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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선도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대구시는 최근 3년간 전기차 대중화에 올인했다. 덕분에 2014년 한자릿수에 그쳤던 대구의 전기차 보급은 지난해 2천127대로 급증했다. 이처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소비 측면에서만 대중화된 것일 뿐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대기업 하도급업체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중화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대기업에 묶여 있는 현재 자동차부품 기업들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들이 전기차를 만들어내고 여기에 부품을 납품하는 현재의 관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종속적인 구조’는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현 구조에서 벗어나 전기차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전기차 생산도시로의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미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창업기업이 있는가 하면, 100년 이상 된 기업이 새로운 시스템으로 다시 도약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들의 핵심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이고 이는 곧 수요자가 주문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대기업보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보다 유리한 구조이며,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대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완성차 협력업체 위주의 지역 자동차 산업
대구가 전기차 선도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제 ‘소비’가 아니라 ‘생산’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주>재인모터스는 1t 전기화물차 칼마토(CALMATO) 개발을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대동공업·르노삼성 등 9개 컨소시엄도 지난해 10월 시험용 1t 전기차 개발을 제작했고, 오는 3월 프로토카(Proto Car-개발 및 테스트용 차량) 12대를 만들어 정부 인증평가를 받을 계획이다.
내연기관보다 부품 적고 구조 단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맞춤형 생산
소규모 공장서 단시간에 공급 가능
협력업체 위주 지역 자동차산업
기술·아이디어·디자인 특화해
전기차에 초점 맞추면 轉機 가능
하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승용차 부분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대구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 대부분은 완성차 협력업체인 탓에 이들이 요구하는 부품을 만들어 주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다시 말해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완성차가 요구하는 제품을 생산, 납품해주는 구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12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대구·경북 자동차부품산업의 문제점과 향후 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수는 대구 294개 경북 568개이고, 종사자 수는 대구 1만9천명, 경북 3만900명이며, 매출액은 대구 6조원, 경북 11조5천억원이다. 문제는 지역 부품업체 중 현대차 및 계열사와 거래하는 업체 수와 매출 비중은 각각 80%와 81%에 달하는 등 사실상 이들 기업에 종속돼 있다는 것. 여기에다 지역 부품업체의 매출 비중은 2·3차 업체가 57.0%로, 1차 업체(15.8%)의 3.6배에 달했다. 영세 부품업체 비중도 대구·경북이 53.9%로 울산(43.6%)에 비해 10%포인트나 높다. 현재와 같은 생산방식을 유지할 경우 전기차 시대에도 완성차가 기침을 하면 지역 협력업체는 감기 아니면 폐렴에 걸리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위기는 곧 기회, 변하면 산다
박용범씨(42)는 3천만원가량을 들여 자신만의 할리데이비슨(이하 할리)을 타고 있다. 기본 바이크를 구입한 뒤 자신이 원하는 부품 등을 추가로 구매해 자신만의 바이크를 만든 것. 올해 초 2천400만원을 주고 중고 할리를 구입한 뒤 1천만원가량을 들여 자신만의 바이크를 완성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2천만원을 주고 새 바이크를 구입했지만, 추가로 달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중고로 갈아탄 것이다.
박씨는 “헤드라이트 하나만 해도 종류가 엄청나다. 커스텀파트로 주문할 수 있는 부품을 안내해 놓은 책자가 전화번호부보다 두꺼울 정도다. 할리의 정품 헤드라이트 가격은 100만원대로 중국산보다 5배 이상 비싸지만 다들 정품만 고집한다”면서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나만의 바이크를 가질 수 있어 한 번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할리가 기존 고객을 사로잡은 배경에는 발빠른 변화가 숨어 있다. 자신만의 바이크를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시간이 길지 않도록 생산시스템을 변화시킨 것. 할리는 스마트공장을 도입, 공장 내 모든 기기를 연결해 제조 시간에서부터 환풍기 습도와 같은 사소한 기록도 모두 측정하고 분석했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제어를 통해 고장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들을 미리 예측하는 등 운영 효율을 높였고, 그 결과 한 공장에서만 2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제조 과정도 기존 21일에서 6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 SAP와의 협업을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SAP의 산업자동화 시스템을 도입, 고객의 요구사항을 직접 듣고 이에 따라 공정을 바꿀 수 있는 맞춤형 생산체제를 갖춘 것. 덕분에 빠르게 변하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포착하고 즉시 공정에 반영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문자 맞춤형 오토바이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는 원하는 자신만의 바이크를 이전보다 빠른 시간 내에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4차 산업의 날개를 달아라
지난해 11월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에 참가했던 미국의 로컬모터스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세상에서 하나뿐인 수제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다. 기존 자동차 브랜드들이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데 평균 5년이 걸리지만, 로컬모터스의 1세대 자동차인 ‘랠리파이터’는 1년6개월 만에 완성했다.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새 모델을 내놓을 수 있었던 핵심은 ‘글로벌 공동생산(Co-creation)’과 3D프린터로 구성된 ‘마이크로 팩토리(Micro-factory·초소형 공장)’ 덕분이다.
글로벌 공동생산이란 ‘오픈소싱(Open sourcing)’ 또는 ‘클라우드소싱(Cloud Sourcing)’을 통해 디자인 등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기업에 소속된 전문가가 장시간 연구해 신제품을 내놓는 식이 아니라 온라인상 오픈된 공간을 통해 수요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가 디자인 공모에 나서고, 하나의 디자인이 결정되면 이들이 또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태 신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초기 모델인 랠리파이터의 경우 전 세계 500여 명의 일반인이 참여해 제품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자인은 3D프린터가 핵심인 마이크로 팩토리에서 생산한다. 마이크로 팩토리는 5천~8천㎡ 규모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505만㎡)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로컬모터스가 생산한 전기차 ‘스트라티(Strati)’는 2015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 3D프린터를 설치해 44시간 만에 차량 제작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단순히 짧은 시간 내에 자동차를 완성했다는 것 외에 모터쇼 전시장내에 공장을 설치할 수 있을 정도의 소규모 공장에서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올 전기차 시대는 차량 제조나 시장 구조가 이전 자동차 시대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부품 수가 30%가량 적어 구조도 단순하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대량생산에 필요한 공장이나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특화된 기술과 아이디어·디자인을 가진 곳이라면 중소기업이라도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는 시장이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은 “배터리 분야를 제외하면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기업들은 언제든 전기차 시대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면서 “다만 대기업 납품이 대부분이다 보니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만큼 관련 협회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에 초점을 맞춰 준비를 한다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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