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골목경제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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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6   |  발행일 2018-03-16 제22면   |  수정 2018-03-16
청년상인이 성공하려면
사회적 투자 관점서 접근
기존 전통시장과의 조화
대기업과 골목상권 상생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돼
[경제와 세상] 골목경제와 청년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골목경제란 공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골목으로 상징되는 동네 또는 마을 단위의 소규모 거점을 기반으로 한다. 이 공간의 경제주체는 소상공인·주민 등이며 생산, 판매, 소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골목경제는 좁게 보면 ‘골목상권’이라 불리기도 하며, 지역경제의 선순환 및 공동체 복원 등 지역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대구 혁신도시에 대형 유통업체가 새롭게 영업을 시작했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문전성시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지역에 새로운 대형마트가 입점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골목상권 침해’ ‘골목상권 보호’다. 대구에는 약 31개의 대형 유통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유통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에는 동네시장에서 판매되는 것과 동일한 것들이 많다. 결국 대형 자본을 기반으로 한 유통매장이 지역에 입점하게 되면 인근에 있는 시장과 식당들은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골목상권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형마트는 대형자본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영토를 넓히고, 인터넷 쇼핑몰은 전통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거두게 하고 있다. 여기에 청년의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외국에서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직구’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골목경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골목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청년고용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심각해지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청년상인 육성사업’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 ‘청년몰 조성사업’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골목경제에서 청년상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유념해야 할 것이다.

첫째, 청년골목상인과 관련된 사업을 청년을 위한 사회적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둘째, 골목상권에 진입한 청년의 활동은 기존의 전통시장과 어우러져야 한다. 전통시장에서 청년상인들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기존의 상인과의 이질감을 꼽는다. 영업방식이나 상점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청년의 방식과 기존 상인들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의 차이는 갈등의 요소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되기도 한다. 청년상인과 기존 상인이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골목경제에서 청년들의 활동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된다. 청년들의 활동은 대형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방식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단지 이들과 차별화된 스토리가 있는 골목과 청년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세대를 공감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광주의 송정역시장, 서울 종로 통인시장, 마포구의 망원시장 등은 SNS로 무장한 청년들이 유입됨으로 인해 활력을 되찾은 전통시장이다. 이들 시장이 나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지역공동체와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통 대기업과 골목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제도적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을 규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시에서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기여도 평가를 보면 대부분 당초에 협약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제시한 지역협력계획서에 따라 지역 골목상권과의 상생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민들이 주도하고, 지역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골목경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골목경제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청년들의 활동에 대해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원하는 시민들의 자세가 요구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인 골목이 대형 자본에 의해 잠식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한다.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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