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묻다 .2] 박한우 영남대 교수

  • 박종문,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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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0 07:34  |  수정 2018-01-10 07:35  |  발행일 2018-01-10 제6면
“가상과 현실 결합시대…암호화폐, 신뢰성 확보해 더 발전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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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빅데이터 권위자인 박한우 영남대 교수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의 빅데이터 산업과 암호화폐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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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에선 데이터가 새로운 경쟁의 원천으로 부각되고 있다.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원유(原油)로 불리는 이유다. 빅 데이터 전문가이자 인문사회학자인 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 교수를 만난 시점은 정부가 비트코인 등 암호(가상)화폐에 대해 본격적인 규제를 시작한 때였다. 박 교수는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암호화폐는 물론 빅 데이터·사이버 세상 등 궁금한 것이 많았다.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습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과 비교해 제2 대공황이라고 했습니다. 그 사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중요한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대학과 연구소 등의 지식과 기술이 현장에서 서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그 이후 산학관(트리플헬릭스) 네트워크를 통해 아카데믹 섹터가 보유한 미활용자원 활용문제가 학계의 주요 연구대상이 됐습니다.”

본격적인 빅 데이터 이야기에 앞서 박 교수는 정보(지식) 활용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지금은 데이터 홍수 시대라 할 정도로 세상엔 정보가 넘친다. 이 넘치는 정보들을 어떻게 분석하고 정리해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인터넷 확산과 함께 등장한 것이 ‘웹보메트릭스(Webometrics)’. 웹보메트릭스는 인터넷(웹)과 계량적 분석을 뜻하는 메트릭스가 합성된 용어다. 웹에서 데이터를 끌어내고 분석하는 새로운 학문분야다. 빅 데이터 연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발전과 미래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선 웹보메트릭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최근엔 알트메트릭스(altmetrics)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 중에 있다고 한다.

▶빅 데이터 전문가로서 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보십니까.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사람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살펴볼까요. 1차 증기기관시대 인간은 homogeneous(동질), 2차 전기시대는 heterogeneous(이질), 3차 컴퓨터시대는 selective(선별) human, 그리고 4차 산업혁명기에는 fragmental(분화) huma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발달 단계에 따라 사람들이 변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모바일 시대 인간은 ‘소외되기 위해 연결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온(가상)·오프라인(현실)이 결합하는 시대입니다.”

▶2010년부터 대중에게 빅 데이터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빅 데이터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디지털 확산으로 지금은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생산되는 빅 데이터 환경이 도래했습니다. 과거 아날로그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정형적입니다.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이죠. 지금은 과거보다 데이터가 방대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비정형 데이터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분석기술이 발달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빅 데이터는 4차 産革 뿌리산업”
국내 데이터 수집·저장만 과포화
가공·분석·통합 등 활용영역 빈약
데이터 기반 사회로 전환 서둘러야
데이터 소외자 차별 받는 게 현실
‘알고리즘’ 문제 극복하기 위해선
인문사회학적 접근 반드시 따라야

“국내 암호화폐 현실 안타까워”
22세기 핵심 중 하나인 블록체인이
비트코인 옷 입고 21세기에 나타나
전통방식 규제로 해결될 문제 아냐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서 발행 계획
암호화폐 표면만을 볼 게 아니라
블록체인이란 기술 발전 주시해야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비디오회사인 넷플리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 취향에 따라 비디오 화보를 다르게 노출시켰습니다. 그러자 매출이 풀쩍 뛰었죠.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도 대표적입니다. 엄청난 데이터 표본으로 지역별·권역별 사투리까지 해석해냅니다. 구글 검색빈도에 따른 미국 트럼트 대통령 당선 예측과 SNS분석을 통한 지난해 우리나라 대선 예측도 빅 데이터 분석 결과입니다. 기업이나 정부 등 목적과 가공방법에 따라 활용범위는 무한하다고 봅니다. 빅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뿌리산업이죠.”

▶빅 데이터 활용이나 웹보메트릭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활용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올해 전 세계 빅 데이터 및 분석시장이 전년 대비 12.4% 성장해 1천508억달러(171조5천651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연 평균 11.9% 성장세로 2020년에는 2천100억달러로 내다봅니다. 미국은 2015년 380억달러 규모로 우리나라 38조원의 150배입니다. 국내는 장비 위주의 데이터 수집과 저장 영역만 과포화돼 있고 데이터 가공 영역인 큐레이션과 퍼실리테이션, 데이터 분석과 통합영역 등은 빈약합니다.”

▶인터넷 보급률과 휴대폰 사용은 세계 최고인데 정작 중요한 흐름은 놓치고 있는 것인가요.

“몇몇 기업과 기관을 제외하고는 빅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합니다. 데이터 기반 사회로 이행해야 하는데 마인드도 부족하고 기반교육도 안 돼 있는 상태입니다. 인프라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활용면에서는 많이 뒤처져 있습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은 정책활용에 더 관심을 둬야 하고 국민이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교육도 절실합니다.”

▶빅 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정보 노출·차별 등 부작용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당장은 데이터 약자가 문제입니다. 데이터 약자는 데이터에 소외된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숙인, 시간강사, 프리랜서와 같은 사람이죠. 데이터에 노출되지 않으면 존재가 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현실입니다. 데이터에 소외되면 정책 고려 대상에서 빠지고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의도적 차별인지 의도하지 않은 불이익인지 본인도 모르고 당하는 차별이 아닐까요. 이유도 없이 당하는 폭력처럼 전혀 새로운 방식의 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네, 알고리즘(Algorithm) 문제입니다. 전과자·여성·흑인·가난한 사람 등이 SNS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그러한 것들로 인해 실제로 차별받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분석 시스템을 만들 때 어떤 기준과 내용을 담느냐는 것은 정치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이 알고리즘은 개인은 알 수 없는 것이죠. 또 100% 만족스러운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인문사회학적 접근이 꼭 필요한 이유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점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오프라인이 연결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비트코인, 즉 암호화폐가 아닐까 합니다.

“기존 관념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실체도 모호한 디지털 화폐가 실제로 화폐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 정부 중앙은행에서도 발행한 적이 없는데 말이죠. 복잡한 이야기입니다만 블록체인(block chain)으로 신뢰성을 확보해 향후 더 발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가 블록체인인데 전통적인 기준으로 암호화폐를 규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기반 암호화폐가 육성되도록 정책적인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죠. ‘22세기 기술인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이라는 옷을 입고 21세기에 나타났다’고 이야기합니다. 암호화폐의 표면을 볼 게 아니라 블록체인이라는 4차 산업의 핵심기술을 주시해야 합니다.”

▶급변하는 시대, 앞서 말씀한 4차 산업혁명시대 분절화된 인간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적응성을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은 찾아오게 되는 법(近者說遠者來)’이 연결망시대에 필요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글=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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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교수는…

국내 빅 데이터 최고 권위자인 박한우 영남대 교수(47·언론정보학과)는 한국외대(신문방송학 학사), 서울대(언론정보학 석사)를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School of Informatics 전공·2002년) 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왕립아카데미 상임연구원으로 있다가 2003년 3월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논문 성과로는 2012년 중앙일보 선정 인문사회계열 논문편수 국내 2위(SSCI급 12편-2011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상위 1%논문)에 논문 2편(2002~2012년 기준)이 포함됐다. 지난해 3월엔 과학정보학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데릭 솔라 프라이스(Derek Solla Price)’상 후보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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