금 더 달리니 불미골쉼터. 여기서부터는 무정차 다운힐 라이딩이 가능한 판타스틱 MTB코스다.

서재리 갈림길 앞에서 소나무 몇 그루가 숲처럼 늘어선 봉우리를 올라가니 나무들이 노랗게, 발갛게 물들어가고 지는 해는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넘어가는 라이더에게 실루엣 후광을 비춰줬다. 빛과 어둠이 무섭게 교차하는 시간, 한 컷 담아보려는 포토바이커의 셔터 소리는 초스피드를 냈다. 안장의 온기가 식기 전에 내리막길을 탔다. 어두워가는 산길에서는 계명문화대 0.9㎞ 표시목, 쌍룡녹색길 34번 (현위치확대도) 표시, 동화아이위시 아파트가 방향등 역할을 해주었다. 가로수처럼 늘어선 벚나무길을 따라가니 퇴근길을 밝힌 차량 불빛들이 빛났다. 산악자전거동호인들이 개척해놓은 와룡산MTB 라이딩은 쌍룡녹색길 37번을 지나 무탈하게 끝이 났다. 대구주택관리 진입로에서 계명문화대학 건너 길에 도착하니, 궁산 ~ 서호 길이 남은 숙제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 라이딩 코스

상리공원 자전거안전 교육장 ~ 대구세명학교 ~ 계성고등학교 ~ 와룡산산악자전거길 ~ 공명이쉼터 ~ 와룡산 헬기장 ~ 불미골쉼터 ~ 배실체력단련장 ~ 꿈에그린 아파트 방향 ~ 대구주택관리 ~ 계명문화대학 건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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