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 놀이로 리더십 육성…배운 것 他학생에 설명하며 완전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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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0일 오전, 칠곡군 다부초등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민속놀이를 하며 놀고 있다. <다부초등 제공> |
“암기식 공부, 입시경쟁, 안 좋은 줄 알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 미래의 학교 수업과 학습의 방향성을 제시한 영남일보 기획시리즈 ‘공부의 미래’를 접하고, 일부 학부모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알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려면 학교 교육시스템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더디지만 미래 교육의 밑거름을 하나씩 준비해 나가는 국내 초등학교를 취재했다.
방법은
오전 10시20분부터 30분 휴식
나이 상관없이 모두 함께 놀아
#찬 바람이 부는 날씨에 30명가량의 초등학생들이 깔깔대며 공을 던지고 논다. 공은 아이의 엉덩이에 맞기도 하고 운동장 주변으로 나가기도 한다. 자유롭다. 어떤 날은 공기놀이를 하고, 손수건 돌리기나 오목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교사가 ‘밖에 나가 놀자’고 유도를 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아이들은 틈만 나면 밖에 나가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칠곡 다부초등 학생들에게는 오전 10시20분부터 30분 동안 꿀맛 같은 ‘중간 놀이시간’이 주어진다. 지난달 10일 오전 찾은 이 학교 운동장은 아이들 웃음 소리로 가득했다. 저학년 학생 서너 명이 옆에 와 “우리, 신문에 나와요?”라고 하더니 박수를 치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다부초등은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학교로 입소문 나면서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때 여느 시골 학교처럼 학생수가 급감해 폐교 위기에 처했지만 전교생이 77명까지 늘었다. 비결이 뭘까.
효과는
아이들 놀이는 자유롭게 선택
소통하는 법 배우며 부적응 없애
◆자유롭게 노는 30분 놀이시간
이 학교 놀이 시간의 포인트는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것이다. 교사들이 특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놀이를 정하고 놀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그야말로 학생들이 누구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중간 놀이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어떤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교 도서관으로 이동해 책을 읽는다. 이밖에 교실에서 친구들과 카드놀이를 하는 학생, 학교 화단에서 흙을 만지며 노는 학생, 축구나 피구를 하는 학생도 있다. 학교 규모가 작다보니 노는 건 학년 구분이 없다. 언니, 오빠, 동생들이 한데 어울려 노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운동장에서 만난 한 남학생은 “쉬는 시간이 10분일 때는 화장실만 다녀왔는데, 30분 쉬는 시간 때는 내가 좋아하는 형들이랑 술래잡기 놀이를 할 수 있어 좋다. 실컷 놀고 나면 공부할 때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자원 다부초등 교사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중학교에 가면 친화력과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자주 듣는다. 자유롭게 노는 시간이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라고 평했다.
소위 ‘놀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적응 학생이 없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컷 뛰어놀면서 에너지를 충분히 쓰는 것은 물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까지 익힌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과잉행동을 하며 학교에 적응 못했던 학생이 여기 온 후 많이 달라졌다”면서 “처음엔 친구들과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맨날 함께 뛰어놀면서 점점 상대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고집도 덜 피우게 되더라”고 말했다.
공부는
평균 이하 학생 끌어올리기 보다
개개인 잘하는 것 찾아주기 주력
◆시험 없는 학교…가르치면서 배운다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지필고사나 점수로 평가하지 않는다.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매긴 후 평균에서 떨어진 학생들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학생 개개인에게 잘하는 영역을 찾아주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김 교사는 “‘수업이 곧 평가’란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적잖다. 평가란 잘하고 못 하고를 구분하는 것이란 개념에 사로잡혀 있어 그렇다”면서 “가령 수업시간에 구구단 2단을 암기하고 있지만, 활용문제를 못 푸는 학생이 있다면 (교사가) 그 상황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평가가 될 수 있다. 이런 평가를 학생에게 알려주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선 교사만 알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업 역량은 학생마다 다른 것이며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면 다른 역량을 좀 더 개발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교사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부할 때는 완전학습을 유도한다. 이 학습법은 학생이 배운 것을 다른 학생들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공부하는 방식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습 유형에 따른 학습의 효율을 얘기할 때 주입식 10%, 체험식 50~60%, 완전학습 90%로 분석한다.
실제로 이 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진행된 민속놀이 시간 때 3학년 학생 2명이 1~2학년 6~7명에게 투호놀이, 고무줄놀이, 땅따먹기놀이를 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동생들은 언니·형들이 하는 설명을 마치 선생님 말씀을 듣듯 경청했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뿐 개입하지 않았다.
민속놀이 수업을 담당한 한 교사는 “또래에게 배울 때 아이들은 어느 때보다 정신을 집중한다. 또한 가르치는 학생도 자존감이 생기고 책임감을 갖게 된다. 물론 강의식 수업도 하지만 학생들이 지식을 단순히 외우도록 하는 것보다 이렇게 스스로 체험하고 직접 다른 학생에게 가르쳐 보면서 배우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계는
기초학력 저하 위험부담 있어
지나친 자유에 부작용 우려도
◆기초학력 저하, 자율교육 한계 우려도
초등생에게 자율성을 주는 교육의 한계점은 없을까.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이 결정되고 직업까지 연계되는 국내 구조적 현실 속에서 이러한 자율성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적잖다. 게다가 초등학교의 기초학력은 중·고교로 이어지는 만큼 그 중요성이 크다.
자유냐, 방종이냐를 놓고 논란이 되는 대목도 있다. 특히 학생들에게 교사의 권위가 절대적인 초등학교 시기에 선택의 자유를 충분히 부여하면 자칫 방종에 이를 수 있어 우려하는 시각도 적잖다.
김 교사는 “교사들은 학교 축제와 체험활동은 물론 사소한 것을 결정할 때도 학생들의 의견을 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버릇없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면서 책임을 질 수 있게 가르치는 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학교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작용이 있더라도 어린 학생들이 학교 규율에 복종하는 것만을 가르치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당당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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